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AI 패권의 승부처 데이터센터 쩐의 전쟁

데이터센터란?
수천~수만 대의 컴퓨터 서버와 대용량 저장장치, 네트워크 설비 등을 한곳에 모아
24시간 365일 가동하는 반도체 기반시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기 위해 ‘쩐(錢)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오라클,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차입까지 불사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6월 10일(현지시간) 오라클은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200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최대 400억 달러(약 60조 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새 주식을 발행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방식을 말합니다. 확장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에 유리하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6월 11일 오라클 주가가 전날보다 8.53% 하락한 이유이기도 하죠.
앞서 알파벳도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핵심 기반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800억~850억 달러(121조~
128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놨습니다. 2005년 9월 이후 21년 만이자 역대 최대 규모 유상증자입니다.
6월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타 역시 올해 AI 투자 규모를 늘리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AI 데이터센터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전 세계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투자 금액을 수혈하면서까지 확충 경쟁을 벌이는 것일까요? AI 시대를 좌우할 핵심 인프라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갈수록 필요한 이유
데이터센터(Data Center)는 쉽게 말하면 ‘초대형 컴퓨터 집합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천~수만 대의 컴퓨터 서버와 대용량 저장장치, 네트워크 설비 등을 한곳에 모아 24시간 365일 가동하는 반도체 기반시설을 말합니다.
이 데이터센터가 갈수록 필요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AI 수요가 계속 폭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으로는 AI를 가동하는 데 아주 큰 한계가 있습니다. AI 서비스가 작동하려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초고속 연산 능력이 필요합니다. 개인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만으로는 이런 작업을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가령 최신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수만 개의 고성능 AI 반도체가 동시에 연산을 수행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은 저장공간과 전력, 발열처리 능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고성능 AI를 자체 실행하기 어렵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고성능 컴퓨터 수만 대와 수십만 개의 AI 반도체를 한곳에 모아 개인 기기의 계산과 저장을 대리해 주는 시설이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이나 개인 컴퓨터로 질문을 입력하면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가 이를 처리해서 결과만 빠르게 전송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클라우드 AI’라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생성형 AI 서비스의 대부분은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센터가 없다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 서비스는 가동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비용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한 곳을 짓는 데 보통 수억 달러가 들었지만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면서 수십억~수백억 달러가 투입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AI 반도체 때문입니다. 과거 데이터센터에선 인터넷 검색이나 동영상 저장, 전송을 주로 처리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수만 개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다량 탑재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건물과 전력 설비가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와 HBM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와 서버가 가장 큰 비용 항목으로 떠올랐습니다. 여기에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변압기와 배전 설비, 서버 발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장비까지 추가되면서 건설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이 추진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입니다. 이들은 향후 4년간 총 50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단일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여러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단지와 전력·네트워크 설비를 포함한 전체 투자 규모죠.
개별 데이터센터 사례도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메타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들여 AI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건설 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 역시 각각 수십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미국 전역에 확대하고 있습니다. 돈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 그동안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자체 유보자금으로 AI에 투자해왔던 빅테크들도 더 이상 감당이 어려워지면서 증자와 차입을 대폭 늘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AI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초대형 데이터센터인 ‘헥사곤’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수만 대의 서버와 대량의 AI 반도체를 수용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허브를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사우디는 이 헥사곤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3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도 데이터센터 늘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세종·시흥(경기) 등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가동·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효성그룹도 데이터센터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기업과 손을 잡고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30㎿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했습니다.
K-반도체·전력 기업 수혜 계속되나
AI 데이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반도체와 전력기기 업체도 당분간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반도체죠. 특히 빅테크 기업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품귀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는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최첨단 AI 가속기는 더 많은 HBM을 필요로 합니다. HBM은 쉽게 말하면 ‘초고성능 D램’입니다. 여러 개의 D램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기존의 D램을 개조하고 진화시킨 것이죠.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약 80%에 달합니다. SK하이닉스 측은 최근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하고 있다”고 밝힐 만큼 수요는 지금도 커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도 계속 상승 중입니다.
전력기기 업체도 AI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합산 수주 잔고는 최근 2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앞으로 4~5년은 공장을 쉬지 않고 가동해야 물량을 댈 수 있는 일감을 확보해둔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부족 대란이 본격화하면서 K-전력기기 업체의 호실적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은 단순한 시설 투자 경쟁이 아닙니다.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자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기도 합니다. 현재의 AI 열풍이 어떤 기업과 나라를 새로운 승자로 만들지 지켜볼 일입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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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