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윤리를 레이싱 게임과 퀴즈를 통 해 배우는 ‘달려라 인터넷 세상 지킴이’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악성 댓글을 남기는 것은 괜찮다.’ ○× 당신의 선택은?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과학관 3층에 마련된 ‘인터넷 윤리 체험관’의 인기 게임에 나오는 퀴즈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퀴즈를 풀면서 2분 안에 목적지인 올바른 인터넷 세상에 도착하는 게임이다. 달리는 길에 ‘연예인에 대한 소문은 친구들과 나눠봐도 괜찮다’ ‘악성 댓글을 달고 인터넷의 뜬소문을 전파하는 것은 사이버 폭력이다’ 같은 ○× 퀴즈가 장애물처럼 튀어나온다.
운전 경력 20년 차인 내겐 “껌이겠거니” 했건만 오판이다. 머리와 손이 따로 논다. 차량은 장애물에 걸리거나 급작스러운 코스 변경에 뒤집히고 도로 아래로 떨어진다. 몇 번을 다시 도전했지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없었다. 시작부터 좌절을 안겨준 이 게임은 ‘달려라! 인터넷 세상 지킴이’다. 현장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인기 아이템”이란다.
가상현실 활용 올바른 인터넷 문화 배우기
인터넷윤리체험관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같은 최신 기술을 활용한 놀이와 체험으로 올바른 인터넷 이용 문화를 배우는 공간이다. 현재 전국에 5곳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 성남(한국잡월드 4층 직업세계관), 부산(국립부산과학관 2층 상설전시관), 광주(국립광주과학관 2층 상설전시관), 대전(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관 1층) 그리고 서울(서울시립과학관 3층 R전시실)에 있다. 더불어 사이버 체험관(www.projectrainbow.co.kr)도 개설돼 있다.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고 체험관을 순서대로 둘러봤다. 입구 왼쪽 벽면은 정보 마당이다. 인터넷의 가장 대표적 부작용인 ‘사이버 폭력’을 마주한다. 사이버 폭력의 정의와 유형 8가지와 대처방안을 학습할 수 있다. 또 인터넷 윤리에 대한 중요성과 건전한 인터넷 활용에 함께하자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전시는 웹툰이다. 이곳에서도 ‘사이버 폭력’을 이야기한다. 사이버 폭력 유형 중 청소년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이버 따돌림’이 소재다. 반 단체 채팅방에서 한 친구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 방관하던 주인공이 용기를 낸다. 잘못을 반성하며 친구를 돕는다. 다시 반 아이들 모두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됐다. 홀로그램(3차원 입체사진) 기술을 이용한 웹툰 이야기는 더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 홀로그램 웹툰에선 ‘사이버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를 3차원 영상으로 보여준다.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이 등장해 올바른 인터넷 윤리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3차원 영상이기에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다. 폭력이라고 하면 우선 신체적인 폭력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인 인터넷상에서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신체적인 폭력은 몸에 상처를 남기지만 사이버 폭력은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홀로그램 웹툰은 자신과 주위 친구들을 한번 돌아보고 사이버 폭력 방관자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다음은 ‘아인세 야구’ 게임이다. 이용자가 포수 복장을 하고 운동장 위에 서 있다. 두 팔을 옆으로 들어 올리면 체험이 시작된다. 빨간 부분은 악의적 댓글(악플), 초록색 부분은 선한 댓글(선플)이 날라오는 공간이다. 초록색 부분에 손을 대면 선플을 잡는다. ‘아인세 야구’는 팔 움직임을 인식해 이용자가 포수가 돼 화면에 나타나는 선플을 받아내는 상호작용형 콘텐츠다. 체험을 통해 인터넷 세상에서 써도 괜찮은 말과 쓰면 안 좋은 말을 배운다.
▶‘아인세를 지켜라’ 사이버 폭력에 위협받고 있는 아인세를 구출하는 게임형 콘텐츠
▶AR+VR 환경의 야구 게임. 사용자가 포수 복장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선플을 받아내는 체험형 콘텐츠
강아지 찾으며 인터넷 정보 변별력 습득
두 팔을 들어 공 잡는 동작을 했을 뿐인데 은근히 체력이 소모된다. “이놈의 저질체력.” 잠시 쉬고 싶다고 생각할 때 ‘댕댕이(강아지)’가 꼬리친다. 산책하러 나왔다가 읽어버린 ‘댕댕이 찾기’를 체험하는 자리다.
시작 버튼을 눌렀다. 두 선택지가 화면에 뜬다.
‘A. 무작정 강아지가 간 길을 쫓아간다’
‘B. 누리소통망(SNS)에 업로드해 도움을 요청한다’
B를 선택했다. 댕댕이 사진과 함께 올라간 글에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함께 걱정하고 위로하고 게시글을 공유해 주변에 널리 알리고 직접 찾아 나서기까지 한다. 그러는 와중에 2개의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A. [사진]이 첨부된 메시지를 확인한다’
‘B. 확인되지 않은 주소의 전용 누리집 주소(URL)이 첨부된 메시지를 확인한다’
A를 선택했다. 댕댕이가 식당 앞에 서 있는 사진이 보인다. 동일한 식당 이름으로 두 곳이 검색된다. A는 식당 간판이 걸린 외관 사진과 함께 식당 이름과 주소, 영업시간, 전화번호, 업종, 별평점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B는 식당 이름과 주소뿐이다. A를 선택했다. 결과는? 댕댕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 댕댕이 주인은 감사 인사를 누리소통망에 올렸고 따듯한 댓글이 쏟아진다.
‘댕댕이 찾기’는 화면을 보면서 지시하는 대로 버튼을 눌러 응답해야 한다. 이용자가 선택해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체험형 게임이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 여러 상황에서 인터넷 세상의 정보를 변별력 있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체험관 곳곳에는 기분 좋게 반기는 동물 친구가 있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아인세)’ 소개존에서도 중간에 체험하는 게임 속에서도 웃으며 반긴다. 웰리로 불리는 인터넷 윤리 캐릭터 고래다. 웰리는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 세상을 헤엄치며 나쁜 정보는 잡아먹고 좋은 정보와 착한 댓글은 뿜어내는 특기가 있다. 네온사인으로 눈부시게 설치된 웰리 캐릭터가 있는 포토존에서 잠시 포즈를 취해보자. ‘내 손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이란 글귀를 되새겨보게 된다.
▶아인세 소개존
▶방문객 사용자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
▶인터넷윤리체험관을 찾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인터넷 더럽히는 나쁜 정보 없애는 게임도
다시 게임이 이어진다. ‘아인세를 지켜라!’ 임무가 떨어졌다. 내가 함장이 돼 인터넷 세상을 더럽히는 나쁜 정보들을 없애는 게임이다. 주어진 시간은 60초.
저작권 침해, 데이터 뺏기, 사이버 따돌림, 가짜정보 퍼뜨리기, 유해 사이트 이용, 콘텐츠 불법 이용, 악성 댓글, 불법 동영상 보기, 거짓 소문내기, 개인정보 유출 등 잘못된 인터넷 이용으로 발생한 오염 덩어리들이 정보의 바다 속으로 침투한다. 오염 덩어리들을 날려버릴 잠수정을 원격조종한다. A버튼을 눌러 대포를 발사한다.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오염 덩어리에 잠수정 화력이 약해진다. B버튼을 눌러 웰리 대포를 터뜨렸다. 떠다니는 모든 오염 덩어리가 싹 사라진다. 다시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이 됐다, 생각하는 순간 또다시 오염 덩어리들이 몰려온다. “으악” 하는 탄식이 새어나오며 게임이 끝났다.
아쉬움에 주변을 둘러보니 체험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경기 부천에서 온 학생은 오늘이 세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방문한 어린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다. 어른인 필자 또한 인터넷 윤리 체험관이 따분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말과 글로 배우는 주입식이 아닌 게임을 통해 재밌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됐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논란이 뜨거운 요즘 아이들은 사이버 학폭에 시달리고 있다.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나타나는 공격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단체로 욕설을 퍼붓는 ‘떼카’(떼지어 카톡), 원치 않아도 채팅방에 계속 초대하는 ‘카감’(카톡감옥), 또 역할놀이를 강제하는 ‘멤놀’(멤버놀이) 등 기상천외한 사이버상 괴롭힘이 가해지고 있다. 인터넷 윤리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인터넷윤리체험관 관계자는 “인터넷윤리체험관은 이용자가 인터넷 윤리를 게임 형식을 빌려서 체험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아직도 인터넷 윤리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 캠페인, 체험 등으로 인터넷 윤리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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