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 국민가곡 ‘희망의 나라로’가 연주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식 연단에 올랐다.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기 위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오른손을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선서를 했다. 첫 문구인 “나 박근혜는”으로 시작해 마지막 문구인 “대통령으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로 끝나는 선서를 마치자 기대와 격려가 담긴 박수가 국회 광장을 메웠다.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순간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간 ‘국민의 행복’이 국정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식장에서도 박 대통령은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국민 앞에서 다짐했다.
취임식이 열린 국회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취임식 참석 인파로 곳곳에 긴 줄이 형성됐다. 취임식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청와대경호팀·경찰관·자원봉사자·행사진행요원들로 북적거렸다.
국회 정문 앞 곳곳에서는 각 지역 이름이 적힌 팻말이 눈에 띄었다. 지역에서 올라온 이들이 모여 함께 입장하기 위해서였다.
취임식장으로 향하는 서울 지하철 여의도역 앞에서는 김밥과 샌드위치, 방석과 망원경을 판매하는 소상인들이 자리잡고 취임식 특수를 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취임식 참석 절차는 까다로웠다. 국회 정문 밖에서 먼저 초대장과 신분증을 확인 받아야 입장이 가능했다. 비표를 받아 들고 정문을 통과해도 다시 신분을 확인하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입구마다 긴 줄이 이어졌지만 참석자들은 차분하게 순서를 기다리며 대통령 취임식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9시15분, 드디어 식전행사가 시작됐다. 행사는 국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공연으로 이뤄졌다. 식전행사 사회는 개그맨 김준호·김지민·허경환씨가 맡았으며,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 뮤지컬 배우 남경주, 아이돌 그룹 JYJ 등이 공연을 펼쳤다. 식전행사의 마지막 무대는 ‘강남스타일’로 세계를 들썩인 월드스타 싸이가 장식했다. 그는 “이제 국민이 챔피언”이라며 인기곡 ‘챔피언’을 부른 다음 ‘우리는 한국 스타일’이라고 가사를 고친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식전행사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단상에 올랐다. 오전 10시58분 박 대통령이 국산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입장했다. 박 대통령은 카키색 코트에 연한 보라색 머플러를 하고 왼쪽 가슴에 보라색 나비모양 브로치로 포인트를 줬다. 국민대표 30인과 함께 단상에 오른 박 대통령은 내빈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로 향했다.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공식행사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식순 소개와 함께 국민의례로 시작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에 이어 소프라노 조수미와 바리톤 최현수가 300명의 국민합창단과 함께 애국가를 불렀다. 잠시 후 주위가 조용해지며 박 대통령이 단상에 올랐다. 박 대통령이 진지한 표정으로 취임선서를 마치자 예포와 함께 광장 가득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어진 순서는 국방부 의장대 사열이었다. 사열을 시작하기 전 한 시간 가까이 광장에서 대기하던 의장대는 참석자 사이에서 인증샷 모델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의장대를 이끈 곽희덕 단장은 참석자들의 인증샷 요청을 싫은 표정 없이 수락하면서도 단원들에게는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집중할 것을 부탁했다.


이어진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경제부흥·문화융성을 강조했다. 취임사 가운데서 특히 반복된 단어들이 주목받았다. 행복은 21회, 창조 9회, 신뢰는 8회, 한강의 기적은 4회 언급했다. 향후 박근혜정부가 중점을 둘 국정화두를 가늠케 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전직 대통령과 정치권 인사들을 비롯해 각국의 축하사절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10시30분부터 입장해 연단 뒤편 내·외빈석에 앉아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김황식 국무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그리고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참석해 취임식을 빛냈다.
특별초청자로 천안함 피격사건 때 구조활동을 펼치다 순직한 고(故) 한준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씨,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다 구조된 삼호해운 석해균 선장, 고 이태석 신부의 형 이태형 신부,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 ‘총각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이영석씨, 세계권투협회(WBA)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 선수 등이 참석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가족으로 동생 박근령씨와 박지만·서향희씨 부부, 5촌 조카인 방송인 은지원씨 등도 참석했다.
취임식을 마친 박 대통령은 의전차량에 올라 카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국회에서 출발해 서강대교를 건너 광화문광장에 이르는 동안 박 대통령은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낮 12시20분께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고 복주머니 개봉행사에 참석했다. 복주머니에 넣어둔 국민의 희망 메시지를 꺼내 하나씩 낭독하는 행사를 마지막으로 취임식 공식행사를 마무리한 박 대통령은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청와대로 향했다.
글·조용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