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를 최근 발간한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김병희
<디지털 시대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 저자 김병희 교수 인터뷰
“태풍이 불면 어떤 이는 담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단다.”
태도의 차이를 설명할 때 쓰는 네덜란드 속담이다. 태풍을 위기로 인식한다면 담을 쌓을 것이고 에너지를 얻는 기회로 인식한다면 풍차를 세울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광고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는 이를 기회로 인식해 바람을 타고 높이 올라가지만 어떤 이는 담 뒤에 숨어 시대의 흐름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 분야의 실무자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저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는 이런 고민의 해답이 돼줄 〈디지털 시대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를 최근 발간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마련한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2020년 7월 발표한 가운데 디지털 뉴딜 정책이 향후 어떻게 광고·마케팅 시장을 변화시킬지, 또한 디지털 뉴딜 정책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기 위한 전문가 제언을 듣기 위해 김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광고학회 제24대 회장과 한국PR학회 제15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정부광고자문위원장과 서울브랜드위원장을 맡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 표지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뉴딜’은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교육 인프라 디지털 전환, 비대면 사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측면에서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런 정부의 디지털 뉴딜 강화 방향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지요?
=한국판 뉴딜은 2025년까지 국비를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경기회복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강화는 시의적절해 기대할 만한 대목이 많아요. 데이터 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요약되는 사업들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크게 환영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디지털을 강조하지만 정작 많은 이들이 모바일, 스마트, 온라인, 디지털의 명확한 개념 차이를 잘 모릅니다. 제가 <디지털 시대의 광고 마케팅 기상도>를 쓰게 된 계기도 개념의 혼선을 바로잡기 위해서였죠. 모바일은 기기의 특성을, 스마트는 기술적 특성을, 온라인은 네트워크의 특성을, 디지털은 0과 1이라는 이진숫자열의 특성을 나타냅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은 모바일과 스마트를 포괄하지만, 디지털의 하위개념에 속합니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관통하는 열쇠말은 ‘디지털 대전환’과 ‘디지털 포용’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대전환을 이뤄내 그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 대전환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디지털 포용’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정부에서 스마트 뉴딜이라고 하지 않고 디지털 뉴딜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그래서 매우 타당합니다.
▶대표적인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인 ‘여기어때’와 ‘배달의민족’ 누리집
-산업 육성 차원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소비자의 구매 활동을 도와주는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이 대세입니다. 배달의민족, 카카오T, 직방 등이 대표적인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업이지요.
=전자, 바이오헬스, 미래 자동차, 정보통신기술, 기계, 로봇, 조선해양 등 7대 산업은 국가적으로 글로벌 O2O로 육성할 분야입니다. 이 산업을 육성하려면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제품 개발을 위한 제품 혁신, 스마트 공장 중심의 공정 혁신, 온라인 판로 지원 등 여러 분야를 지원해야 합니다. 기존의 대면 사업 지원을 넘어 비대면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정부가 지원해야죠. 특히 정책자금을 사용하는 지침에 O2O를 비롯한 플랫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용 항목을 추가해야 합니다. 말로만 지원한다고 하고 정책자금의 사용 지침에 그 항목이 빠져 있으면 의미가 없어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행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생겨난 독점 시장인지 아닌지를 면밀하게 따져보고 만약 자연스럽게 생겨난 독점 시장이라면 그에 따르는 규제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분석해야 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기여와 피해에 대한 충분한 증거, 시장의 자연 치유 가능성, 잘못된 규제의 피해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죠. 이를 위해 기술혁신 추세는 물론 시장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다음 규제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쇼핑·배달·숙박 같은 디지털 플랫폼 입점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상공인이기에 환경을 조성해 보호해야죠. 경쟁 정책에 있어 중요한 철학은 경쟁자의 보호가 아니라 ‘경쟁 환경’의 보호입니다.
▶덤터기 비용 100% 보상책임제, 현장 비용 포함 전액 카드결제 등 거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책임지는 소비자 보호 구조를 구축해 주목받는 가전 설치 중개플랫폼 ‘쓱싹’ 누리집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이 소비와 구매 패턴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서비스 지연이나 서비스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책에서 소비자 보호의 책임을 확대하고 피해 보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사례가 국내외에 있는지요?
=당연하죠. 사례도 갈수록 늘고 있어요. 2017년 3월 해킹으로 모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건 발생 후 여기어때 측은 공식 사과와 함께 보안 수준을 강화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지만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 이렇다 할 보상안을 제시하지 않아 피해자들의 공분을 샀어요. 그런데 가전 설치 중개 플랫폼 ‘쓱싹’은 2020년 10월에 서비스 구조를 대폭 개편해 ▲덤터기 비용 100% 보상책임제 ▲현장 비용 포함 전액 카드 결제 등 거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책임지는 소비자 보호 구조를 구축했어요. 기존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의 한계를 보완해 밀착형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으로 개편한 거죠. 환불 요청 등 문제 발생 건수는 현재까지 0건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소비자 보호를 확대하고 피해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접지역의 주문을 공유함으로써 배송 지연을 걱정할 필요 없는 안정적인 배달 환경을 제공하는 배달대행 연합 브랜드 ‘만나플러스’ 누리집
-전통 미디어의 광고 효율성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다중채널 네트워크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다중채널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광고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협찬을 받아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뒷광고’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국회가 이른바 ‘유튜브 뒷광고 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을 발의하기도 했지요.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뒷광고란 인터넷 유명인(인플루언서)이 특정 업체로부터 협찬이나 금전 대가를 받고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알리면서 그런 사실을 표기하지 않는 콘텐츠를 말합니다. 2020년 8월, 모 패션 스타일리스트와 모 가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고 콘텐츠를 제작했으면서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이라고 말해 논란이 시작됐어요. 직접 샀다는 듯이 표현한 것이 문제였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을 2020년 9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협찬이나 광고 계약에 따라 방송한다면 유튜브 영상에서 ‘광고·협찬’이라고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부작용을 방지하려면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 사실관계가 있는 유튜버들을 표시광고법상 규제 대상의 사업자로 지정하고 모니터링 제도를 상시 운영해야 합니다. 인플루언서와 브랜드 관계자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구독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인플루언서가 간접광고(PPL) 같은 경제적 대가 여부를 정확히 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 지침’ 개정안이 2020년 9월 1일부터 시행됐지만 관련 법규를 다시 보완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진화된 형태의 뒷광고가 등장할 텐데 뒷광고에서 얻는 이익보다 법적 처벌이 강력하다면 규제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부당 광고, 유해 광고, 불편 광고, 뒷광고 같은 광고 유형을 모두 종합해 ‘부정 광고’라고 할 수 있는데 부정 광고는 내용과 형식도 문제지만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죠. 모두가 부정 광고를 퇴출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창업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이 계속 증가하리라 보이는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합니다.
=배달대행 연합 브랜드인 ‘만나플러스’는 인접 지역의 주문을 공유함으로써 배송 지연을 걱정할 필요 없는 안정적인 배달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로 창업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죠. 반려동물의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창업한 ‘알파도펫’은 반려동물의 눈, 치아, 귀, 피부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해줍니다. 호텔 장기 투숙 예약 플랫폼인 ‘호텔에삶’도 창업 플랫폼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의 새로운 플랫폼도 2021년 상반기에 나오는데요. 대표 포털에서 재창업하는 경우나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중소상공인 누구나 쉽게 쇼핑몰을 창업할 수 있고 무료로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비즈어드바이저’ 기능도 제공합니다.
일본에서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산하에 둔 A홀딩스가 2021년 3월 1일 경영 통합을 완료하고 향후 추진할 사업을 공개했는데요. 향후 집중할 분야로 쇼핑과 금융기술(핀테크), 공공, O2O를 선정했어요. Z홀딩스는 2023년까지 매출 2조 엔(약 21조 2000억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어요. 신생기업은 아니지만 새로운 O2O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니 창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