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월 25일 오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45 탄소중립도시 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선언문을 읽고 있다. | 광주광역시
2020년 초만 해도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정부도 사회 전체적으로도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중반 그린 뉴딜을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발표하고 주요 부처에 대안 마련을 지시했다. 세계적 흐름이 바뀌면서 대부분의 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발표했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을 발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탄소중립과 그린 뉴딜을 선언하고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선언대로라면 천지개벽이라도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소한 움직임만 감지될 뿐 담대한 전환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2021년이 첫해라는 걸 감안해도 탄소중립과 정반대로 가는 정책들도 발표해 혼란스럽다. 이러한 ‘갈지자 행보’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말해준다. 사회 전체가 공론과 합의를 거쳐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국제적 압력과 일부의 노력으로 일단 선언은 했지만 준비된 내용이 부족하고 기존의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참여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
2020년 폭우로 기후위기에 대한 시민의 인식은 높아졌지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보도 지식도 많이 부족하다. 마을공동체 활동가들도 ‘기후위기 대응’ 하면 쓰레기 문제나 자원순환 문제를 먼저 생각한다. 에너지 전환, 녹색교통, 녹색 식생활 전환 등에 대한 인식은 낮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와 감축 목표를 더 많은 시민이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미디어 등을 통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책 시행 초기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 전체의 인식을 높이고 시민참여를 확산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과 일자리, 사회의 대전환으로 가야 하는데 시민 다수의 공감대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시민중심·지역주도 그린 뉴딜’로 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인데 ‘탄소중립 전환마을’이 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정책과 예산을 집중 지원하고 광역 지방자치단체와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자치회, 마을공동체, 시민 단체와 협업한다면 빠른 시간에 탄소중립의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가정과 마을의 변화를 시민이 체감하는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정책 추진의 시민적 공감대가 넓어질 것이다.
학교와 공공건물의 옥상, 주차장 등에 마을 햇빛발전소를 주민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수익을 공유하면서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자원순환, 에너지 전환, 녹색교통, 기후위기 교육, 녹색 식생활 전환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여러 일에 사회적경제와 녹색 일자리를 연계할 수도 있다.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면서 탄소중립 전환을 촉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4월 15일 ‘탄소중립 전환마을 포럼’ 열려
광주광역시와 5개 자치구,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은 이러한 방향으로 탄소중립 전환마을을 추진하고 있는데 마을마다 거점센터를 만들어 이를 중심으로 마을별 활동을 촉진하고 시민교육과 시민참여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미 2020년 말에 마을공동체 활동가들의 신청을 받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전환마을에 관한 이론교육을 끝냈고 2021년 초엔 전문가 지원단과 함께 마을별 특성을 살린 탄소중립 전환마을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총 11개 동이 탄소중립 전환마을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으며 광주광역시는 2021년 5개 동에 탄소중립 전환마을 거점센터를 만들고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는 성대골마을과 은평 탄소중립 전환마을 운동이 대표적이고 몇 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 단체, 마을공동체 활동가, 사회적경제 기업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1년 4월 15일 ‘탄소중립 전환마을 포럼’이 광주광역시에서 열린다. 초기 단계인 만큼 탄소중립 전환마을의 이론적 배경과 방향, 대표적 사례를 발표하고 전국적으로 탄소중립 전환마을 운동을 어떻게 진행할지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더불어 ‘탄소중립 전환마을 네트워크’를 전국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체계도 갖출 계획이어서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중립 전환마을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좋은 모델을 퍼뜨린다면 탄소중립으로 이행하는 실천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탄소중립 전환마을을 시민주도·지역중심 그린 뉴딜 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구상하기를 기대한다.
이민철 광주사회혁신플랫폼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