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더 빛난 재정 여력 힘이 돼준 재난지원금

2021.03.01 최신호 보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과 긴급재난지원금 등 전례 없는 확장재정정책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여기에 3차 대유행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한창 논의 중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지출 규모가 늘어났음에도 재정건전성 지표인 통합재정수지 세계 순위는 오히려 크게 올랐다. 그만큼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자료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의 통합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8%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좋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렸음에도 통합재정수지 비율 순위가 8위였던 2019년에 비해 4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평균은 -3.01%에서 -11.47%로 하락했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으로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월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한 경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며 “경제성장률, 국가신용등급, 재정건전성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서 확인되듯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피해 계층의 고통이 커진 만큼 지원도 두터워져야 한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탄탄한 재정건전성은 네 차례 추경과 세 차례 재난지원금 등 전례 없는 확장재정정책으로 이어져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됐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속에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마주했을까? 먼저 가계에 숨통이 트이자 소비시장도 차츰 활력을 되찾았다. 재난지원금이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움직여 동네 상권도 되살아난 것이다. 재난지원금으로 민간 소비가 늘어 매출이 증가하면 기업 생산도 늘어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는 셈이다. 재난지원금은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내고 있을까? 지난 1년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받은 업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소상공인이 말하는 긴급재난지원금 효과

▶2020년 5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공연장 운영] “크고 작은 지원으로 ‘생존’하고 있다”
윤 씨(52세, 남) 재난지원금 300만 원

-극장 운영 주체로서 2020년 위기 상황을 간추려 설명해준다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하루 관객이 평균 100명 정도였다.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60일 동안 극장 문을 닫아야 했다. 2020년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전을 열 계획이었지만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객이 하루 종일 10명, 주말에 20명 남짓이다. 더 갑갑한 건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이다. 1년 새 관객들의 영화 보는 방법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2021년에도 기획전과 특별전, 영화제 등을 많이 해보려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업 중에 지원 받은 게 있나?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2020년에 100만 원, 2021년 1월에 200만 원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방역 물품도 지원받았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일과 생활에 보탬이 되었나?
=정부 재난지원금과 함께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지원금으로 극장을 끌어왔다. 2021년에도 예술영화 전용관 지원금을 신청한 상태다. 보통 지급 일정이 5월인데 올해는 3월에 받을 수 있게 시기를 앞당긴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특별 지원사업도 극장 운영에 보탬이 되었다.
2020년 하반기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대상으로 시행된 특별 기획전 지원사업이 있었다. 1000만 원 규모의 기획전 운영비를 지원받았다. 영화티켓 할인 사업도 있었는데, 영세한 독립예술영화관 입장에선 썩 기분 좋은 도움까지는 못 됐다. 어쨌든 크고 작은 지원으로 ‘생존’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게 반영되면 좋겠나?
=직접적으로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지원이면 좋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몇 달 치 임대료 지원 같은 게 절실하긴 하다. 극장가는 코로나19 여파가 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원에만 목매고 있기엔 한계가 있다.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좋은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으로 깊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정육점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알림글이 붙어 있다.│한겨레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 “프리랜서도 지원해줘 고마움 느껴”
현 씨(40세, 여) 재난지원금 250만 원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로서, 2020년 위기 상황을 간추려 설명해준다면?
=전반적으로 많이 위축됐다. 정기간행물 말고는 프로젝트 형식의 출판 편집 작업이 크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지원사업 중에 신청한 게 있나?
=전년도 대비 30% 이상 수입이 감소한 탓에 프리랜서 지원금을 세 차례에 걸쳐 수령했다. 2020년 여름에 150만 원을 1차로 지원받았다. 그리고 2020년 9월 말과 2021년 1월 중순에 각각 50만 원씩 추가로 지급받았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일과 생활에 보탬이 되었나?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전까지 고용 정책의 소외 계층이었던 프리랜서까지 지원해줬다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1차 때 지급이 너무 늦어져 원성이 높았는데 2, 3차는 1차 지원금 대상자라 별도의 신청 절차를 생략하고 빠른 시간 안에 지급해준 걸 보면 수혜자들의 입장을 많이 고려해준 느낌이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게 반영되면 좋겠나?
=2020년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길어지고 있다.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의 피해 규모가 큰 만큼 4차 지원금도 필요하다고 본다.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놓고 고민하기보다 지원 계층을 확대해 속도전으로 지급해줬으면 좋겠다.

▶전주시 남부시장의 한 식당에서 손님이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로 음식값을 치를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한겨레

[여행사 운영]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영업 환경 조성을”
박 씨(52세, 남) 재난지원금 6개월간 고용유지지원금

-여행사 사업주로서 코로나 위기 상황을 설명해준다면?
=해외여행은 멈췄고, 국내 여행도 모임과 이동이 위축되면서 타격이 컸다. 특히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5인 이상 집합금지까지 겹쳐 여행업은 전면 중지된 상태다. 지난 1년간 매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코로나19 지원사업 중에 신청한 게 있나?
=고용유지지원금을 2020년 11월 말까지 6개월간 받았다. 당초 지급 기간은 4개월이었는데 2개월이 더 연장됐다. 회사 문을 닫지 않는 조건으로 직원 급여의 80%를 지원받았다. 사업주는 제외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일과 생활에 보탬이 되었나?
=영세한 규모의 여행사들이 지원사업을 신청하기엔 내용과 구조가 복잡했다. 세금이나 급여 문제 등을 너무 꼼꼼히 본다. 금융 지원도 큰 회사가 아니면 쉽지 않다. 조건 없이 주는 지원금이 아닌 이상 영세 업체에겐 제약이 많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게 반영되면 좋겠나?
=지원금보다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영업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3월부터는 국내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소수 인원으로 기획된 여행도 집합금지로 적정 인원을 모을 수가 없다. 여행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여행 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잘못된 구조와 관행이 많았다.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생태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집합금지가 풀려야 가능한 일이다. 3월부터는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도 고양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발급한 선불카드

[영화 수입배급사 운영] “최소한의 생활에 보탬 돼 소중히 사용”
박 씨(50세, 남) 재난지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영화 수입배급사로서 코로나 위기 상황을 간추려 설명해준다면?
=하루 관객 수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8만 명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극장업계를 비롯해 영화 제작·수입·배급·마케팅업 등 영화업계 전반에 걸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독립예술영화를 소규모로 배급한다고 해도 수천만 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억 단위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예정돼 있던 영화의 개봉 시기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코로나19 재확산은 개봉일 연기 등 그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관객 수 급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상영관 좌석 수 제한과 극장 운영 시간의 제한은 매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2021년에도 영화업계 전반에 걸쳐 형성돼 있으며, 불투명한 미래는 회사 존폐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지원사업 중에 신청한 게 있나?
=2020년 6월과 7월 소상공인 생존자금, 6월과 8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0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21년 1월 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을 지원받았다. 아울러 금융 지원으로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코로나19 특례보증 대출을 받았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일과 생활에 보탬이 되었나?
=소상공인을 위한 재난지원금은 임시방편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생활에 보탬이 됐고, 소중히 잘 사용했다. 하지만 영화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개별 영화사의 존폐와 관련한 직접적인 보탬이 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영화진흥위원회의 재난지원 정책이 있지만 자본 집약적인 문화산업인 영화업계가 사상 초유의 관객 수 급감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나가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게 반영되면 좋겠나?
=2021년 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손해를 감수할 각오를 하고 영화를 개봉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 자금이 절실하다. 현재는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한 지원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문화·예술, 관광·여행 업종의 경우 3차 재난지원금 때 소상공인에 준하는 지원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워낙 큰 만큼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유행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무너진 경제를 조금이라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보편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극장가에 신작 영화가 없다. 관객 수 급감의 원인 중에는 신작 영화의 부재도 한몫 하고 있다. 신작 영화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개인택시 기사] “현금보다 택시 사업 영위 위한 지원을”
김 씨(49세, 남) 재난지원금 350만 원

-개인택시 사업주로서 코로나 위기 상황을 간추려 설명해준다면?
=이를 악물고 코로나 시대를 견디고 있다. 특히 거리두기 2.5단계 장기 시행으로 오후 9시 이후 가게 문이 닫히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택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도로에 나오기 힘들어졌다. 상업지구가 활성화돼야 택시 영업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손님이 뚝 떨어졌다. 유흥업소에는 이동도 접근도 안 한다. 어두운 거리에 택시 등만 밝히고 있는 애처로운 상황이다. 3개월, 5개월, 7개월을 쉬고 있다는 택시 기사들의 하소연은 현실이다.
개인택시 사업주 소득 기준으로 통계를 보면,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많게는 45%, 적게는 35% 정도 매출이 줄었다. 지친 연장자들이 택시업을 점점 떠나고 있다. 그 자리에 20대, 30대, 40대 젊은 친구들이 대거 유입되었다. 2021년 1월부터 ‘개인택시 양수 조건 완화’로 개인택시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지원사업 중에 신청한 게 있나?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2020년에 50만 원씩 2회, 150만 원 1회, 그리고 2021년 1월에 100만 원. 모두 합해 350만 원을 받았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일과 생활에 보탬이 되었나?
=생활비에 보탬이 되긴 했지만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택시 기사가 오토바이나 중고차를 사서 새벽 배송 일을 한다. 길거리에서 손님을 못 태우니 배송이라도 해보겠다는 몸부림이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게 반영되면 좋겠나?
=순간 없어지는 현금보다 작더라도 택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지원을 원한다. 카드수수료를 한시적으로라도 보류해주면 숨통이 트이겠다. 카드 매출이 발생하면 1.4~1.9%의 수수료가 차감되고 입금된다. 수수료 몇십만 원에 택시 기사들은 죽고 살고의 문제가 생긴다.
또 개인택시는 대부분 LPG 차량이다. 가스값이 리터당 900원대로 올랐다. 지원금 대신 교육세를 대폭 인하해 가스값을 리터당 600원대로 떨어뜨리는 게 더 도움이 된다. 택시 LPG는 월평균 리터당 20만~30만 원의 유류세가 환급된다. 가스값이 더 내려 월 40만 원으로 환급액이 커지면 3개월간 120만 원을 지원받는 셈이다. 현금 지원보다 이런 혜택이, 영세 사업자인 택시 기사들이 현실적으로 사업하는 데 직접적인 힘이 된다.

심은하 기자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