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싶은 스타들의 패션은 김성일, 그의 손에서 나왔다.
김성일 스타일리스트는 그동안 이미숙 김남주 손예진 김사랑 정우성 등 대한민국 최고 스타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해 왔다. 올 초에는 한 케이블방송의 <패션 오브 크라이 시즌2>에 출연해 일반인 대상으로 스타일 멘토를 담당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배우의 스타일링을 담당하셨는데요, 대스타들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정말 즐거웠어요. 흔히 스타라고 하면 까다로울 거 같은데 의외로 소탈하고 정이 많아요. 김남주 씨와는 11년째 함께 작업하고 있어서 가족 같은 사이에요, 이미숙 씨와는 영화 <정사> 때부터 같이 작업을 했는데요. 정말 정이 많은 분이세요.
손예진 씨는 아이디어가 많은 친구인데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같이 작업하면서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사소한 거 하나까지 신경 쓰는 모습에 왜 그녀가 최고의 배우인지 알 수 있었답니다. 정우성씨 역시 스태프를 잘 챙겨 주는 따뜻한 배우예요. 다른 사람이 의상을 지적해도 스타일리스트의 선택을 믿고 그대로 따라 주죠. 잘생긴 외모만큼이나 마음까지 따뜻한 분이세요.
여배우와의 작업이 많은 편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여자들 틈에서 자랐습니다. 네 분의 고모가 계셔서 그분들의 말씀을 들을 기회가 많았고 중·고등학교 때도 주변에 여학생이 많았어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여자에 대해 잘 알게 되었죠. 남들은 제가 여자보다 여자의 심리와 취향을 잘 안다고 하더군요.
스타일리스트 김성일님 평가하는 베스트 드레서는 누구인가요.
옷 잘 입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이효리씨를 꼽을 수 있어요. 이효리씨는 단순히 옷만 잘 입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멋있는 분이에요. 어떤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콘셉트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더라고요.
방송출연도 많은 편인데, 얼마 전 출연한 <패션 오브 크라이>도 많은 화제가 되었어요.
<패션 오브 크라이>는 변화가 정말 필요한 일반인의 신청을 받아 의상부터 메이크업까지 본인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바꿔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분들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저 또한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중에게 의상을 제안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이 잦으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나라 사람은 연예인이 하는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의 옷, 누구의 머리가 유행하면 무조건 따라 하죠.
하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고 그것에 맞게 스타일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옷에 대한 관심이 어릴 적부터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내성적이었지만 모범적인 아이였어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 책을 많이 읽었죠. 초등학교 때는 만화책을 많이 읽었는데 한동안은 <베르사유의 장미> <스완> 등 순정만화에 푹 빠져 지냈어요. 특히 <베르사유의 장미>에 나오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옷이 너무 예뻐서 습자지에 대고 그려도 보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하얀 도화지에 직접 그려 다양한 옷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옷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겨났죠.
혹시 어릴 적 옷차림이 특이한 편이었나요.
저희 어머니가 패션에 있어서 좀 남다른 분이셨어요. 여름철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긴 바지에 반팔을 많이 입잖아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는 제게 반바지에 긴소매의 옷을 입히셨어요. 거기에 타이즈와 구두까지 매치해 주셨죠. 지금이야 그렇게 입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지만 당시만 해도 엄청 낯선 옷차림이었어요.
어느 날은 제가 어머니께 친구들과 똑같이 옷을 입고 싶다고 말하니까 “너는 왜 남들하고 똑같아지려고 그러니? 이런 옷차림이 예쁘고 남들과 차별화된다”고 말씀하시면서 계속 그렇게 입히시더라고요. (웃음) 어릴 적부터 남들과 다르게 입다 보니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옷을 입게 됐죠.
처음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의상과 헤어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냥 운명이라고 할 수 있죠.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익숙하긴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인가요.
대부분의 사람은 스타일리스트 하면 연예인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사람을 떠올려요. 물론 그 일도 하지만 이 밖에 잡지,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합니다. 이때는 테마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의상부터 헤어, 메이크업까지 모든 것을 고민해야 하죠. 한마디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비주얼 디렉터라 할 수 있겠네요.
보통 의상에 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 편이세요.
영화, 연극, 발레 등 다양한 문화장르에서 얻어요. 길을 걸으며 산책하면서도 얻죠. 책을 통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데요.
스타일리스트로서 상황에 맞는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분야만 공부하지
않고 다양한 것을 접해야 합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도 이런 점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한 자질이 따로 있나요.
스타일리스트는 사람과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에요. 의뢰가 들어오면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 조율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가장 우선시돼요.
사실 스타일리스트를 하려면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지만 인문학적인 소양이 가장 필요한 거 같아요. 일단 대화가 통해야 하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먼저 파악할 수 있어야 하죠. 요새는 관련 학과도 많이 신설돼서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요.
여름철 옷차림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은데요. 남들과 다르게 보일 방법이 있을까요.
많은 분이 슬리퍼를 신고 반팔, 반바지를 입는데요. 청바지에 흰 티를 입더라도 포인트를 주는 편이 좋아요. 여자의 경우 기본 옷차림에 뱅글 하나만 더해도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남자는 브이넥 티셔츠에 조끼 하나만 입어도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답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이것저것 너무 많은 아이템을 하기보다는 작지만 포인트를 살린 아이템을 활용해 나만의 스타일을 창출하는 게 중요합니다.
글·정병화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3년)
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기자단은 참신한 시각으로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이슈, 정책 등을 취재하고 다양한 홍보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이들의 열정 넘치는 이야기는 문화체육관광부 공식블로그 도란도란문화놀이터(culturenori.tistory.com)에서 더 자세히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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