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7~19일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만에서 공연한 <팬레터>의 현지 포스터. 모태펀드 문화계정에서 투자받은 6억 원이 해외 진출의 마중물이 되었다.│ 라이브㈜
정책금융 확충으로 혁신기업 도약 지원
2018년 8월 17~19일 대만 타이중에 있는 내셔널 타이중 시어터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 <팬레터>의 공연이 열렸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대만에서 공연한 건 <팬레터>가 처음이었다. 근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단짝이었던 이상과 김유정의 에피소드를 모티브 삼아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이 뮤지컬은 2000석 대극장을 매진시키며 대만 현지에서 탄탄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팬레터>의 시작은 2015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신진 뮤지컬 작가 발굴 지원사업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면서다. 선정된 작품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 관계자를 참여시켰고 중국어와 일본어로 된 <팬레터> 대본과 공연 자막을 제작하며 해외 홍보를 진행한 결과, 대만 등 중화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모태펀드 문화계정(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 따라 문화산업에 투자)에서 <팬레터>에 6억 원을 투자한 것이 해외 진출의 마중물이 되었다. 모태펀드는 <팬레터>의 성공으로 투자금을 뛰어넘는 7억 5500만 원을 회수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을 통해 콘텐츠 분야에 공급하는 정책금융은 1조 7000억 원 규모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기획이나 소외 분야 등은 여전히 투자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17년 ‘콘텐츠 완성보증’을 통해 제작비 9억 4000만 원을 조달해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안단테>│ ㈜유비컬쳐
모험투자펀드로 투자 사각지대 해소
이에 정부는 9월 17일 서울 홍릉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발표회’에서 혁신기업의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콘텐츠 모험투자펀드’와 ‘콘텐츠 특화 기업보증’ 등 정책금융을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발표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우리 콘텐츠의 강점을 살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만 가지고도 새로운 스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정책금융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기존에는 투자가 어려웠던 콘텐츠도 가능성만 있다면 과감히 투자하기 위해 2020년 모태펀드 문화계정 안에 ‘콘텐츠 모험투자펀드’를 새로 만든다. 기획 개발·제작 초기단계, 소외 장르 등 투자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좋은 아이디어, 뛰어난 기획, 새로운 시도에 과감히 투자하기 위해서다. 2022년까지 3년 동안 모두 4500억 원 규모를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5월 문화계정 자펀드를 운용하는 15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벤처캐피털은 현재 콘텐츠산업 투자가 지나치게 적다고 평가했다. 또 연간 380억 원 안팎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7년 콘텐츠 완성보증으로 제작비 2억 9000만 원을 조달해 12부작으로 제작된 웹드라마 <악동 탐정스>│ ㈜컨버전스티비
정책금융과 연계된 지원도 강화한다. 장르마다 분산된 투자유치 설명회를 통합하고,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계 지원사업을 2020년 신설한다.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은 실험·예술적 작품과 시장 미형성 분야 등에 집중하고, 기업 생애주기 지원·일자리 창출 등 간접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예산 3401억 원 가운데 제작 등 직접 지원 관련 예산이 38%를, 인프라 등 간접 지원 관련 예산이 62%를 차지한다. 정부는 직접 지원은 25%까지 점진적으로 낮추고, 간접 지원은 75%로 올려 간접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 콘텐츠 기업보증 확대
김현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민간 펀드들은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이 크거나 담보가 확실하지 않은 분야에는 출자나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수익률이 좀 낮더라도, 심지어 망하더라도 아이디어가 괜찮으면 과감히 지원하기 위해 ‘콘텐츠 모험투자펀드’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투입하면 민간이 매칭해서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에는 예산의 몇 배가 되는 자금이 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도록 신용보증기금의 ‘콘텐츠 특화 기업보증’도 확대한다. 콘텐츠 기업들은 물적 담보가 부족해 대출이 쉽지 않다. 정부는 콘텐츠 저작권(IP)을 활용한 사업화 자금 지원 확대, 콘텐츠 가치평가 활성화 등을 통해 2022년까지 ‘콘텐츠 특화 기업보증’을 1000억 원 더 확대한다. 콘텐츠가 완성된 뒤 판매 대금으로 대출금을 갚는 ‘콘텐츠 완성보증’은 2200억 원을, 신용·기술보증기금의 일반 기업보증은 4200억 원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콘텐츠 완성보증은 문체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자금을 조성하고 기술보증기금이 프로젝트 중심의 평가를 통해 대출보증서를 발급하는 제도다. 콘텐츠의 제작 계획·자금조달 계획·판매 계획 등을 고려해 콘텐츠 제작의 완료 가능성, 판매 대금으로 보증 해지 가능성 등 프로젝트 위주로 평가하고 재무 상황 및 신용도에 대한 평가는 최소화해 대출 보증을 실행하게 된다.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국 최초의 웹드라마 <러브 인 메모리>를 내놓았던 ㈜컨버전스티비는 2017년 준비하던 웹드라마 <악동 탐정스>의 제작비가 부족했지만 물적 담보가 부족해 대출받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콘텐츠 완성보증을 통해 2억 9000만 원을 조달해 12부작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방송된 <악동 탐정스>는 회원 입장 수 1위를 차지하고, 콘텐츠 우수작으로 선정되면서 ㈜컨버전스티비는 지분투자 7억 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17년 드라마 <안단테>를 준비하던 중소 제작사인 ㈜유비컬쳐도 콘텐츠 완성보증으로 부족한 제작비 9억 4000만 원을 조달해 KBS에서 방영할 수 있었고, 일본·미주·동남아 등 해외 판매 계약까지 맺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표회에서 “불확실성으로 투자받기 힘들었던 기획 개발, 제작 초기, 소외 장르에 집중 투자해 실적이 없어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기회를 만들겠다”며 “아직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실험적 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 확충 전략에 따라 콘텐츠산업 정책금융은 2022년까지 기존 계획보다 투자 4500억 원, 보증 7400억 원 등 모두 1조 원 이상 추가로 늘어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다양한 작품 제작이 활성화하고 운영자금의 원활한 공급으로 기업 성장이 용이해져 매출액 100억 원 이상 콘텐츠 기업 수가 현재 1700여 개에서 2000개 수준으로 늘 것으로 기대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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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