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백신연구소 이철우 책임연구원
국제백신연구소 이철우 책임연구원 인터뷰
“백신이 이렇게 빨리 나오다니 안전성에 문제가 있진 않을까요?”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뉴스도 많이 나오던데 정말 괜찮을까요?” “효능 낮은 제품은 접종을 피하는 게 낫다던데.”
국내 코로나
19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 약 한 달. 예방접종이 본격화되며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백신 이상 반응 등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백신에 대한 오해나 가짜 뉴스 등이 혼란을 키우기도 한다. 국제백신연구소 이철우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예방접종과 관련해 “현재 접종되는 백신은 모두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됐고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아 나온 것”이라며 “미루지 말고 각자 차례가 왔을 때 꼭 접종하라”고 당부한다.
실제 코로나19 예방접종은 얼마나 안전할까? 구체적으로 어떤 효능이 있으며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연구원에게 답을 구해봤다. 그가 소속된 국제백신연구소는 UN개발계획(UNDP) 주도 아래 1997년에 설립된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최초의 비영리 국제기구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을 발굴·개발해 개발도상국에도 보급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백신 개발·생산·보급, 그리고 예방접종 관련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3월 말까지 국내 예방접종률을 어떻게 보고 있나?
=3월 말 기준 정부가 1분기를 목표로 한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등 대상자를 기준으로 보면 1차 접종률은 85%에 달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접종 대상을 약 1200만 명으로까지 확대하는 2분기에는 보급되는 물량에 맞춰 좀 더 접종 속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되는 2분기부터가 중요하다.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각종 뉴스를 접하고 접종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많은데.
=국내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문가 3중 자문 등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쳤고 질병관리청 권고에 맞춰 사용되고 있다. 기존 우리가 접종해온 백신처럼 단기적인 안전성은 이미 확보, 검증된 제품들이다. 지금까지 보고된 단기적 이상 반응 사례를 보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거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던 근육통, 발열, 두통 등으로 대부분 2~3일 이내면 사라지는 경증 반응이다. 이런 자료에 기초해보면 코로나19 백신은 기존 우리가 사용해온 다른 백신들과 유사한 수준의 안전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이상 반응도 타 백신들에 비해 더 높다고 볼 만한 근거는 아직 없다. 전 국민 대상으로 접종이 진행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지속적으로 이뤄져야겠지만 현재 자료에 기초해 본다면 기존 백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이상 반응이다.
▶서울 송파구보건소 관계자 들이 3월 28일 송파체육문화회관에 설치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모의훈련을 하고있다.│송파구
귀가 후 호흡곤란, 입 주변 부종 생기면 병원 가보길
-접종 뒤 병원에 가야 할 증상, 안 가도 되는 증상 등을 정리해달라.
=먼저 예방접종 뒤엔 15~30분 정도 접종기관에 머물며 급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 등이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 이 시간 동안 별문제가 없으면 귀가하면 된다. 보통 급성 알레르기 반응은 1시간 이내, 그 가운데서도 대부분 15~30분 이내에 나타나기 마련인데 매우 드물게 그보다 더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귀가 후 호흡곤란, 입 주변 부종, 심한 두드러기 등의 반응이 나타나면 즉시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경증 근육통, 발열, 두통 등은 예측 가능한 이상 반응이기 때문에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단 증상이 2~3일 이상 지속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이유를 알아볼 필요는 있다. 예방접종에 의한 근육통 등은 보통 3일 안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3일이 지나도 통증 등이 지속될 경우 다른 원인일 수도 있으니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접종 전 알아둬야 할 내용이 있다면?
=의료기관 측에서 예진, 문진을 통해 현재 몸 상태를 비롯해 과거 특정 화장품이나 의약품, 백신, 음식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는지 등을 질문한다. 이때 의료진 측에 해당 여부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참고로 급성 감염성 질환을 앓는 경우 접종을 미룰 것을 권고한다. 물론 이런 부분도 예진, 문진 과정에서 의료진이 판단해 접종에 대해 조언해준다. 한편 접종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이상 반응에 대비해 해열제, 진통제 등을 준비해놓을 수는 있겠으나 접종 전에 이런 약을 챙겨 먹을 것을 권하진 않는다. 백신 면역반응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속하게 개발돼 안전하지 않다는 건 오해
-백신에 대한 세간의 오해도 많은 것 같다. 가장 큰 오해는 뭐라고 보나?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됐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선 코로나19 백신도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개발된 건 사실이지만 이전 다른 백신에 적용했던 안전기준을 낮춰가면서까지 개발한 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의 빠른 개발은 전 세계적인 협력과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맞춘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그동안 백신 기술과 관련된 노하우와 연구 성과들이 집중적으로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다른 백신과 비교할 때 결코 느슨한 안전기준을 적용해 승인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백신의 안전성과 관련해 우려도 많고 여기서 비롯된 가짜 뉴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는 인식을 유발할 수 있는 뉴스들이 나오고 있어 우려된다.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 뒤 사망자가 나온 사례는 보고된 바 있으나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이 증명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사망의 원인을 조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필요할 경우 부검을 해서라도 사망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백신과 사망의 개별적 인과성을 따졌음에도 불구하고 인과성이 확인된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접종 전 기대 사망자 수와 접종 이후 사망자 수 등을 비교해 상관관계를 따져봤을 때도 인과성이 있다고 밝혀진 사례는 없다. 따라서 예방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그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확진돼도 중증 막아줘, 사망 예방 효과 100% 가까워
-국내 2분기 접종 물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불신도 있다.
=최근 제조사 측이 미국 등에서 진행한 추가 3상 임상시험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76%인 것으로 발표됐다. 의미 있는 결과다. 아마도 접종 간격을 4주에서 8주 또는 12주까지 늘리면 실제 효능은 더 높게 나올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입원이 필요한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도 100%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논란이 됐던 혈전 문제에 대해서도 백신이 혈전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대규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 등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임상시험 결과를 보며 제품별 효능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백신 효능에 대한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효능과 관련해 ‘다른 백신이 더 좋은 거 같은데…’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백신 임상시험 결과는 그것을 시행한 국가와 시점, 대상자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백신의 효능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규제 기관이 정해놓은 특정 기준을 충족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고, 승인받은 제품이라면 그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백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효능만 보고 예방접종을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백신이 있다 하더라도 주삿바늘이 내 팔을 찔렀을 때만이 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달라.
=첫 번째는 만에 하나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이유 중 하나가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점인데 백신이 이를 굉장히 잘 막아주는 효과가 입증됐다. 사망 예방 효과도 100%에 가깝다. 또 하나 무증상 감염을 낮추는 등 코로나19 전파를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증상이 있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것 외에도 부수적인 효능이 매우 많다.
▶7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3월 30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에서 백신 냉동고를 직원들이 옮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상 되찾기 위해선 예방접종 참여가 중요
-예방접종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코로나19 예방, 중증 코로나19 예방,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예방, 무증상 감염을 낮추는 등 다양한 이득이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나의 접종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사회 공동체 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큰 의미가 있다. 현재로선 임신부,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라 접종 가능 대상에 포함된 국민이 최대한 접종해야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그 밖에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아무리 좋은 백신, 좋은 접종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도 접종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K-방역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는 보건당국과 의료진의 노력과 헌신도 당연히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가장 큰 역할은 국민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실천한 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역학조사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해도 국민이 방역수칙을 적극적으로 지키지 않았다면 K-방역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방접종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서 코로나19로부터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국민의 예방접종 참여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정보 홍수 속에서 정부의 공식적이고 객관적인 발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학회 등에서 나오는 정확한 정보에 귀 기울이고 각자 순서가 왔을 때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부탁드린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