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동주택의 2021년 공시가격이 전년과 비교해 19%가량 오른다. 공시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국 공동주택의 92.1%를 차지하는 6억 원 이하 주택은 재산세 특례세율을 적용받아 재산세가 감면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3월 15일 아파트·다세대·연립과 같은 전국 공동주택 1420만 5000호에 대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했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19.08% 상승해 2007년(22.7%)에 이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시가격은 전년도 12월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은 70.2%로 전년도 69.0% 대비 1.2%포인트 올라 현실화 계획에서 제시한 목표와 같은 수준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시·도별로는 세종의 공시가격이 70.68% 올라 전국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세종은 2020년 국회 이전 등의 이슈로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경기(23.96%), 대전(20.57%), 서울(19.91%), 부산(19.67%) 등 4곳도 전국 평균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2019년도 부동산 경기가 반영됐던 2020년에는 대구, 울산, 충북, 경남 등 9곳의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하락했으나 2021년은 전국 모든 시·도의 공시가격이 전년보다 상승했다.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 즉 중위가격은 1억 6000만 원이었다. 시·도별로는 세종의 중위가격이 4억 2300만 원으로 서울(3억 8000만 원)을 처음으로 앞지르면서 전국 1위에 올랐다. 세종의 중위가격은 2017년 1억 8400만 원에서 4년 만에 3배 가까이 올랐다. 경기(2억 800만 원)는 처음 2억 원대로 올라섰다.
세액공제 확대로 1주택자 감면 혜택 커져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6억 원 이하 주택 비중은 2020년 95.1%(1315만 호)에서 92.1%(1309만 호)로 6만 호가량 줄었다. 공시가격 현실화 청사진(로드맵)에 따라 재산세 특례세율(0.05%포인트 인하)이 생기면서 전국 공동주택의 92.1%를 차지하는 6억 원 이하 주택은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국토부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보유세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보면,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2020년 11월 개정된 지방세법에 따라 오히려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다. 2020년 공시가격이 4억 6000만 원(시세 6억 6000만 원)이었던 아파트가 2021년 6억 원(시세 8억 6000만 원)으로 오른 경우 공시가격 상승폭은 30.4%에 이르지만 보유세는 2020년 101만 7000원에서 2021년 93만 4000원으로 8.2%(8만 3000원) 줄어든다. 저가일수록 보유세 감소폭이 커져 2021년 공시가격이 3억 1300만 원으로 전년보다 15.1% 오른 부산 북구의 K아파트(전용면적 84㎡)의 보유세는 2020년 48만 1000원에서 2021년 41만 1000원으로 14.5% 줄어든다.
이처럼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공동주택 보유세가 줄어드는 이유는 5~10년에 걸쳐 현실화율 90%를 목표로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서민·중산층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면서 정부가 중저가 주택 재산세 인하 조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일시적으로 납부 여력이 부족한 납세자를 지원하기 위해 분납 제도를 도입해 250만 원을 초과하는 세액에 대해서는 최대 2개월간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2021년부터 변경되는 세액 공제 확대 등으로 요건에 해당되는 1주택자는 감면 혜택도 커진다. 만 60세 이상 고령자는 연령대별로 20~40%의 공제 혜택을 받고 5년 이상 장기보유자도 보유 기간에 따라 20~50%의 공제를 받는다. 장기보유와 고령자 공제의 합산 상한도 80%로 확대된다.
1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한 경우에도 1세대 1주택자로 신청할 수 있게 돼 공시가격 9억 원 기본공제 및 고령자·장기보유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보유세의 전년도 대비 증가분이 50% 이내로 제한된다.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지역가입자 89%는 보험료 줄어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건강보험료 부담완화 방안도 마련돼 11월부터 적용된다. 현 제도에서는 세대당 평균 약 2000원의 월 보험료가 증가할 수 있지만 정부는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정 시 재산공제를 500만 원 추가 확대해 보험료를 낮출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지역가입 세대의 89%인 730만 지역가입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월평균 2000원 인하될 수 있다. 현재 세대당 평균 보험료는 월 11만 1293원인데 공시가격 변동에 따라 11만 2994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나 공제 금액이 확대되면 11만 1071원 수준으로 낮아져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 원(재산세 과표 5억 4000만원, 시세 약 13억원) 이상이면서 연소득이 1000만 원 이상이거나 공시가격이 15억 원(시세 약 20억원) 이상인 사람은 피부양자 자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피부양 자격에서 제외될 경우 12월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신규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공시가격 변동으로 피부양자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약 1만 8000명(0.1%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들 대부분이 고령층인 여건을 고려해 2022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신규 보험료의 50%만 부과할 방침이다.
2022년 7월부터는 건강보험료 2단계 부과체계 개편에 따라 공시가격에 따른 보험료 변동 영향이 축소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공제가 재산 규모에 상관없이 5000만 원 일괄 공제로 확대돼 공시가격에 영향을 받는 재산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 낮아지고 피부양자에서 제외돼 신규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경우에 대한 보험료 감면도 제도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4월 5일까지 소유자 등으로부터 의견을 받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4월 29일 결정·공시할 예정이다. 공시가격안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누리집(www.realtyprice.kr)과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