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서울 중구 청계천로 한국정보화진흥원 서울 사무소 지하 1층 회의실에서 ‘제32회 정보문화의 달과 함께하는 ‘디지털포용 사회를 위한 시니어 ICT 참여활동교육'이 열리고 있다.
<무인 종합정보 안내 시스템>
한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터치스크린 형식의 무인 종합정보 안내 시스템) 앞에 선 70대 박막례 할머니. ‘주문하시려면 터치하세요'라는 멘트가 나오자 당황한다. 간신히 메뉴 고르는 단계까지 갔지만 이번엔 주문하려는 불고기버거를 못 찾아 진땀을 뺀다.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 시간이 초과해 기계 속 프로그램은 첫 화면으로 돌아가버린다. 할머니는 한숨을 쉰다. ‘나 못하겄어. 안 먹을래.'
인기 유튜버 박막례 씨의 채널 ‘Korea Grandma'에 올라온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에피소드 가운데 한 장면이다. 무인 계산대 시대, 기계 조작이 낯선 노인 세대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이 사연에 공감하는 선생님들 많이 계시죠?”
6월 12일 오후 2시20분경. 서울 중구 한국정보화진흥원 서울사무소 지하 1층 회의실. ICT 교육 전문 강사가 이 영상을 보여주자 몇몇 노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제32회 정보문화의 달과 함께하는 ‘디지털포용 사회를 위한 시니어 ICT 참여활동 교육'(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한국정보화진흥원 주관) 가운데 ‘무인정보단말기 교수법 및 활용법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6월 정보문화의달을 맞아 전국에서 진행한 여러 행사 가운데 하나다.
디지털 불평등 해소 위한 ‘디지털 포용 정책’
기술 발전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지만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불평등을 경험하고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새로운 기술이 주는 혜택을 누구나 차별 없이 누리게 하자는 뜻에서 ‘디지털 포용(ICT for All)'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고령자·저소득층·결혼이민자 등 ‘정보취약계층’이 겪는 디지털 불평등을 최소화해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디지털 포용 정책’ 일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체국, 복지기관 등에서 정보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사용법 기초교육을 비롯해 고령자 대상의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취약계층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해 일자리를 찾거나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노인들은 ‘고령층 ICT 사회참여활동 단원'(이하 단원)으로 오는 12월까지 각 지역 또래 노인들에게 ICT 활용 교육을 직접 진행한다. 전체 단원 수는 295명이다.
‘2018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4대 정보취약계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68.9%로 2017년 65.1% 대비 3.8%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계층별로 봤을 때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63.1%)은 저소득층(86.8%), 장애인(74.6%), 농어민(69.8%)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호범 행정사무관(정보통신정책실 정보보호정책관 정보활용지원팀)은 이날 교육에 앞서 “키오스크 등 무인 서비스가 고령층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런 디지털 문화를 강의식이 아닌 체험 방식으로 접하며 체화할 수 있게 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단원 여러분들께서 이런 문화를 먼저 체득한 뒤 다른 분들과도 경험과 노하우를 많이 나누셨으면 한다”고 했다.
고령자들, 키오스크 활용 음식 주문 실습
교육 시간에는 실제 키오스크나 QR코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음식을 주문해보는 실습도 진행했다. 이후에는 ‘인공지능 스피커 교수법 및 활용법 교육'이 이어졌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단원 서울 성북구 김금순(75) 씨는 “키오스크는 아직 못 써봤는데 오늘 교육을 들어보니 한번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체험형으로 진행하니 참 좋다”며 매우 만족해했다. “세상은 변해가는데 아직도 옛날 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 교육을 해보면 나이,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디지털 기술 정보 습득 역량의 격차가 크다는 걸 실감한다. 디지털 기술을 익히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는 걸 그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같은 시간 14층 회의실에서는 결혼이민자들로 구성된 ‘다문화 방문 정보화 교육 강사' 30여명이 동영상 제작 및 편집 관련 교육을 받았다. 이들 역시 교육 이수 후 오는 11월까지 다른 결혼이민자들에게 다문화 방문 정보화 교육을 진행한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사람 중심의 5G 여러분이 주인공
6월은 정보문화의 달
매해 6월은 ‘정보문화의달’이다. 정부는 국내 컴퓨터 최초 도입일 (1967년 6월 24일), 전국전화자동화 완성일 (1987년 6월 30일) 등을 고려해 1988년부터 6월을 정보문화의달로 지정하고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32회째를 맞는 올해 정보문화의달 주제는 ‘사람 중심의 5G+포용 국가,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이다. 6월 14일 오전 10시부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정보문화 유공자 시상식, 시민 대토론회, 5G+ 디지털포용 협력 네트워크 협약식 등 공식행사가 열렸다. 특히, 올해는 전국에 걸쳐 6월 한 달 동안 스마트미디어 청정학교, 찾아가는 스마트상담소, 온라인 코딩파티 등 다양한 정보문화행사 그리고 ‘디지털포용 포럼’과 ‘천주교 스마트쉼 문화운동본부’ 발족 등 더욱 다채로운 행사들이 더해졌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산하 전국 18개 스마트쉼센터에서는 ‘스마트폰 잠깐 쉬자 캠페인’, ‘따뜻한 마음건강 이동 상담차’ 등 바른 디지털 문화 확산 홍보를 위해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연합해 거리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 보조기기 전시회’,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시니어 ICT 참여활동 교육’ 등 디지털 격차 해소와 관련한 행사도 함께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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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