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순환경제

2020.12.21 최신호 보기
1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서 순환경제가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그보다 앞선 12월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10대 과제 중 하나로 순환경제 활성화가 제시되었다. 재사용과 재활용을 강화해 자원 및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전에 발표된 그린 뉴딜 대책에 비해 순환경제에 대한 언급과 비중이 높아지고 내용이 많아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온실가스 발생의 55%는 에너지 사용에서 나오지만 나머지 45%는 제품 생산에서 나온다. 즉 농업과 제품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만으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천연원료가 아닌 재생원료 기반으로 물질 전환을 해야만 탄소중립이 완성될 수 있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도 어려운 과제지만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물질을 재생원료 기반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에너지 전환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되지만 순환경제는 우리의 생산과 소비 전 영역에 걸쳐 대응을 해야 한다. 생산과 유통단계 시스템의 변화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태도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복잡다단한 과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위한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생산-유통-소비 협치 구축 필요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 복잡하고 긴 순환경제로 가는 전선에 대처하기 어렵다. 각 분야별 생산자와 유통업체, 소비자가 참여하는 협치(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분야별 주체가 자기 분야의 과제 및 비전, 이행전략을 발표하고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순환경제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각 분야별 순환경제에 관한 생각이 전개되고 이런 생각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며 서로를 자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순환경제는 소비와 생산 전체의 판이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판을 바꾸는 중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판 전체를 연결하는 소통망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은 정부 중심의 대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산업 및 지자체, 민간단체, 시민들이 순환경제에 적극 나서도록 판을 깔아주고 이끌어내는 것이다.
생산단계에서는 공정 효율화를 통해 자원 소비를 줄여야 하고, 재고로 낭비되는 것이 없어야 한다. 만들어놓고 팔 것이 아니라 미리 주문받은 만큼 만드는 방식이 필요하다. 대량주문 방식과 같은 새로운 생산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재고가 생길 경우에도 그냥 버릴 것이 아니라 다시 제품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재고 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고의 소각을 금지하는 규제도 도입해야 한다. 생산의 범위에는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뿐만 아니라 농업과 축산도 해당이 된다. 농업과 축산 역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나아가 메탄가스를 대기 중으로 뿜어내는 현대의 공장식 축산도 변화해야 한다.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는 일회용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재사용이 중심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수리·수선을 통한 제품 수명의 연장, 재사용이 쉬운 제품의 설계, 재제조 혹은 재활용(업사이클링)을 통한 제품의 향상, 일회용 포장재가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의 확대, 다회용기로 편리하고 위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제품의 유통과 소비 전 단계에서 재사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재생원료 사용 활성화돼야
소비자의 실천뿐만 아니라 실천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 시설도 구축돼야 한다. 최근 포장재 없는 매장이 확산되고, 생산자들이 적극 나서 ‘리필 스테이션(제품을 소분 판매하는 공간)’을 만들고 있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중고품 거래앱을 통해 중고품 소비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확실하게 자리 잡아 재사용이 우리의 일상 소비에서 주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생원료 사용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천연 원료가 아닌 재생원료가 중심이 되고 물질이 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생산자가 적극적으로 재생원료를 사용해야 하지만, 동시에 생산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원료의 품질이 높아져야 한다. 생산자가 재생원료를 사용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과 함께 재생원료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재활용 체계 전반이 개선돼야 한다.
재활용품이 정확하게 분리배출 및 선별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뿐 아니라 재활용 단계에서도 천연 원료 수준의 양질의 재생원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전통적 방식의 재활용 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적 접근도 필요하다. 재활용 시설 및 기술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비자들도 재생원료가 사용된 재활용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녹색소비를 실천해야 한다.
앞으로 순환경제는 세계경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재생원료가 사용되지 않은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팔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다. 순환경제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가기 위해서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순환경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필경제(必經濟)’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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