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대화 결실 보인다

2019.07.08 최신호 보기

6월 30일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선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을 방문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시간 가까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회담도 했다. 66년 전인 1953년 7월 27일 6·25전쟁을 중단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것은 적대 관계를 종식하는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별다른 경호 조치도 없이 북한 땅으로 20보나 걸어 들어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돌아온 것은 북미 정상의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6·30 판문점 남북미 회동’이 단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세계사 책에 기록될 사건이 되려면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북미 대화가 결실을 보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양자 회담을 한 직후 취재진에게 2~3주 안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2018년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교착상태를 보이던 북미 대화가 4~5개월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북미 실무협상 7월 중순께 시작될 듯
7월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의 미측 대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다.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새 북측 상대로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자취를 감춘 김혁철 국무위 대미특별대표 대신 과거 북핵 6자회담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외무성 출신 ‘대미통’인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협상의 성과를 점검하고 교착상태일 때 돌파구를 마련해줄 북미 고위급회담의 미측 대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다. 북측 대표는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때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배석한 리용호 외무상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2차 북미정상회담 때까지 북미 고위급회담의 북측 대표였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북한의 대미협상 라인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도 군부 출신인 김영철보다는 정통 외교관인 리용호를 협상 파트너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 북한 협상팀을 이끌던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 및 참모들과의 만남에서 속을 알 수 없고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북한 협상팀의) 새로운 피가 협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7월 1일 보도했다. 폼페이오와 리용호가 만나는 첫 고위급회담은 8월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두 장관이 모두 이 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이다.

고위급회담은 이에 앞서 열릴 실무협상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고위급회담도 탄력을 받게 된다. 고위급회담에서 공식적인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까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미 대화의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다. 하노이 담판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와 북한 민생경제에 영향을 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해제를 제안했지만, 미국은 영변 이외 북한 핵시설 관련 정보를 제시하면서 영변 핵시설 폐쇄만으로는 핵심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고 맞섰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선호했지만, 미국 측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북제재의 전면 해제를 향한 ‘빅딜’을 추구한 셈이다. 미국도 하노이 회담 이후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북측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와는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미국이 언급한 ‘동시적·병행적’은 싱가포르 공동성명 합의 1~3항의 내용 중 비핵화뿐 아니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 동시·병행적으로 논의하고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를 ‘동결–감축–폐기’ 3단계로 크게 구분하고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살라미 전술’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단계적 비핵화 공감 기류 형성
미국 내에서도 최근 단계적인 비핵화에 공감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북미 협상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complete freeze)’을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특별대표가 6월 30일 한국에서 워싱턴 D.C.로 돌아오는 폼페이오 장관의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보도를 전제로 이런 발언을 했다고 7월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당시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면서 “동결과 (비핵화) 최종상태의 개념,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향한 로드맵을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결국 비핵화 프로세스의 입구를 핵 프로그램 동결로 상정하고 이에 따른 상응조치로 대북제재를 당장 해제하지는 않더라도 인도적 대북 지원과 연락사무소 개설 등 외교관계 개선과 같은 다른 상응조치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북미 실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협상팀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38 North)’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7월 2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미 정상의 ‘톱다운 담판’으로는 ‘하노이 정상회담’의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에 합의점에 이르려면 무엇보다 북미 간 실무협상팀의 권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준<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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