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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바퀴 달린 쓰레받기 개발… 오창택 대구 달서구청 환경공무직

작업자의 키와 체형, 장시간 작업 환경에 맞게 손잡이 높이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쓰레받기를 개발한 오창택 대구 달서구청 환경공무직 노조 지부장. 사진 C영상미디어

대구 달서구청 환경공무직 노동조합 오창택 지부장
이른 새벽 도시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부터 환경미화원들은 거리로 나선다. 이들은 하루 평균 8㎞를 걸으며 거리를 쓸고 쓰레기를 담는다. 이때 늘 함께하는 도구가 쓰레받기다. 하지만 쓰레받기는 무겁고 불편하다. 매일 쓰는 작업자의 몸을 배려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쓰레받기는 왜 그대로일까.’
20여 년간 현장을 지켜온 오창택 대구 달서구청 환경공무직 노동조합 지부장은 이런 의문을 오랫동안 품어왔다. 작업자의 키와 체형, 장시간 작업 환경이 반영되지 않은 쓰레받기가 늘 아쉬웠다. 그는 직접 해결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손잡이 높이와 각도를 조절하고, 바퀴를 달아 끌거나 밀면서 이동할 수 있는 ‘손잡이 높이·각도 조절형 쓰레받기’다. 대구 달서구는 오 지부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고 시제품 150개를 제작해 현장에 보급했다. 현재 민간 기업과 협력을 통해 제품화를 추진 중이다. 현장의 작은 불편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작업자의 안전과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로 이어진 것이다. 오 지부장을 만나 개발 과정과 환경미화원의 작업 환경, 그리고 더 안전한 현장을 향한 바람을 들었다.

작업자의 키와 체형에 맞춰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손잡이

쓰레받기를 직접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뭔가요.
쓰레받기는 환경미화원이 매일 사용하는 필수 장비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손잡이를 늘리거나 자기 몸에 맞게 직접 개조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처음부터 작업자 몸에 맞는 장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느끼는 불편은 동료들도 똑같이 겪는 불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인 발명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마침 구청과 협업할 기회가 생기면서 머릿속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존 쓰레받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환경미화원은 자기 구역을 여러 차례 돌며 하루 평균 8㎞ 정도를 걷습니다. 현장에서는 담배꽁초 같은 작은 쓰레기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페트병이나 여름철 플라스틱컵처럼 부피가 큰 쓰레기도 많이 나옵니다. 기존 쓰레받기는 이런 쓰레기를 몇 개만 담아도 금방 차기 때문에 자주 비우러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큰 쓰레기통을 잘라 쓰레받기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거칠게 개조한 절단면에 손을 다치기도 하고 사용하기도 불편합니다. 무엇보다 하루 종일 쓰레받기를 들고 이동하다 보니 손목과 어깨, 허리에 부담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담는 도구가 아니라 작업자의 몸을 덜 힘들고 안전하게 해주는 장비가 필요했습니다.

바퀴를 달아 장거리 이동을 편리하게 하고 무게 부담을 덜었다.

직접 개발한 쓰레받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작업자 체형에 맞게 손잡이 높이와 앞뒤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마다 키가 다르고 편한 자세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 몸에 맞춰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또 바퀴도 달았습니다. 뒤에서 밀어도 되고 앞에서 끌 수도 있습니다. 기존처럼 무거운 쓰레받기를 계속 들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용량도 기존보다 키워 5리터 정도는 충분히 담을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여러 번 비우러 가지 않아도 됩니다.

매일 쓰는 장비인 만큼 내구성도 중요했겠습니다.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재질은 기존 현장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 골판지(단프라)를 활용하되 약한 부분을 보강했습니다. 특히 앞쪽 철제 부분과 바퀴가 연결되는 프레임을 강화했고, 부품이 고장 나면 전체를 버리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제품을 만들어줄 공장을 찾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기존에 없던 형태다 보니 바로 제작할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금형을 새로 만들자니 비용 부담도 컸고 수요가 얼마나 될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부품을 하나씩 찾아 직접 조립하는 방식으로 개발했습니다. 가장 애를 먹은 것은 높이 조절 손잡이였습니다. 타공 레일이 핵심인데 맞는 부품을 찾는 데만 한 달 넘게 걸렸습니다. 경북 구미까지 다니면서 찾았습니다. 손잡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분만 해결되면 나머지 구조는 머릿속에 이미 그려져 있었거든요. 시제품도 직접 레이저 절단하고 용접하고 조립해서 만들었습니다. 쓰레받기 하나 만드는 데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구청에서 아이디어를 선뜻 받아들였나요.
아무리 좋은 제품도 말로만 설명해서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종이박스를 잘라 쓰레받기 모형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바퀴도 달고, 손잡이를 붙여 높이와 각도를 조절하면서 실제로 밀어 보고 끌어 봤습니다. 그 모형을 가지고 구청에 설명했고, 자원순환과에서도 현장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이후 경제지원과의 지식재산권 지원사업과 연계되면서 시제품 제작과 특허출원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허도 직접 추진했다고요.
예전에도 특허출원을 해본 경험이 있어 절차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구청에도 먼저 특허출원을 한 뒤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고, 변리사와 함께 특허출원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특허는 보통 등록까지 3년 정도 걸리지만 시제품이 제작된 데다 공공성을 인정받아 우선심사를 받게 됐습니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안에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요. 개인 비용도 많이 들었다고요.
올해 1월 말부터 시작해 제품으로 완성하기까지 약 5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재료를 하나씩 사서 맞춰보고 실패도 반복하다 보니 비용도 꽤 들었습니다. 하지만 얼마를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걸 만들면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겠구나.’ 그 생각 하나로 계속 만들었습니다.

시제품 150개를 제작해 현장에 보급했는데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에게도 “완성품이 아니라 더 좋은 제품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써보니 손잡이 부분이 조금 날카롭다는 의견이 나와 바로 개선했습니다. 그 외에는 기존보다 훨씬 편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다른 구청에서도 보급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국 환경공무직만 6만 명입니다. 기간제나 공공근로까지 포함하면 필요한 사람은 훨씬 많습니다. 지금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공급이 쉽지 않지만, 써보신 분들이 편하다고 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 찾는 것을 보면 현장에서 꼭 필요한 장비라는 확신이 듭니다.

오창택 대구 달서구청 환경공무직 노조 지부장이 커피 종이박스로 만든 쓰레받기 모형을 들어 보이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이번 발명 외에도 현장의 불편을 해결하는 활동을 계속해왔다고요.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왜 아직도 이렇게 하지?’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더 편하고 안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10여 년 전에도 음식물쓰레기 배출과 수거 과정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고 부착형 분리수거함 관련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의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관은 지금도 같습니다. 이번 쓰레받기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앞으로 또 개발하고 싶은 제품이 있나요.
쓰레받기는 계속 보완해 더 좋은 제품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환경미화원의 안전입니다. 새벽에는 어둡기도 하고 특히 차량이 좌회전이나 우회전하는 곡선 구간은 사고 위험이 큽니다. 형광띠나 보호장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전자가 작업자를 훨씬 빨리 알아볼 수 있는 안전장비를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환경미화원의 근무여건이나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환경미화원은 시민들이 하루를 시작하기 전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일합니다. 주말이나 공휴일,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요. 예전보다 처우는 많이 나아졌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관심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또 현장에서 실제 필요한 장비가 꾸준히 개발되고 보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관심이 쌓일수록 작업자는 더 안전해지고 거리도 더 깨끗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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