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광역알뜰 교통카드 를 잘 쓰 고 있는 직장 인 허 찬 씨
광역알뜰교통카드 사용기
“버스비도 은근 부담이네.” 월 단위 대중교통 이용 내역을 보며 이런 말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날그날 쓸 때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월 또는 연 단위로 그간 지출한 대중교통 비용을 보며 ‘한 푼이라도 아낄 순 없을까?’ 생각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카드가 있다. 광역알뜰교통카드다.
‘출발’ 누른 후 걷고, 대중교통 이용 후 ‘도착’
30대 직장인 허 찬 씨는 2020년 2월부터 광역알뜰교통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출퇴근을 비롯해 짧은 외근이나 주말 외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늘 이 카드를 챙긴다.
지난 2월 15일. 오후 반차를 쓴 허 씨의 이른 퇴근길을 함께해봤다. 오후 2시 30분쯤, 허 씨가 서울 강남구 소재 직장 건물을 나선다. 밖에 나오자마자 그는 잊지 않고 휴대전화에서 광역알뜰교통카드 앱(애플리케이션)을 켠 뒤 ‘출발’ 버튼부터 누른다. 이후 약 15분 거리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 후 집으로 향하는 9004번 광역버스를 탄다. 승하차 시 그가 교통카드 단말기에 찍은 건 바로 광역알뜰교통카드. 목적지까지 도착한 후엔 ‘도착’ 버튼을 누른다. 카드 사용법은 간단하다. ‘앱 켜고 출발 버튼 누르기→정류장까지 걷기→승하차 시 광역알뜰교통카드 찍기→목적지에 도착해 도착 버튼 누르기’로 요약된다.
광역알뜰교통카드는 이렇게 대중교통 이용 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지급(20%)하고, 더불어 카드사가 추가 할인을 제공(10%)해 대중교통비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는 교통카드다. 최대 이동 거리 800m 기준 1회 교통비 2000원 이하는 최대 250원, 2000원 초과~3000원 미만은 최대 350원, 3000원 이상은 최대 450원을 적립해주는 식이다.
이날 퇴근길에 허 씨는 광역알뜰교통카드를 쓰면서 2800원(광역버스) 버스요금에서 350원을 절약했다. 출퇴근 왕복 시 700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동 거리가 800m를 넘지 않을 경우에는 이동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미세먼지 저감조치 발령 시엔 마일리지가 두 배다. 한편 저소득층 청년의 경우 이동 거리 최대 800m 기준 1회 교통비 2000원 이하는 350원, 2000원 초과~3000원 미만은 500원, 3000원 이상은 650원 등 혜택이 더 크다.
광역알뜰교통카드를 쓴 지 약 1년. 허 씨가 말하는 이 카드만의 장점은 뭘까? 그는 사용 대상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기관별로 교통비 지원 제도가 많지만 소득이나 출퇴근 지역, 가정 형태 등 제한 조건이 있는 데 반해 이 카드는 그런 제한이 없다는 게 허 씨의 설명이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지급하긴 하지만 일일 횟수에 제한이 없어 출퇴근·등하교 등 왕복일 경우 최소 8일만 써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다.
월 상한 44회 마일리지를 다 쌓을 경우 800m 기준으로 최소(250원) 1만 1000원, 최대(450원) 1만 98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연 기준으로 보면 13만 2000원~23만 7600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월평균 1만 1000원 절약, 용돈·월말정산 의미
허 씨는 광역알뜰교통카드를 사용해 대중교통 요금을 얼마나 절약했을까? 2020년 기준 연 단위 마일리지 적립 내용을 살펴봤다. 2020년 2월부터 카드를 사용해 3월 중순부터 캐시백(적립금)을 받은 결과 허 씨는 2020년 한 해 동안 13만 9533원, 한 달 평균 1만 1000원 이상을 절약했다. 그는 “카드사 자체 실적이 충족되면 교통카드 캐시백을 중복해 받을 수 있어서 월 3000원 정도 혜택이 더 추가된다”고 덧붙였다.
허 씨는 주변을 비롯해 많은 이가 카드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카드의 의미를 묻자 그는 “용돈이자 월말정산”이라고 대답했다. “제 경우 생활비로 쓸 돈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저축, 투자, 고정소비로 빼놓는 편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생활비를 쓰는데 그런 상황에서 월 중순에 들어오는 1만 원은 소소한 용돈으로 다가옵니다. 직장인 입장에서 보면 ‘월말정산’ 환급을 받는 기분이기도 해요. 주식 배당을 1년, 분기별이 아닌 월별로 받는 게 좋은 것처럼 매달 교통비를 환급받으니 좋습니다.”
16개 시도 참여, 연간 대중교통비 20.2% 절약
2020년 본격적으로 시작한 광역알뜰교통카드 사업은 현재 16개 시도 136개 시·군·구에서 참여하고 있다. 이 정책은 출퇴근과 통학 등으로 대중교통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국민의 주머니 부담을 덜고 대중교통과 보행,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 이용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광역알뜰교통카드 사용자 수는 2020년 1월 말 기준 2만 명에서 2020년 12월 말 기준 16만 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2020년도 사용실적을 분석한 결과 사업시행 첫해인 2020년 사용자들은 월평균 1만 2862원을 아껴 연간 대중교통비 지출액의 20.2%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들은 2020년 한해 월평균 대중교통을 37.9회 이용하고, 6만 3691원의 요금을 지출했으며, 1만 2862원(마일리지 적립 8420원, 카드할인 4442원)의 혜택을 받았다. 이는 사용자들이 월 1만 2246원(마일리지 적립 7840원, 카드할인 4406원)의 혜택을 받아 대중교통비의 16.9%를 절감했던 2019년보다 높아진 수치다.
한편 광역알뜰교통카드 사용자가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통해 이동한 거리는 평균 1107m나 됐다. 실제 시민들 사이에선 “교통비 절약뿐 아니라 걷기,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하게 해주는 카드”라는 평도 나온다.
광역알뜰교통카드 사용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사용자 4만 156명을 대상으로 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만족 이상’이 89.2%(매우 만족 54.2%, 약간 만족 35.0%)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93.3%가 광역알뜰교통카드가 교통비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광역알뜰교통카드 사용 후 이전보다 대중교통 이용 횟수가 7.6% 증가(29.1회→31.3회)했다고 답했다.
2020년 하반기에는 모바일형 제로페이 광역알뜰교통카드도 나왔다. 티머니가 교통카드 기반시설을 운영하는 지역인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및 대전·세종권에서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한 상황인데 2021년엔 다른 지역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김민석 선임연구원(교통안전연구개발원 교통조사평가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교통비를 절감해 드리자는 취지로 나온 정책인데 무엇보다 매달 교통비를 할인해서 서민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린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며 “더 많은 분이 사용해 교통비도 할인받고 대중교통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광역알뜰교통카드 종류 및 신청 방법
광역알뜰교통카드 종류는 ▲후불 신용카드 ▲체크카드(신한/우리/하나) ▲선불 티머니 제로페이×광역알뜰교통카드로 나뉜다. 카드는 신청 및 수령 후 광역알뜰교통카드 앱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을 한 다음 쓸 수 있다.
온라인의 경우 광역알뜰교통카드 누리집(www.alcard.kr)에서 상품별 상세 안내사항을 확인한 후 자신에게 맞는 유형의 카드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신한·우리·하나은행 창구 및 각 은행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다. 모바일형 제로페이 광역알뜰교통카드는 티머니페이 전용 앱을 내려받아 신청하면 된다.
▶정보무늬를 스캔하면 ‘광역알뜰교통카드 사용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