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월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은 뒤 부인 김정숙 여사의 접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월 23일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날은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이 이뤄지는 첫날이다.
문 대통령의 예방접종은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것으로 3월 17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필수목적 출국을 위한 예방접종 절차’에 따라 시행됐다. 이 절차에 따르면 ▲공무상 국외 출장, 해외파병 군인, 재외공관 파견 등 국방·외교 등 국익과 직결되는 업무 수행 ▲공익 목적, 중요한 경제활동(국익·사회적 시급성) 등을 위해 단기(3개월 이내) 국외 방문하는 경우 각 부처의 심사와 질병관리청의 승인 절차를 통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종로구보건소를 G7 출국 대표단 예방접종 실시기관으로 지정했고 문 대통령 내외는 대통령 전담 병원(국군서울지구병원)에서 접종을 받기보다는 다른 대표단 구성원들과 함께 접종을 희망함에 따라 이곳에서 대통령비서실 직원 등 9명이 동행해 예방접종을 받았다.
이날 문 대통령 내외를 포함해 11명이 함께 예방접종을 받은 것에 대해 청와대는 접종 현장에서 폐기량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량도 활용하라는 방침에 따라 접종기관인 종로구보건소에서 1바이알(병)당 11도즈(회) 접종이 가능하다고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부부의 예방접종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제가 맞아보니 안심해도 된다”
문 대통령은 3월 24일 예방접종과 관련 누리소통망(SNS)에 남긴 글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간이 더 남아있긴 하지만 만 하루와 7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별 탈이 없다”며 “제가 맞아보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3월 23일) 밤늦게 미열이 있었는데 머리가 아프거나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비 차원에서 해열진통제를 먹고 잤더니 아침에는 개운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평소 고혈압인데 혈압에도 아무 영향이 없는 듯 하다”며 “아내는 독감 접종에도 부작용을 좀 겪는 편인데 이번에는 저처럼 밤에 미열이 있는 정도였고 오히려 독감 접종보다 더 가벼웠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함께 접종받은 11명 모두 아무 이상이 없거나 가벼운 미열이나 뻐근함 정도가 있었다는 것이 전부”라며 “사람에 따라서 증상이 심한 분들도 있지만 면역이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끝내주기 바란다. 전 세계가 공인하는 백신의 안전성을 논란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도록 국민께서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3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를 믿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예방접종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우리가 목표로 삼은 집단면역 형성은 결국 국민 여러분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며 “순서가 왔을 때 주저하거나 미루지 말고 ‘나부터 먼저’라는 마음으로 접종에 참여해야 모두가 원하는 일상 회복을 하루라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가 개별 계약을 맺은 화이자 백신 첫 도입 물량 50만 회분이 국내에 도착했다”며 “이번에 들어온 백신은 4월 초부터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접종받게 될 것”이라며 “고령층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이야말로 감염병으로부터 우리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보호막”이라며 “전국의 지자체는 접종대상자 확정 및 안내, 접종센터 개소, 의료 인력 확보, 모의훈련 등 4월부터 시작될 어르신 예방접종을 빈틈없이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혈전과 연관성 없음 확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3월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79%의 높은 예방 효과를 보였다”며 “세계보건기구 또한 이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고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간의 연관성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미국을 비롯해 칠레·페루 등에서 지원한 3만 2000여 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예방 효과는 평균 79%로 나타났다. 이는 앞서 영국 등에서 이뤄진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평균 약 70%를 웃돈다. 또 감염자가 입원이 필요한 중증으로 빠지는 상황을 막는 효과는 100%에 이르렀다. 이는 백신을 맞은 임상시험 참가자 중에는 중증 환자가 생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앞서 3월 22일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혈전 발생 논란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백신과 혈전 생성 간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단장은 “우리는 모두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며 “그 첫 번째 조건은 집단면역의 확보로서 백신은 우리 사회 집단면역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며 예방접종은 의학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건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