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석(왼쪽)·천홍석 공동대표
자율주행 로봇 제작업체 ‘트위니’
미래 사회를 전망할 때 로봇의 등장은 빠질 수 없다. 로봇이 대부분의 인간 노동을 대신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2021년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10대 유망 신산업의 하나로 ‘인간 공존형 물류 로봇’을 들었다. 산업계의 자동화시스템이 늘어나고 비대면 환경이 계속되면서 로봇의 활용도가 더욱 늘고 있다. 물류·서빙·배달·순찰 로봇 등 자율주행 로봇이 본격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로봇산업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인 디지털 뉴딜의 주요 과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가속화된 비대면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이다.
자율주행 로봇 전문 신생기업(스타트업) 트위니는 물류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에 선정한 아기유니콘(기업가치 1000억 원 미만의 혁신기업) 40개 기업에도 포함됐다.
트위니의 대표 로봇은 대상 추종형 로봇 ‘따르고100’과 자율주행 물류 로봇 ‘나르고100’이다. 사람을 따라다니는 추종 로봇 따르고는 원터치로 사용자를 인식해 효과적인 물류 적재가 가능하다. 이름 자체에 따른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3중 안전시스템으로 별도의 장치가 필요 없다. 나르고100은 다양한 물품의 효율적 운반을 도와주는 100㎏급 자율주행 운송 로봇이다. 물건을 싣고 목적지를 설정하면 알아서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해서 목적지까지 물건을 나른다. 레이저 거리 측정 센서와 초음파 센서를 통해 장애물과 거리를 인식한다. 배터리 충전으로 움직이는 따르고와 나르고는 사람이 걷는 속도인 초속 1.2m로 움직이며 한 번 충전에 최대 8시간 동안 작동한다.
▶나르고 500
‘따르고’와 ‘나르고’ 기술 합친 ‘잘따르고’
트위니는 나르고100을 기본으로 해서 ‘나르고500’과 ‘나르고60’ 등 작업 현장에 따른 다양한 사양의 로봇을 개발했다. 숫자는 적재 용량을 의미한다. 나르고60은 좀 더 가볍게 만들어 병원·사무실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르고500은 화물 운반대(팰릿)를 들어 올려 운반할 수 있는 로봇이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는 “트위니 자율주행 물류 로봇의 강점은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자율주행을 위한 어떤 인프라 구축도 필요 없다는 점”이라며 “대상 추종형 로봇 따르고100 역시 추종을 위한 별도의 디바이스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일반 자율주행 로봇의 경우 자기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 천장이나 바닥 등에 정보무늬(QR코드)나 마커를 표시해놓지만 나르고는 그런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따르고는 무거운 물건을 싣고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에 사람이 자유로운 두 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나르고는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기 때문에 불필요한 이동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 더욱 핵심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트위니는 최근 따르고와 나르고의 기술을 합친 로봇 ‘잘따르고’를 개발했다. 로봇이 사람을 따르다가도 때로는 자율주행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 물류 로봇이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물건을 운반한 뒤 자기 위치로 돌아갈 때는 자율주행으로 운행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천영석 대표는 “다양한 곳에서 수요가 있어 양산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위니의 또 다른 핵심 분야는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탈프(TARP)이다.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은 로봇 자율주행 기술과 다중 로봇 관제 및 자동업무배정 기술을 모듈화(기능별로 쪼개기)해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갖지 않은 서비스 기업이나 하드웨어 기업도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고 사업화할 수 있게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자율주행 로봇 나르고60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며 고층 빌딩·병원·사무실을 비롯한 실내와 택배·우편 배송에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천 대표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로봇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고 앞선 플랫폼 기술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천영석 대표는 “자율주행 로봇에서 가장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라며 “트위니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여러 자율주행 로봇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휴대전화의 안드로이드나 아이오에스(iOS)처럼 그 제품의 소프트웨어는 트위니가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르고 100
“사람들의 삶 편리하게 만들 수 있기를”
트위니는 현재 실내 자율주행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실내 환경은 실외보다 변수가 적고 안정적이지만 갖춰진 게 없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트위니 로봇 기술의 핵심이다. 천 대표는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로봇 산업에서 시장을 이끄는 자리를 차지한 뒤에는 실외의 자율주행 자동차 쪽으로 영역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니는 천홍석·영석 쌍둥이 형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회사 이름도 쌍둥이라는 뜻에서 나왔다. 형인 천홍석 대표는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석사·박사과정을 마쳤다. 로봇 관련 논문을 4개나 쓸 정도로 전문가다. 동생 천영석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8년여 동안 관련 업무를 맡았다. 천홍석 대표는 기술 개발 분야를 책임지고 있고, 천영석 대표는 마케팅과 재무 등 경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5년 창업한 트위니는 ‘2019 로보월드’에서 따르고와 나르고를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로봇의 성능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자율주행하고 로봇 알고리즘을 개발한 기술력이 돋보였다. 국내 로봇 업체는 대부분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로봇운영체계(ROS)를 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신생기업인 트위니가 로봇운영체계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이다. 2020년 6월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비대면 시대의 핵심요소로 떠오르는 물류 로봇 업계의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대전에 있는 트위니 본사를 찾기도 했다.
2020년 1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트위니는 2021년 매출 목표를 70억 원으로 잡았다. 2020년 하반기에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천영석 대표는 나르고·따르고·잘따르고가 백화점, 병원, 아울렛, 물류창고, 공장 등 물건 운반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상용화돼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연구개발 중심 기업이기 때문에 사업화 부족이 가장 당면 과제로 부족한 사업화 부문 문제는 협력사와 협업을 통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나르고 60
“목표는 세계적인 원천기술 기업이 되는 것”
오래전부터 성장해온 로봇산업은 최근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물류 창고·공장뿐 아니라 병원 등에서도 높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천영석 대표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줄어드는 일자리 분야가 생겼지만 넓게 보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다고 본다”며 “트위니 로봇이 일자리 창출과 더욱 나아진 근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영석 대표는 “트위니의 목표는 세계적인 원천기술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독보적인 자율주행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모든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만들진 않아도 모든 자율주행 기술은 트위니의 기술에 기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자율주행 로봇계의 안드로이드가 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자율주행 로봇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천영석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자율주행 로봇이 엘리베이터와 기술적 연동은 해결됐지만 엘리베이터 업계와 자율주행 로봇산업 간의 연동은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산업 간 연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로봇 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 정부가 산업 간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이찬영 기자, 사진 트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