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은 물론 단기 보유 토지 양도소득세 강화, 토지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부당이득 최대 5배 환수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 분노와 질책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의 근본적인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출발은 철저한 조사와 수사에 있다”며 “정치적 유불리도 따지지 말고 끝까지 파헤쳐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먼저 부동산 부패를 손대지 못한 점을 자성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분노는 드러난 공직자들의 투기 행위를 넘어 더 근본적인 문제까지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 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을 우리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손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재산등록제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상설 감시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고 농지 취득 심사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도시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 행태에 대해 소속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의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 설치 투기사범 색출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정세균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부동산 투기사범에 대한 수사를 강화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직원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불법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사범을 색출해 처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두 배로 확대해 1500명 이상으로 개편하고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할 방침이다. 부동산 투기사범 색출을 위해 수사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정 총리는 “범정부 총력 대응체계 구축을 통해 현재 발생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찾아내 일벌백계하겠다”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며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사건과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 범죄는 직접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기 비리 공직자는 전원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다.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은 몰수·추징 보전을 통해 전액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와는 별도로 국세청은 ‘부동산탈세 특별조사단’을 설치해 부동산 탈세에 대응하고 금융위원회에도 ‘투기대응 특별 금융대책반’을 구성할 방침이다. 정 총리는 “부동산 탈세 혐의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전국 대규모 개발 예정지역의 일정 금액 이상 토지 거래 관련자에 대해서는 전원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로 얻은 부당이득은 최대 5배로 환수하고 투기 목적 농지는 강제처분할 것”이라며 “정부는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부동산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깨끗한 공직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토지양도세 중과세율 20%포인트 인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반부패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과 단기 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 강화 등을 담은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예방·적발·처벌·환수 등 4개 영역별로 나눠 총 20개의 세부 대책을 공개했다.
예방 대책으로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는 인사혁신처에, 다른 공직자는 소속 기관에 재산등록을 해야 한다. 인사처에는 현재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등 23만 명이 재산등록을 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3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본인뿐 아니라 직계존비속도 해당된다”며 “2021년은 부동산만 하고 금융 정보는 시스템 구축 이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토지·농지의 투기적 거래에 따른 기대수익도 크게 낮추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1년 미만 보유 토지의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50%에서 70%로, 2년 미만은 40%에서 60%로 높일 계획이다. 정부는 소득세법·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2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비사업용 토지의 경우 양도세 중과세율을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리고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 적용도 제외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공익사업 대상일 경우 양도세를 공제했던 제도를 폐지하되 기존 보유한 토지는 사업인정 고시일 ‘5년 이전’으로 요건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또한 투기성 자금이 토지에 유입되지 않도록 가계의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전 금융권에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신설하고 1000㎡나 5억 원 이상의 토지를 매입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일정 규모 이상 투기 의심 토지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신설 예정인 부동산거래분석 전담 조직에 통보하도록 제도화해 대출을 통한 무분별한 토지 투기를 최대한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의 대표적 형태인 기획부동산, 지분쪼개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부동산매매업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하고 인명 중심 조사에 더해 필지(땅) 중심의 기획 조사도 병행한다. 홍 부총리는 “대규모 택지 지정 시 발표 전후 토지 거래 상황과 투기 거래 의혹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이상 거래 확인 시 수사를 의뢰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 포상금 1000만 원→최대 10억 원
예방 대책에 이어 강력한 적발 대책도 내놨다. 우선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속하게 출범시킨다. 출범 전까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토교통부 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4월 설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적극적인 제보와 신고를 독려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투기신고센터를 설치해 부동산 투기 제보를 연중 내내 접수하고 당장 100일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할 것”이라며 “신고 포상금액을 현행 최고 1000만 원에서 최대 10억 원까지 확대해 자진신고 시 가중처벌 배제와 같은 유인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환수 대책에는 ▲비공개·내부정보 부당 이용행위 ▲시세조작 행위 ▲허위계약 신고 ▲불법 전매 및 부당 청약 행위 등 부동산시장 4대 교란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4대 교란행위자는 부당이득액에 비례해 최대 5배까지 가중처벌하고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기로 했다. 분양권 불법 전매의 경우 고의적 매수자까지 처벌하고 향후 10년간 청약 당첨 기회도 박탈한다. 투기 목적 농지 취득에 대해서는 현행 농지법 규정에 따라 처분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을 매각 시까지 해마다 부과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내부거래, 시세조작, 불법 중개, 불법 전매·부당 청약 등 부동산시장 4대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가중처벌하고 시장에서 퇴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공공성과 윤리경영도 대폭 강화한다. 홍 부총리는 “LH사태같이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은 경영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윤리경영 지표 배점도 확대하겠다”며 “임직원 성과급도 (등급 조정) 결과에 따라 연동해 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 공공개발 시동
이와 함께 정부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에 발표했던 주택 공급대책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매주 정례브리핑을 통해 그 성과를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고 주택정책과 관련한 국민 의견에도 귀 기울여 주택시장이 조기에 안정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3월 31일 ‘3080+ 주택공급 방안 1차 선도사업 후보지 선정 결과’를 공개하고 노후 도심을 공공 주도로 개발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대책) 1차 후보지로 서울 금천구, 도봉구, 영등포구, 은평구의 21곳을 선정했다. 공급 물량은 2만 5000여 호로 민간 자력으로 개발할 때와 비교해 토지주의 분담금은 30% 감소하고 공급 물량은 40% 증가한다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후보지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금천구(1곳), 도봉구(7곳), 영등포구(4곳), 은평구(9곳) 4개 구에서 21곳이 선정됐다. 공급유형별로는 역세권 유형(주거상업고밀지구)이 9곳, 준공업 유형(주거산업융합지구)이 2곳, 저층주거지 유형(주택공급활성화지구)이 10곳이다. 이날 공개된 후보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후보지다. 2·4대책 당시 공공개발의 또 다른 유형으로 제시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후보지와 지방 광역시의 후보지들은 추후 순차적으로 발표될 계획이다.
후보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저층주거지 유형에 포함된 은평구 옛 증산4구역으로 면적 16만 6022㎡에서 4139호 물량이 공급될 것으로 추산됐다. 영등포구 옛 신길15구역(10만 6094㎡, 2380호), 은평구 녹번동 근린공원 인근 지역(7만 9482㎡, 2436호) 등 저층주거지에서 대규모 물량이 공급되는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세권 유형에서는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9만 5000㎡, 2580호)의 규모가 가장 컸다. 국토부의 사업성 분석 결과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 21곳에서는 평균 1195호의 주택이 공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간 재개발로 공급되는 854호보다 39.9% 증가한 것이다. 용적률을 민간 재개발(269%)에 견줘 111%포인트 완화해 380%로 올린 결과다.
이렇게 되면 토지주 수익률도 민간 재개발 60.9%에 견줘 29.6%포인트 증가한 90.5% 수준으로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개발 과정에서 토지주라고 하더라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추가분담금’ 역시 기존 민간 재개발 사업 대비 30.3%까지 감소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국토부는 이들 사업 후보지의 투기 방지 대책도 내놓았다. 예정지구로 지정할 때 지구 지정 1년 전부터 지구가 확정될 때까지 해당 지구와 인근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정밀 분석해 투기성 거래가 포착되면 국세청이나 금융위원회, 경찰 등에 넘길 예정이다.
일단 선도사업 후보지가 포함된 서울 4개 구 14개 동의 최근 1년간 부동산 거래량과 가격추이를 조사한 결과 가격 급등 등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후보지 발표 이후 이상 거래가 포착되거나 시장 과열 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선도사업 후보지에 정부의 지원을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조속히 보여드리고 후보지에 대한 철저한 투기 검증으로 국민의 신뢰 아래 사업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국토부, 공공주택 입주자 모집 달력 공개
한편 향후 1년 동안 전국에서 공공주택 13만여 호가 공급된다. 40만 호 수준인 연간 주택공급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물량이다. 3월 31일 국토부가 공개한 ‘2021년 공공주택 입주자 모집 달력’에 따르면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년 동안 전국 375곳에서 12만 8653호에 대한 입주자 모집이 실시된다. 전체 물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 8만 2384호(64.0%)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되며 3만 2959호(25.6%)는 공공분양주택으로, 1만 3310호(10.3%)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물량이 집중되는 곳은 경기도와 인천으로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7만 2702호가 공급된다. 인천 검단(2746호), 파주 운정3(2052호) 등 105곳에서 공공임대 물량만 4만 276호가 풀린다. 양주 회천(3168호), 양주 옥정(2049호) 등 28곳에서는 공공분양 물량 2만 3355호가 공급된다.
서울은 6792호가 공급되는데 고덕강일 등 46곳에서 영구·국민·10년임대·장기전세 등 공공임대주택 4540호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3329호는 수서 지역 등에서 행복주택으로 공급된다. 지방에서는 아산 탕정(2935호), 양산 사송(1709호) 등 공공임대주택 3만 7568호와 대전 청동3(2751호), 익산 평화1(819호) 등 17곳 9014호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공주택 입주자 모집 달력은 2021년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국토부는 앞으로 해매다 연초에 공공주택의 연간 입주자 모집 일정을 ‘달력’ 형태로 공개할 계획이다. 해당 정보는 마이홈포털(www.myhome.go.kr)의 ‘공공주택찾기’→‘연간공급계획’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공주택 입주 신청은 해당 지역 주택공급기관 누리집에서 이뤄진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