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로 선정된 경기 광명·시흥 일대 모습│한겨레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토지개발, 주택업무 관련 부처·기관의 해당 직원은 원칙적으로 일정한 범주 내 토지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토지거래의 경우에는 신고하도록 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비공개 및 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해 투기하는 행위 등 4대 부동산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범죄행위로 얻은 이득 이상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김대지 국세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는 회의 직후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최근 부동산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가장 공정하고 스스로에게 엄정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경제를 책임지고 공공기관 관리까지 종합하는 책임장관으로서 국민들께 깊은 마음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합동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부동산 투기가 확인될 경우 수사의뢰, 징계조치 등 무관용 하에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탈 예방대책은 물론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시스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등록제 등 상시 감시 체제 도입
이에 따라 우선 정부는 토지개발, 주택업무 관련 부처나 기관의 해당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일정한 범주 내 토지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토지거래의 경우에는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하나로 부동산등록제 등 상시 감시 체제의 도입을 검토한다.
개인의 일탈 동기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도록 하고 중대한 일탈시 기관 전체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윤리경영, 공정경영 등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도 더 엄정하게 운영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커다란 실망은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난 불법과 편법, 불공정에 대한 감정이 함께 표출된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을 어지럽히는 중대한 시장교란 행위는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비공개 및 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하여 투기하는 행위 ▲부동산 거래질서를 위협하는 담합 등 시세조작행위 ▲허위매물과 신고가 계약후 취소 등 불법중개 및 교란행위 ▲내 집 마련 기회를 빼앗아가는 불법전매 및 부당청약행위 등을 4대 시장교란행위로 지목했다.
정부는 이들 4대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도 강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부당이득 회수는 물론, 자본시장법상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참고해 범죄행위로 얻은 이득 이상이 환수되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443조)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을 고쳐 이와 같은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불법행위자는 시장에서 퇴출을 추진한다. 특정경제범죄법에 상응, 관련기관 취업을 일정부분 제한하고 부동산 관련업종의 인허가 취득도 제한해 부동산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3월 9일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연합
“83만 호 공급대책은 차질없이 추진”
정부는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토지 투기 의혹에도 83만 호를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대책)을 포함한 주택 공급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3월 중 2·4대책 후보지와 지난 8·4대책에 따른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를 공개할 계획이다. 4월 중에는 2차 신규 공공택지 입지를 발표하고 6월에는 2020년 11월 전세대책에서 새롭게 도입한 공공전세주택의 입주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한다.
홍 부총리는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겠다”면서 “정부는 잘못된 과오와 상처는 그것대로 치유해 나가면서도 부동산정책의 기본원칙과 방향 그리고 세부대책은 흔들림없이 일관되게 지키고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불법, 편법, 불공정한 행위는 걷어내고 시장수급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며 이에 기반해 부동산시장 안정세가 확실히 견지되도록 해나가겠다”며 “국민들께서 정부와 부동산정책에 대해 믿어주시고 힘을 모아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국토부와 LH 임직원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최근 5년치 부동산 취득 현황을 파악 중이다. 이를 통해 공직자 등이 3기 신도시와 과천 과천지구, 안산 장상지구 땅을 택지 지정 전 매입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성 투자를 한 것으로 의심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LH·국토부 조사결과… 투기 의심 7명 추가 총 20명
정부는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와 LH의 전 직원 1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3월 11일 밝혔다. 당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 외에 7명이 추가로 적발된 것이다. 이번에 확인된 투기 의심 사례는 주로 광명·시흥 지구에 집중됐고, 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서도 발견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총리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토지 외의 주택 거래내역을 확인했다”며 “대부분이 아파트로 고양시 행신동과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 거래내역 모두를 특별수사본부에 이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토부와 LH 임직원에 대한 조사에 이어 경기·인천의 기초 지방자치단체, 지방공기업 임직원의 토지 거래를 조사할 예정이다. 국토부와 LH 임직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해선 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하도록 했다.
정 총리는 “정부는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운 공기업과 공무원들의 범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며 “정부는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서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3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검경 ‘LH 투기의혹’ 수사 협의체 구성
검찰과 경찰이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협의체를 구성, 관련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는 등 빈틈없는 사법 처리를 위해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신도시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가수사본부, 18개 시·도경찰청, 관계기관 인력 등 총 77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의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다.
정부는 3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검·경 수사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논의에 따라 국가수사본부와 대검찰청 간 협의체가 구성된다. 정부는 법령에 규정된 ‘수사기관협의회(대검 차장-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를 구성하고 국수본 정부합동수사본부(수사국장)와 대검(형사부장)간 협의체를 만들어 수사 진행상황과 주요 쟁점 등 관련 정보를 수시로 공유·교류, 수사대상자의 누락과 초기 수사에서의 미비점이 없도록 협력할 방침이다. 또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 진행을 위해 수사 과정상 각급 대응 기관별 핫라인도 구축한다. ▲국수본 수사국-대검 형사부 ▲시·도경찰청-지방검찰청 ▲사건 수사팀-관할 지청 등 각급별로 전담 협의체를 구성, 공조회의를 수시로 개최하기로 했다.
아울러 신도시 투기 관련 사건 및 제보정보를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서 집중 관리해 수사 누락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는 국가수사본부, 18개 시·도경찰청,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인력파견 등 총 770명 규모로 구성된다. 이에 검찰·권익위에 접수되는 신도시 투기 관련 민원·제보도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에 통보해 종합적으로 분석·수사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