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전기 본사 및 연구소(청주공장)│ 삼화전기

커패시터(축전기·콘덴서)는 전기회로에서 전기 용량을 전기적 퍼텐셜 에너지로 저장하는 장치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곤 한다. 작은 크기에도 큰 용량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 주로 생활 가전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창립 47주년을 맞은 삼화전기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자축전기 제조사이다. ‘전해 커패시터·칩(Chip) 전해 커패시터 국내 최초 생산, 유기반도체 커패시터 최초 국산화, 기능성 고분자 커패시터 국내 최초 개발, 디지털화에 대응한 친환경 초고용량 커패시터(Green-Cap) 및 전도성 고분자 하이브리드 전해 커패시터(Hybrid-Cap) 국내 최초 개발’… 그간 삼화전기가 축전기 분야에서 이룬 성과다.
삼화전기는 국내 최초로 커패시터를 생산하고, 유기반도체 커패시터 국산화를 이루고, 친환경 전해 콘덴서를 개발하는 등 한국 전자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왔다. 2017년에는 정격전압 80V, 125℃에서 사용 가능한 친환경 자동차용 ‘전도성 고분자 하이브리드 전해 커패시터’ 개발을 완료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자축전기 제조사로 우뚝 섰다. 지난 3년은 매출액(2015년 1713억, 2016년 1996억, 2018년 2047억)의 80% 이상을 수출하는 실적도 기록했다.

▶삼화전기 본사 및 연구소(청주공장)│ 삼화전기

2018년에는 성장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 중견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해 세계적 기업 300개를 육성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인 ‘월드클래스 300’(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기업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콘덴서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콘덴서를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삼화전기만의 비결은 뭘까?
삼화전기는 삼화니찌콘㈜으로 출발해 청주산업단지에 본사 겸 제1공장을 준공(대지 3만1329㎡, 건물 7603㎡)하며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초기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당시엔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그해 10월 제4차 중동전쟁이 아랍권의 패배로 끝난 직후 이른바 1차 오일쇼크인 석유파동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유가 폭등으로 설립 초기 공장가동률이 50%를 밑돌 만큼 큰 위기를 겪었다.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Radial type)

중국·유럽 현지법인으로 글로벌 체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이듬해인 1974년 7월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하고, 그해 11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한 뒤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해외시장에서 인지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일본 업체의 시장독점이 이어졌다. 어려움 속에서도 연구개발(R&D)에 대한 의지만은 꺽지 않았다. 끊임없이 R&D에 매진했다. 그 결과 1976년 6월 전해 커패시터 케이스 방폭 구조(불꽃 또는 고온으로 점화원이 되지 않도록 조치를 강구하는 방법)의 실용신안등록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 홍콩, 동남아, 유럽 등 해외시장으로 수주가 확보되자 원·부자재의 국산화와 함께 생산성도 향상되기 시작했다.
1986년 12월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로 IECQ(국제전기기술위원회 산하의 전자제품에 대한 품질평가기관) 제조자로 인정을 받았고, 1987년 11월 IECQ 품질 인증을 받았다. 특히 기술연구소와 충주 제2공장을 설립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1988년 삼화전기는 ‘수출의 날’ 5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며 수익성과 안정성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기이중층 커패시터(EDLC : Radial, Snap-in, Axial Type & Module)

1993년 6월 중국 현지법인 ‘천진 삼화전기 유한공사’와 2001년 5월 유럽 법인 설립은 삼화전기의 글로벌 생산체제를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경영 환경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전자산업 변혁기(반도체, 이동통신)와 1998년 IMF 위기, 3高(고임금,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었다. 과감하게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해 필름 커패시터 사업을 중단하고 전해 커패시터를 중국 천진으로 이전하는 등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해외 제조와 판매법인 신설은 투자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삼화전기의 순수한 독자기술과 설비, 노하우가 수출되면서 커패시터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알루미늄 전해 커패시터(Snap-in, Lug, Screw Type)│ 삼화전기

국제 공인 안정 규격 기관 UL 인정
2019년 현재 삼화전기 R&D 센터 지적재산권 보유 수만 무려 71건에 이른다. 해외 법인은 총 8개국(삼화유럽-독일·폴란드, 삼화인디아-인도, 삼화태국-태국, 삼화인도네시아-인도네시아, 삼화전기-한국:청주·중국:천진, 삼화홍콩-홍콩·퉁관·상하이·베트남, 삼화USA-샌디에이고·시카고) 13개 판매사무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과 업계 변화를 잘 읽고 이에 맞춤한 새로운 사업을 시도했다는 점은 지금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삼화전기는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과 디스플레이(PDP, LCD, LED, OLED 등) 기술 변화 등으로 제조업계가 침체에 빠지자, 신재생에너지 핵심 부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특히 전기 이중층 커패시터(EDLC·그린캡) 독자적 개발 성공의 쾌거를 이뤘다. 전기 이중층 커패시터는 일반 전해 커패시터 대비 100만 배 이상의 고용량을 지닌 제품이다. 중금속 등 유해 물질과 충전·방전 시 화학반응이 전혀 없는 친환경 제품으로 충전·방전 효율이 높아 하이브리드 카의 주요 부품으로 쓰인다. 당시 삼화전기 관계자는 “전기 이중층 커패시터가 에너지 효율 증대의 역할을 하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및 자동차 시장에서 그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화전기의 첨단 친환경 기술력 확보는 국제 공인 안정 규격 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인증 획득으로도 이어졌다.
▶삼화전기 ‘고객의 날’ 행사에 참여한 유럽기업들

2018년 월드클래스 300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삼화전기는 R&D 분야로 전도성 고분자 하이브리드 커패시터에 집중해 개발 및 투자에 매진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54개월간 수행할 과제명은 ‘전장용 고온 전도성 고분자 하이브리드 알루미늄 커패시터 및 고온 고출력 슈퍼커패시터 개발’이다. 삼화전기 관계자는 “정부지원 과제 참여로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기술·산업 발전,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발전, 동반성장 효과 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제를 통해 삼화전기 전체 매출 규모가 2017년 1539억 원에서 2022년 2189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5G 성장에 따른 신제품(그린 캡, 하이브리드 캡)으로 에너지, 환경 기업으로 성장도 예상된다”고 했다.
신제품 성장 및 신규 시장 성장에 따라 전체 직원 수도 2017년 평균 428명에서 2022년 523명으로 95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특히 신입사원 중에서도 95% 이상이 생산 분야(고교 졸업자) 사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화전기 연구개발(R&D) 센터 내 모습

‘인류와 환경을 위한 가치 창조’ 내세워
경상이익 규모는 2018년 75억 원에서 2022년 180억 원으로 증가, 원자재 구매 규모는 2017년 746억 원에서 2022년 969억 원으로 증가, 국내 구매 규모는 2017년 208억 원에서 2022년 270억 원으로 대폭 증가 등 월드클래스 300 관련한 과제 수행을 통해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성장 규모는 엄청나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우리 회사만 성장하는 건 아니다”라며 “국내 원자재 구매 규모 연평균 성장률(CAGR)이 5.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를 통해 원자재 협력사 수주 및 이익 증가, 고용 증가 등 선순환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화전기 연구개발(R&D) 센터 내 모습

최근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삼화전기는 정보, 5G 통신,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전력 생산을 위한 장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사용되는 전해 커패시터의 개발을 완료했다. 그는 “전해 커패시터의 특성(단시간 안에 충·방전)을 고려해 지금은 생활 가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향후 5G 통신, 자동차, 풍력·태양광·ESS(에너지 저장장치), 로봇, 사물인터넷(IoT) 제품군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화전기 가치 창조 지원센터 모습│삼화전기

창립 50여 년을 앞둔 삼화전기의 슬로건은 ‘인류와 환경을 위한 가치 창조 기업’이다. 이를 위해 전기·전자산업의 핵심부품 선도기업으로서 차별적 역량 강화에 매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에너지&친환경 기업 도약, 글로벌 TOP3 성장, 글로벌 경쟁력 우위 기술 확보 등에 주력해 급변하는 경쟁시대의 선두 전자부품업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박종온 삼화전기 대표는 “삼화전기는 초심의 마음가짐으로 21세기를 주도하고, 사람과 기업 그리고 인류와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한다는 창업 이념을 계승시켜 ‘인류와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창조 기업’으로 고객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