전기료 아껴주는 ‘햇빛지도’ 아시나요?

2021.04.12 최신호 보기
▶김다슬 ㈜해줌 IT 실장

㈜해줌은 2020년 9월 중소벤처기업부와 환경부가 1차로 선정한 ‘그린 뉴딜 유망기업’ 41곳에 뽑혔다. ㈜해줌은 2023년까지 건물 측면의 태양광 발전량과 경제성을 계산할 수 있는 ‘3차원 햇빛지도’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국내 태양광 대여 1위 업체 ‘해줌’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내 태양광 대여 1위 업체 ㈜해줌 사무실을 최근에 방문했다. 업계 1위라서 태양광 설비가 가득할 거라 예상했는데 기대와 달리 평범한 사무실이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있던 태양광 발전판 모형도 다른 제조업체의 홍보물이었다. 바로 옆 연구소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처럼 대부분의 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코딩에 열중하고 있었다. 김다슬 ㈜해줌 IT실장은 설명했다. “㈜해줌의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태양광 발전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의 정보기술(IT)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가정용 태양광발전소

▶김다슬 ㈜해줌 IT실장이 천리안 2호 인공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구름의 이동 방향과 일사량을 예측하는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인공위성 활용 ‘햇빛지도’로 해외 진출
㈜해줌은 주소만 입력하면 태양광 발전량을 계산해 설치 타당성 분석을 해주는 ‘햇빛지도(솔라맵)’를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실제로 가정용 햇빛지도 누리집(https://www.haezoom.com)에 주소와 건물명을 입력하니 기상정보와 인접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량 정보를 활용해 전기료를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금액으로 보여줬다. 또 발전사업자용 햇빛지도(https://biz.haezoom.com)에서는 투자 비용과 수익금에 따른 수익률까지 계산해줬다. 지금까지 햇빛지도를 이용한 누적 사용자는 100만 명에 달하고 태양광발전소 4000여 개가 설치돼 3만여 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다.
㈜해줌은 천리안 2호 인공위성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량 예측 기술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기상·기후 데이터를 활용해 발전량을 예측하는 것은 수익률과 경제성으로 이어져 매우 중요하다. 김다슬 실장은 “태양광발전소 입장에서는 일반 기상예보처럼 비가 오느냐 마느냐보다 햇빛이 얼마나 비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천리안 2호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구름의 이동 방향과 일사량을 예측한다”며 “태양광 업체 가운데 기상 분야 기업으로 등록해 연구하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거기에 자체 관리하는 4000여 태양광발전소의 실제 발전량 데이터를 접목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특화한 기술력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 2019년부터 한국기상산업기술원과 함께 남태평양 피지의 햇빛지도를 만들고 있다. 피지는 외부에서 전력 수급이 어렵고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높지 않다. ㈜해줌은 현지 기상 상황에 맞는 햇빛지도를 제작해 피지 전력청이 재생에너지 자원 잠재력과 보유량을 확인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김 실장은 “해외에도 태양광 발전량 예측에 특화된 회사들이 있는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을 다루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며 “천리안 2호 데이터가 가장 최신인 데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까지 아우르기 때문에 그쪽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의 한 축사에 설치된 사업용 태양광 발전소│해줌

▶㈜해줌의 발전사업자용 햇빛지도는 투자 비용과 수익금에 따른 수익률까지 계산해준다.

▶3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해줌 사무실. 태양광 발전판 모형은 다른 제조업체의 홍보물이다.

‘그린 뉴딜 벤처’ 선정… 햇빛지도 3D 고도화
㈜해줌은 2020년 9월 중소벤처기업부와 환경부가 1차로 선정한 ‘그린 뉴딜 유망 기업’ 41곳에 뽑혔다. 두 부처는 그린 뉴딜 3대 분야 가운데 하나인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미래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신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할 그린 뉴딜 유망 기업으로 2022년까지 모두 100개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심의위원장인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은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보건안보, 경제침체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국내외로 그린 뉴딜 정책이 주목받는 가운데 그린 뉴딜 유망 기업 선정 사업을 시행해 그 의미가 매우 크고 성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전했다.
중기부는 10대 녹색 기술 분야 혁신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지원 중심의 ‘그린벤처’를, 환경부는 녹색산업 5대 선도 분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업화 지원 중심의 ‘녹색혁신기업’을 뽑는다. 이들 기업에는 3년 동안 기업당 최대 30억 원의 사업화와 연구개발 자금 등 연구개발에서 사업화까지 성장의 전 주기를 지원한다. 중기부의 그린벤처로 선정된 ㈜해줌은 2023년까지 건물 측면의 태양광 발전량과 경제성을 계산할 수 있는 ‘3차원 햇빛지도’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건물 옥상의 발전량만 예측할 수 있는 2차원 햇빛지도와 달리, 3차원 햇빛지도는 건물 외벽의 경제성까지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는 대부분 토지, 건물 옥상, 지붕 등에 설치한다. 하지만 산지와 토지 개발에 따른 환경적 영향, 설치 가능한 건물 옥상과 지붕의 감소 등에 따라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곳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김다슬 실장은 “기존에는 토지에, 특히 산지를 밀고 대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을 많이 했는데 산지 개발의 환경적 영향과 부정적 인식 때문에 다른 유휴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건축물의 벽면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건축물 벽면은 주변 건축물의 음영에 따라 시간대별 발전량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경제성 분석이 매우 까다롭다. 도시 전체의 건물 옥상을 대상으로 음영 분석을 시행한 사례는 있으나 건물 벽면의 태양광 잠재력까지 계산한 사례는 없다. ㈜해줌은 국토교통부가 보유한 건물 형태와 층수 자료 등을 3차원으로 변환한 다음 사용자가 원하는 벽면을 자동으로 배치하는 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해줌 직원들이 태양광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해줌

가상발전소 최적화로 전력중개사업 선도
2021년부터 1MW(메가와트) 이하의 신재생 전력자원을 중개 거래할 수 있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이 열렸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전력 거래를 할 수 있는 당사자는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 두 기관이 전부였다. 전력중개시장이 개방되면서 민간기업도 전력 자원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전력중개사업자의 필수 능력이 발전량 예측 기술이다.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와 달리 소규모 분산형으로 운영할 수 있고 자연에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간헐성이 결정적 단점이다. 김다슬 실장은 “바람이 얼마나 불지, 구름이 어디로 지나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많아지면 변동 폭이 굉장히 커져 전력의 안정적 안전망이 흔들리고 전력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를 감안해 중개사업자들이 전날 미리 예측한 시간대별 발전량을 합산해 부족한 전력량은 기저 발전원인 원자력, 화력, 액화천연가스(LNG) 등으로 충당한다. 발전량을 정확하게 예측한 중개사업자에게 2021년 하반기부터 예측 정확도에 따라 예측제도정산금으로 보상해준다. 김 실장은 “각각의 태양광을 가상발전소(VPP)로 합쳐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전력망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 발전량 예측을 잘한 중개사업자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정산금으로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소규모 전력중개 시범사업 관련 정책 수립에 참여한 ㈜해줌은 가장 먼저 등록한 ‘1호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자’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자신했다. 2018년에는 유럽 최대의 가상발전소 가운데 하나인 독일의 넥스트크라프트베르케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넥스트크라프트베르케의 가상발전소 운영 기술과 ㈜해줌의 발전량 예측 기술을 접목해 우리나라 시장에 특화된 가상발전소 운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전국에 고르게 분포한 150개 발전소에 대해 기술 평가를 했을 때 미국 국립재생가능에너지연구소(NREL) 문서에 제시된 예측 성능과 동등하거나 약간 우세한 수준을 가진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김 실장은 “3차원 햇빛지도가 완성되면 건물에 태양광을 어떻게 설치할지 결정하기 쉬워져 비용이 굉장히 줄어들 수 있다. 또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에서 가상발전소의 최적화 기술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해줌이 하는 연구가 그린 뉴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