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떼창은 기본, 방탄소년단 따라 한국 사랑

이근하 위클리 공감 기자 2018.11.04 최신호 보기

“얼쑤 좋다.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 얼쑤~.”

외국 유명 음악차트 상위권에 오른 노래에서 흘러나오는 추임새다. 우리나라 전통 음악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인데, 외국인들이 곧잘 따라 부른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발매한 곡 ‘IDOL’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해외 팬들이 절로 흥얼거리는 모습이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10월 24일 화관문화훈장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10월 24일 화관문화훈장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

방탄소년단은 10월 24일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팝의 본고장인 영미권에서 한국어 떼창이 터져 나오고 뉴욕 지하철역 한복판에 한국어 안내가 붙었단 사실만으로 수상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 축사를 통해 “세계의 젊은이들은 방탄소년단의 한글 노랫말을 받아 적고 함께 노래 부른다. 한류 확산뿐 아니라 한글 확산에도 이바지하고 있다”며 훈장 수여 배경을 밝혔다.

20년 전만 해도 팝을 들으며 영어 공부를 하던 때가 있었다. 완벽하게 알아듣진 못해도 멜로디와 함께 가사를 자꾸 뱉다 보면 꽤 그럴듯하게 발음할 수 있었다. 이젠 상황이 변했다. 각국 언어 자막을 단 K팝 뮤직비디오, K팝 번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등이 온라인상에서 주를 이룬다. 요즘말로 방탄소년단에 ‘입덕’한 외국인들이 많아져서다.

방탄소년단은 해외 무대에서 영어만 고집하지 않는다. 리더 RM은 지난해 5월 ‘2017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한 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소감을 밝히면서 한국어 소감도 덧붙였다. “정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더 멋진 방탄소년단이 되겠습니다”라는 RM의 한국어 소감은 전 세계 생중계됐고, 이를 지켜보던 국내외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물했다. 당시 그는 수상 기념 국내 간담회에서 “한국 가수이니 계속 한국어로 랩하고 노래하는 게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고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IDOL’ 뮤직비디오에 한글 ‘사랑’이 등장하고, 미국 인기 래퍼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한 버전에서는 영어 랩 가사가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된 건 이 때문이리라.

그들의 소신은 통했다. 10월 31일 기준 ‘Save me’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가 3억 건을 돌파했다. 이미 5억 뷰를 넘어선 ‘DNA’, 4억 뷰를 넘긴 ‘불타오르네’, 3억 뷰를 돌파한 ‘쩔어’,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 등까지 더하면 총 7편의 3억 뷰 돌파 뮤직비디오를 보유하게 됐다. 한국 가수로는 최다 기록이다. 또 방탄소년단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는 10월 30일(현지 시간) ‘빌보드 200’ 50위에 오르며 9주 연속 진입했다. 방탄소년단은 해외활동을 하려면 그 나라 언어를 사용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을 보란 듯이 이겨낸 셈이다.

미국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재크 생은 2017년 11월 ‘재크 생 쇼’에 출연한 방탄소년단에게 “소름이 돋았다. 이곳 미국이 오로지 다 한국어로 된 가사를 받아들이고 있다. 여러분은 음악에 경계가 없다는 걸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한국어로 노래해달라”고도 했는데, 이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담긴 청춘의 이야기는 국적과 관계없는 보편적 경험이며 한국어로 들을 때 그 울림이 커진다는 게 이유였다.

파리 아르코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6 France’공연에서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이 멤버 이름이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다.

파리 아르코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6 France’ 공연에서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이 멤버 이름이 적힌 피켓을 흔들고 있다.
10월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르 트레지엠 아트 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의 콘서트’에서 현지 팬들이 BTS를 연호하고 있다. ⓒ연합

“방탄소년단 때문에 한글 공부”

외국 팬들 또한 한국어 가사를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듣고 즐긴다. 그것이 방탄소년단과 소통하는 과정이라 여긴다. 외국인 SNS 이용자들은 자신의 계정에 “영어로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가 한국어를 배울게”라며 한국어 학습 의지를 불태운다.

이집트인들이 이집트 카이로 아인샴스대에서 진행된‘2018 퀴즈 온 코리아’에서 ‘방탄소년단’을 답으로 적었다.

외국 팬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2018 빌보드 뮤직어워드’ 시작에 앞서 방탄소년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집트인들이 이집트 카이로 아인샴스대에서 진행된 ‘2018 퀴즈 온 코리아’에서 ‘방탄소년단’을 답으로 적었다.
‘방탄소년단’이 적힌 점퍼를 입고 공연 입장을 기다리는 영국 팬 ⓒ연합

이러한 모습은 미국 소셜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때문에 한국어 공부하는 사람 있냐(Are you learning Korean, how did BTS inspire you to learn Korean?)’는 질문에 수많은 답변이 달렸다. 그중 한 이용자는 “방탄소년단에 빠지고 난 뒤 한국어를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그것이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자막 없이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싶고 번역하기 힘든 말장난도 전부 알아듣고 싶다(So basically I decided to study korean because after getting into BTS and looking up some facts about the language, I realized it’s not as hard as I thought it was. Also because I wanted to be able to understand everything without subtitles and to appreciate the intricate wordplay that you just can’t translate)”고 적었다.

“순전히 방탄소년단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있는지 궁금해서 8월부터 한국어를 공부했다(I started purely because of BTS back in August because I hated having no clue what they were singing in their songs)”, “공부를 하는 이유는 오로지 방탄소년단 때문(Yes, BTS is the only reason, honestly)”이라는 답변들이 줄을 이었다.

해외 팬들은 올해 한글날을 맞아 이색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이날 각종 SNS에는 ‘#감사합니다_방탄소년단’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다수 게재됐다. 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가사를 직접 써 내려간 인증샷이었다.

덕분에 외국인들의 한국어 떼창은 이제 그리 놀랄 일이 아닐 정도다. 10월 7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북미 투어 마지막 공연에서 객석은 다국적 인종 4만여 명으로 가득 찼다. 국적과 성별, 연령대를 초월한 이들은 노랫말 하나하나를 전부 따라 부르는 장관을 연출했다. 팬들의 한국어 노랫소리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울려 퍼졌다.

방탄소년단을 쫓아 한국에 오는 외국인도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위치한 팬시점의 관광객들이다. 이곳은 방탄소년단 캐릭터 제품 판매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개점 전부터 팬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탔다. 핀란드 관광객 셀레나 역시 방탄소년단을 따라 매장을 찾았다. 그는 “우연히 신문에서 방탄소년단을 본 뒤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반했다”면서 “그들을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져 여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방탄소년단이 만드는 한류는 계속된다. 멤버 진이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뒤 “많은 분들이 한글어로 노래를 따라 불러주시고 한글 공부를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데 정말 뿌듯하다. 앞으로도 우리 문화를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멤버 슈가는 “국가대표의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널리널리 알리겠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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