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누스토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비전문 음악인으로 구성된 단체다. 그러나 그 이름 프리모(Primo)가 표방하는 것처럼 단원들은 초급(Primary)을 넘어 음악의 최고봉(Prime)을 꿈꾼다. 프리모 오케스트라의 모체는 사단법인 베누스토음악인연합회다.
‘베누스토’는 ‘VENUS’라는 단어에 ‘TO’를 붙인 것이다. 1999년 음악을 사랑하는 10명의 젊은이들이 처음 시작했다. ‘화려함, 온화함’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 악상기호인 ‘베누스토’의 의미처럼 베누스토 음악인들은 화려한 공연장을 마다하고 고아원, 보육원, 양로원, 교도소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공연을 펼친다.
평소 음악을 접하기 어려운 곳을 찾아 연주 봉사활동을 하는 한편, 공원이나 학교, 거리 등 연주자들과 대중이 함께할 수 있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베누스토는 현재 베누스토 오케스트라, 프리모 오케스트라, 프리모 현악 앙상블, 윈드 앙상블, 우쿨렐레 앙상블, 플루트 오케스트라 등 총 11개의 연주단을 갖추고 있다.
▶ 조현남이 지휘하는 프리모 오케스트라가 2017년 1월 21일 관악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정기 연주회를 개최하는 장면. 음악회는 ‘클래식 음악으로 어깨춤을!’이라는 제목으로 클래식을 보다 더 친근하고 즐겁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프리모오케스트라
베누스토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2009년 창단했다. 백석예술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조현남이 지휘한다. 매년 정기 연주회와 지역주민을 찾아가는 음악회, 봉사 연주회 등을 개최한다. 2015년 8월 관악문화관에서 여름음악회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2013년 12월 과천로고스센터에서 ‘전국 소년소녀 가장 돕기 시민연합 주관 봉사 연주’, 2013년 8월 교남소망의집 ‘프리모 오케스트라 봉사 연주’ 등을 개최했다.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이를 통해 단순히 연주뿐만 아니라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관객과 소통하는 진정한 ‘생활 속의 음악’을 실현하고자 한다.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외된 지역사회를 찾아가 음악을 선사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용식 단장은 “문화 소외계층이 보다 가까이에서, 좀 더 편안하게 수준 높은 연주회를 즐길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기관과 적극 연계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풀뿌리 오케스트라, 백합 같은 꿈을 꾸다
제가 클라리넷을 접한 것은 약 10년 전입니다. 대령 전역을 2년 앞두고 아내가 클라리넷과 첼로, 플루트를 우르르 사들고 와 저와 딸에게 떠안겼습니다. 매주 교회에서 레슨을 받고, 아침과 저녁으로 두 시간씩 연습하니 점차 실력이 늘더군요. 2년 전에 프리모 오케스트라에 합류했습니다. 오디션도 없이 열의만 보고 받아주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실제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군요. 연주 봉사활동을 하려면 본인이 노력해야 하고,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찾게 되니 자연스럽게 오케스트라 활동을 이어가게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뿌리를 내리게 됐습니다. 말하자면 저희 오케스트라는 ‘풀뿌리 오케스트라’입니다. 어느 공연에도 어울릴 수 있고, 홀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잡초 같은 오케스트라지만, 백합 같은 꿈을 꾸는 오케스트라입니다.
김양흥(62) 단원 | 사업, 클라리넷
◀ 지방 초등생에게 악기 체험의 산교육
베누스토는 아마추어와 전공자 모두가 활동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음악 비전공자들로 구성됐지만, 활동하면서 악기에 매료돼 음대에 진학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베누스토는 관악기 위주의 윈드 오케스트라와 관현악 오케스트라, 프리모 오케스트라, 플루트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실력을 갖춘 합주반이 있답니다. 그런데 사회의 어려운 이웃이나 음악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자신들의 재능을 나눠주고 악기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지도하는 기초 클래스가 있습니다. 특히 베누스토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자라나는 세대들이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 연주회를 통해 자주 접촉하고 있습니다. 연주회를 마친 후 아이들에게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를 직접 만져보게 하면 정말로 신기해 하죠. 그런 문화적 충격을 겪은 아이들이 음악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될 것이고, 우리의 문화 수준도 한 단계 올라가게 될 겁니다.
김선민(32) 단원 | 임상심리사, 플루트
▲ 곡 해설도 해주는 ‘민주적’인 오케스트라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관객을 공연에 참가시키는 ‘민주적인 오케스트라’입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세미클래식, 가요를 연주하면서 중간 중간 관객과 대화를 나눕니다. 지휘자 조현남 선생이 막간을 이용해 연주곡에 대해 개괄적으로 해설해줍니다. 왜 이 악기가 이 대목에 등장해야 하는지를 관객에게 설명해주면, 클래식에 문외한인 분들도 정말로 재미있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연주할 때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아요.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민주적 오케스트라’입니다. 연주자의 상황에 맞게 편곡을 해주니까요. 플루트가 인기가 높아 신입단원 7~8명이 플루트를 원하면 지휘자는 다 받아줍니다. 지휘자가 7~8명분의 곡을 저마다에 맞게 편곡해 역할을 분할해주니까요.
이연호(57) 단원 | 의사, 첼로
▲ 초보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인큐베이터… 정부 적극 지원 필요
하루 종일 첼로 소리를 들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첼로의 음색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혼자 연주할 때보다 각각의 악기들이 화음을 이룰 때 멋있어요. 우리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각 악기의 서로 다른 음색이 연주를 통해 하나의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공 음악인에게 그렇게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이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초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성장하기 위한 ‘인큐베이터’와 같은 곳, 전문음악인 양성을 위한 ‘사관학교’ 같은 곳입니다. 이곳에서 성장해 전문 악단으로 옮겨간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처음 입단해 연주가 서툴던 분들도 고아원, 양로원 공연 등에서 실력을 쌓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과 보람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오케스트라는 회비로만 운영되다 보니 다양한 공연 시도에 대관료, 음향기기 사용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정부에서 오케스트라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고려해주면 좋겠습니다.
노영희(59) 단원 | 주부, 첼로
▶ 음악 소외계층에 아름다운 선율 전하는 통로 역할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합주를 하고 싶지만 합주 기회가 없는 일반 연주자들에게 합주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창단 이래 장애인 시설, 병원 등에서 봉사연주를 해왔고, 지방 학교들을 찾아가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지요. 전공자들에겐 연주 기회를 제공하고 음악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30~40명의 멤버로 구성되며, 연 2~3회 정기연주회를 갖습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등장하는 폭군 같은 지휘자와는 대조적 이미지의 조현남 지휘자의 열정적이고 따뜻한 지도와 회원들의 자율적인 열정이 오케스트라의 자랑입니다. 악기 구성은 일반 오케스트라와 비슷하지만 목관 파트와 금관 파트가 부족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4시 정기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이용식(61) 단장 | 의사, 트럼펫
◀ 장애인들, ‘강남스타일’ 곡에 맞춰 ‘말춤’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연말 불우이웃 공연을 기획 중입니다. 공연 때는 보통 딱딱한 클래식 곡에 ‘미션 임파서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등 세미클래식, 인기 가요 등을 연주하기도 해요. 몇 년 전 경기도 지역의 장애인 시설에서 연주했을 때입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연주했더니 장애인들이 전부 일어서서 멜로디에 맞춰 말춤을 추더라고요. 지휘자도 함께 춤췄던 그날의 공연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프리모 오케스트라는 조용하고 근엄한 곡만 연주하지 않아요.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을 연주할 때는 지휘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장난감 총을 들었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음악을 연주할 때는 해적 모자를 썼습니다.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약간의 퍼포먼스를 곁들인 것이지요.
여정이(58) 단원 | 교사, 바이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