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소비자는 준비돼 있죠”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 2018.09.19 최신호 보기

“엄마, 오늘 미세먼지는 어때요?” 배우이기에 앞서 두 자녀를 둔 ‘엄마 박진희’는 아이의 질문에 놀라곤 한다. 자신이 어릴 때만 해도 미세먼지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았을뿐더러 그것의 좋고 나쁨에 대해 고민한 기억도 없다. 그런데 유치원생 딸아이가 당연하다는 듯 물어오는 질문은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고민하게 만든다.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실천해온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박진희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에코 진희’는 꽤나 유명하다. 환경보호를 위해 기울이는 크고 작은 노력들도 익히 알려졌다. 이를테면 빗물을 받아 청소용으로 쓴다든지, 텀블러를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든지, 우산 비닐을 재활용하는 등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이 그에겐 일상이다. 한때 타고 다닌 전기차도 같은 맥락이다.

박진희가 전기차를 직접 몰고 다녔을 당시

▶ 박진희가 전기차를 직접 몰고 다녔을 당시 모습 ⓒ박진희

2010년 즈음 전기차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내 모 중소기업이 자체 생산한 저속 전기차였다.

“그때도 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주저 없이 전기차를 선택했던 것 같아요. 전기차를 탄다는 의미 자체도 좋았지만 제품 디자인도 만족스러웠고요. 100%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더 끌렸죠.”

여느 자동차처럼 빠르거나 멀리 갈 수는 없었다. 제품 특성상 최대 시속이 60km에 불과해 시내 주행만 가능했다. 서울에서 경기 일산까지 왕복하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가 기억하는 전기차의 이용 가치는 높았다. 자동차를 완전 충전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원을 넘긴 적이 없었고, 전원과 연결하는 긴 코드만 있다면 220V 콘센트가 있는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했다. 다만 턱없이 부족한 전용 충전소, 배터리 수명이 문제였다.

“주행 중 방전될 뻔한 경험이 있어요. 운 좋게도 인근 카페에서 양해를 구하고 충전한 덕에 위기는 면했죠. 또 전기차는 배터리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데 배터리 성능에 여러 번 문제가 생기고 나니 고치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니까 대체할 부품이 없어서 폐차밖에 답이 없었어요. 결국 2015년을 끝으로 지금까지 전기차는 못 타고 있어요.”

박진희는 여전히 전기차 구매 의향은 있어도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전기차를 찾지 못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거주지인 광주광역시에서 일터인 서울까지 충분히 오갈 수 있는 전기차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모 기업에서 출시한 세단형 전기차를 고려해봤지만 만일의 상황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혹 고속도로를 잘못 들었을 경우 전기 보충이 필요한데 여건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 그는 “요즘에는 30분가량 걸리는 급속충전 시스템도 있다지만 어린아이들과 도로에서 30분을 기다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1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박진희가 전기자동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11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박진희가 전기자동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배터리 기술, 충전소 인프라 개선 중요

이러한 점에 비춰봤을 때 그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선 이용자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13일 정부가 플랫폼 경제 구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함께 발표한 8대 선도사업 중 ‘미래 자동차’에 대한 개인적 견해다.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자율주행차 핵심기술 개발에 올해보다 29% 늘어난 7600억 원을 투자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지·통신·판단 모듈과 가속·조향·제동 등 자율주행 차량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전기차·수소차 구매와 충전인프라(전기차 충전기 1070기, 수소차 충전소 30개소) 구축을 보조한다.

“아직까진 많은 사람이 전기차를 타겠다고 결심할 수 있을 만큼 전기차의 강점이 많은 건 아니에요. 환경보호 차원에선 분명히 우위에 있지만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친환경 차량 보급을 위해 꾸준히 힘쓴다면 이용자 환경도 나아질 거고 이용자 수도 늘지 않을까요. 그게 혁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전기차보다 수소차의 빠른 확산이 미래 자동차의 발전이라고 여겼다. 전기차는 말 그대로 배터리에 전기에너지를 직접 충전해 모터를 구동하는 형태다. 석유차와 비교하면 친환경적 면모를 자랑하지만, 전기 생산을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등을 가동해야 한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만드는 수소차에 비하면 덜 친환경적인 셈이다.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제가 미래 자동차의 혁신을 논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하지만 확실한 건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고 그것을 위한 자동차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요. 저 역시 그중 한 명이고요. 뭐든 처음부터 쉬운 건 없듯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면 혁신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여 그는 어린 두 자녀가 운전할 때쯤 기대하는 주행환경도 이야기했다.

“그때가 되면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고 컴퓨터가 대신 자동차를 작동시키는 게 보편화될 것 같아요. 석유차가 더 증가할 이유가 없어질 수 있는 거죠. 제가 스무 살 때만 해도 휴대폰은커녕 삐삐가 주였는데, 이제 손 안의 컴퓨터 시대잖아요. 정말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속도로 변화했어요. 자동차도 마찬가지예요. 시대가 원하고 이용자 환경이 충분하다면 혁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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