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가 살았던 고시원. 그는 10년 넘게 노숙과 옥탑방, 고시원을 전전했다.
▶2020년 주거상향 지원을 통해 이주하게 된 서울 서초구 소재의 전세임대주택
▶‘집다운 집’에서 이 씨의 삶은 다시 시작되었다.
고시원에서 ▶▶ 공공임대아파트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겼어요. 우선은 소음이 안 나서 정말 좋고요. 화장실과 세탁기가 집 안에 있으니까 생활하기 참 편리해요. 매우 만족합니다.”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40대 후반 이철희(가명) 씨가 새로운 보금자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씨는 2020년 10월, 2년 가까운 고시원 생활을 접고 12평 규모의 아파트로 이주했다.
혼자 사는 이 씨는 신용불량자 신분이다. 20대에 회사 거래처 사람에게 당한 폭행으로 눈과 무릎이 크게 손상된 뒤로 일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다. 이 씨는 건설 현장을 떠돌며 일용직으로 일한다. 보증금 없이 월세 21만 원인 고시원 생활을 이 씨는 어떻게 벗어났을까?
열악한 형편의 이 씨에게 주거 상향을 이끈 손길은 2020년 6월에 찾아왔다. 시흥주거복지센터에서 이 씨를 ‘비주택 거주자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자로 발굴했다.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사업을 안내하고 신청하는 방법을 도왔다. 또 이주할 공공임대주택이 나오기까지 잠시 머물 원룸까지 마련해줬다. 이 씨는 2020년 10월 지금 사는 아파트로 이주했다. 보증금과 이사비는 물론이고 세탁기, 냉장고, 쌀, 생수 등의 생필품도 함께 지원됐다.
삶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사후관리도 이어졌다. 이 씨가 주거 다음으로 갈구했던 일자리 문제도 함께 찾아 나섰다. 그린시흥희망일자리를 통해 이 씨는 체력적으로 무리였던 건설 현장 일 대신에 거리 청소와 잡초 제거 일을 세 달간 할 수 있었다. 주 5일 40시간 근무로 매달 180만 원을 받았다. 지금도 이 씨는 건강 상태에 맞는 직업훈련과 공공 일자리 연계 지원을 제공 받고 있다.
▶보증금 없이 월세 21만원인 고시원 생활은 누울 자리가 전부였다.
▶정부의 ‘비주택 거주자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자로 발굴되어 아파트로 이주한 이 씨
▶화장실과 세탁기가 집 안에 있다는 것부터 행복하다.
노숙, 옥탑방 거쳐 ▶▶ 전세임대주택으로
“거리 노숙인으로 살다 옥탑방과 고시원을 전전했어요.”
2021년 71세가 된 이철수(가명) 씨는 최후의 주거 전선으로 내몰려 ‘집 아닌 집’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이기도 한 이 씨는 과거 건축업에 종사하다 사업에 실패해 길거리에서 7년 이상 노숙한 경험이 있다. 2016년에 노숙인 기관의 도움으로 보증금이 저렴한 옥탑방에 둥지를 틀었다. 그 뒤에 당뇨합병증으로 한쪽 눈이 실명되면서 층수가 높은 옥탑방을 떠나 고시원에서 거주했다.
이 씨는 ‘비주택 거주자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자 발굴 과정을 통해 대상자로 선정됐다. 동작주거복지센터에서는 1대 1 상담을 하고 현장을 동행하며 희망주택을 물색하며 이사와 생필품을 지원하는 등 이 씨가 주거 빈곤 고리를 끊고 인간다운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전 과정을 도왔다. 그 결과 이 씨는 서초구 소재의 전세임대주택으로 2020년 주거상향 지원을 받았다.
이 씨의 자립과 정착을 돕는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세임대주택이 평생 주거환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내하며 다음 주거상향을 위한 주택청약 가입을 독려했다. 또 공공임대주택 공고가 뜨면 문자로 알리고 청약 접수도 도왔다. 이 씨가 안정적인 주거 확보를 하는 그날까지 지원은 계속된다.
▶문 씨가 살았던 풍조장여관
▶주거상향으로 입주한 매입임대주택. 입주 신청부터 집수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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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서 ▶▶ 공공임대주택으로
“잠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어요.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춥거든요.”
부산 남구 대연동에는 중장년층의 비주택 거주자들이 묵고 있는 ‘풍조장여관’이 있다. 풍조장여관은 한 층에 15개의 호실로 구성되어 있다. 여관방은 성인 남자 한 명이 겨우 누울 공간이 전부다. 풍조장여관에서 여든 살 문세현(가명)씨는 3년을 살았다.
비주택 거주지에서 힘겹게 살던 문 씨에게 2020년 6월 삶의 희망이 빛나기 시작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비주택 거주자 주거상향 지원사업’ 대상자로 발굴된 것이다. 관할인 용호종합사회복지관은 문 씨를 찾아가 상담했고, 공공임대주택 입주 신청 서류 작성과 접수를 도왔다. 또 결식예방을 위해 입주 자격이 나올 때까지 주 2회 도시락 배달도 지원했다. 4개월 뒤인 10월, 문 씨는 매입임대주택을 계약했다.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집수리를 마친 11월 초에 새 보금자리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집을 구해주는 것이 끝이 아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문 씨는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을 권유받았다. 주민 모두가 함께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며 수확한 작물로 자조 모임을 가지도록했다. 이는 ‘이웃과 함께하는 공유밥상 공동체’ 옥상텃밭 프로그램이다. 입주 뒤에도 지역복지 서비스가 단절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적응 과정을 지원한다.
“나라에서 큰 도움을 줘 제가 이곳에 있는 것 같아요. 모두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문 씨의 따뜻한 일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입주 첫날 박재범 부산시 남구청장, 문수복지재단 이사장 지원큰스님 등으로부터 큰 축하를 받았다.
▶‘이웃과 함께하는 공유밥상 공동체’ 옥상 텃밭 프로그램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국토교통부
‘주거취약계층’ 이주 돕기 2021년에도 계속된다
쪽방이나 고시원 등에서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의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는 주거상향 지원사업이 2021년에도 계속된다. 국토교통부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사업 지방자치단체 공모를 통해 서울과 경기도, 인천, 대구 등 12곳을 사업시행 선도 지자체로 선정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와 양천구, 경기도에서는 광명시와 수원시, 인천은 미추홀구가 선도 지자체로 선정됐다.
쪽방·고시원 등 열악한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취약계층의 경우 주거지원 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공공임대주택 이주 과정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이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지자체·공공기관 등과 함께 현장 중심의 이주지원 체계 마련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2020년에 신규 사업으로 선도 지자체와 함께 주거취약계층의 발굴과 임대주택 입주·정착에 이르는 과정을 현장 밀착 지원하는 주거상향사업을 시행했다.
아울러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등의 비주택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이주할 때 부담이 되었던 보증금(50만 원), 이사비(20만 원)·생활집기(20만 원)도 주거복지재단·서민주택금융재단 등과 협력해 지원하고 있다.
또 공공임대주택 입주 상담과 계약서 작성·주택 매칭 등 일련의 과정을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담 지원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주지원센터도 신규 개소(50곳)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16년 1070가구, 2017년 1098가구, 2018년 1638가구, 2019년 3905가구에 이어 2020년에는 5502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주거취약계층에 우선 지원했다.
국토부는 2021년에도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사업 지자체 공모를 거쳐 12개 지자체를 사업시행 선도 지자체로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지자체는 주거복지센터, 사회복지관 등 지역 복지 역량을 활용해 임대주택 이주 희망자를 발굴한다. 1대 1 상담 등으로 발굴한 임대주택 이주 희망자에 대해서는 현장에 동행, 희망주택 물색 과정 등을 밀착 지원한다. 공공임대주택 입주 후에도 지역복지 서비스가 단절되지 않도록 주거상향사업 시행 지자체별로 특화사업을 운영해 지역사회 적응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2020년 하반기 주거취약계층 이주지원 대상으로 추가된 반지하 거주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지원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회 약자인 주거취약계층이 주거복지 사각지대로 소외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주거복지 전달 체계를 구축하고 지자체와 협업으로 지역 복지 역량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