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4월 14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와 환담에서도 “한국 정부의 우려를 본국에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의 신임장 제정식 직후 가진 환담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한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이런 우려를 본국에 잘 전달해달라”고 고이치 대사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 발표에 대응해 오염수 유입 감시와 수산물 안전 관리를 중점 추진한다. 이에 따라 주요 해역에 대한 해양 방사성물질 조사 횟수를 늘리고 일본에서 기항하는 선박이 일본 해역에서 평형수를 싣고 국내로 입항하는 상황도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오염수 해양 방출로 인한 해양환경 보호와 수산물 안전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4월 13일 밝혔다.
우선 전국 연안 해역에 방사성물질 감시망을 촘촘히 해 스트론튬, 세슘, 삼중수소 등 원전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국내 해역 유입을 면밀히 감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2020년 항만 조사정점 7곳을 추가해 전체 정점을 총 39곳으로 확대한 바 있다. 아울러 2021년은 동·남해 및 제주 등 주요 해역의 13개 정점에 대해 연간 조사 횟수를 4회에서 6회로 늘려 해양방출 전·후의 바다 환경 변화를 선제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선박평형수로 원전 오염수 유입을 대응하기 위해 이에 대한 지속적인 방사능 조사와 함께 오염수 영향권에 있는 일본 항만에서 기항하는 선박도 중점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해양 방출을 실제로 진행하면 후쿠시마와 인근 미야기·아오모리·이와테·이바라기·치바현 등 모두 6개현 17개 항만에 대해 우리 선박의 기항을 최대한 피할 계획이다. 기항이 불가피한 경우 우리나라 영해 수역 바깥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한 후 입항하도록 하는 세부 방안을 시행한다.
해수부는 현재 원전사고 지역인 후쿠시마현과 인접 지역인 미야기현에서 선박평형수를 주입하고 우리나라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서는 선박평형수 내 방사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후쿠시마 인근 4개현에서 선박평형수를 주입하고 우리나라에 입항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연 2회에 걸쳐 주기적으로 조사 중이다.
오염수 국내 영향 최단 시간내 분석·공개
이와 함께 원전 오염수의 영향 예측도 고도화한다. 해수부는 일본 정부 등으로부터 해양 방출에 관한 세부 정보를 입수하는 즉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통해 원전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의 국내 해역 유입 여부, 유입 시기 및 농도 등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최단 시간 내에 과학적으로 분석·공개할 계획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로 수산물 안전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양경찰청 및 지자체 등 관계 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수산물 안전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본산 등 수입 수산물에 대한 유통 이력 관리와 원산지 단속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원산지 위반 적발 실적과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수산물 등을 중점 품목으로 지정해 수입업체, 유통업체, 음식점 등 소매업체를 대상으로 연중 중점적으로 단속한다. 수입 수산물을 국내에서 거래하는 경우 유통 단계별 거래명세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유통 이력 관리제’는 현재 17개 품목이 고시돼 있으며 이 중 가리비·멍게·참돔·방어·명태·갈치·홍어·먹장어 등 8개가 일본산 수입 품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해양환경 보호와 수산물 안전 관리를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에 적극 대응하는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계획”이라며 “오염수로부터 안전한 우리 수산물의 소비가 위축되지 않도록 소비촉진 방안을 강구하고 막연한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 전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건강 위해 끼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수용 불가”
앞서 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출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4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외교부, 해수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연 뒤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주변 국가의 안전과 해양 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특히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번 결정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대를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정부에 대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해양 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에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는 동시에 객관적 검증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구 실장은 “국제 검증을 통하거나 한국의 과학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피해가 발생하면 그에 따라 배상이나 중단 요구 등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철저한 검증으로 과학·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해역에 방사능 유입 감시를 한층 강화하고 수입 식품 방사능 검사와 함께 원산지 단속을 보다 철저하게 이행·점검하기로 했다. 또 방사성 물질 해양 확산 평가, 건강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평가 등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철저히 예측하고 분석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