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대(對)드론’ 체계
2022년 2월 시작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꾼 분기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드론이 전쟁의 판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시간 영상과 좌표를 제공해 미사일 타격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표적 탐지, 타격 결정을 단 수 초 만에 가능하게 만들었다. 수십억 원의 전차가 수십만~수백만 원짜리 드론에 의해 무력화되는 순간을 전 세계가 목격했다. 소형 무인기부터 자폭 드론, 드론 대응체계까지, 드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전력이 됐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을 잘 쓰는 것만큼 드론을 잘 막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하고 무력화하는 대(對)드론(Anti-drone) 대응체계가 현대 방공의 새로운 축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드론 대응체계 확립에 집중하고 있다.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 2028년 군 배치 목표
대드론 대응체계는 크게 소프트킬(Soft Kill)과 하드킬(Hard Kill)로 나뉜다. 소프트킬은 전파 교란, GPS 재밍(전파 방해), 해킹 등을 통해 드론의 통신·항법을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하드킬은 실제 물리적 타격으로 드론을 격추하는 방식이다. 2025년 9월 방위사업청은 신속시범사업으로 ‘대드론 하드킬(Hard Kill) 근접방호체계’를 선정했다. 적의 중형 자폭 무인기가 아군의 주요 시설이나 장비에 접근할 때 자체 탐지레이더로 이를 탐지하고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요격 드론을 순차적으로 발사해 격추하는 무기체계다.
쉽게 말하면 ‘멀리서 보고, 가까이 오면 잡는’ 방식이다. 먼저 탐지레이더가 적 드론을 중거리에서 포착해 계속 추적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요격 드론을 유도한다. 적 드론이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요격 드론에 탑재된 적외선(IR) 탐색기가 표적을 직접 포착해 요격을 시도한다. 요격 성공 여부는 전자광학·적외선(EO/IR) 장비로 즉시 확인하며 만약 격추에 실패하면 남아 있는 요격 드론으로 재차 대응한다. 2028년 실제 우리 군에 배치해 성능입증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들도 K-드론 방호체계 개발
우리 기업들도 정부의 대드론 대응 역량 강화 기조에 맞춰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화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군이 실제로 쓰기 위해 도입하는 저고도 대드론 방어 사업 두 건을 연이어 수주했다. 첫 번째는 중요 지역 대드론 통합체계이다. 공군 기지, 해군 항만 등 핵심 군사시설을 지키는 ‘고정형 드론 방어 시스템’으로 작동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먼저 영공으로 들어오는 소형 드론을 탐지하고 식별한 뒤 재밍으로 드론의 통신을 끊어 작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 군이 처음으로 본격 전력화한 시설형 드론 방어체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번째는 ‘드론 대응 다계층 복합 방호체계’다. 차량에 싣고 이동할 수 있는 ‘이동형 드론 방어 시스템’으로 도심이나 중요 지역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거리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드론을 막는 것이다. 약 3㎞ 거리에서는 레이더로 드론을 발견하고, 카메라·열영상 장비로 자동 추적해 재밍으로 드론을 무력화한다. 2~3㎞ 거리에서는 그물형 킬러드론을 띄워 드론을 포획한다. 1㎞ 이내로 접근하면 고출력 레이저로 직접 요격한다. 쉽게 말해 멀리서는 전파로 막고, 가까이 오면 잡고, 아주 가까우면 쏴서 떨어뜨리는 구조다. 360도 전방위 탐지가 가능해 사각지대도 줄였다.
대드론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대드론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21억 6000만 달러(약 3조 1700억 원)에서 2029년 약 70억 5000만 달러(약 10조 3400억 원)로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이 늘어나는 만큼 드론을 잡는 기술이 K-방산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재호 기자
드론 전사를 키워라!
드론 실증 전담부대 지정…
50만 드론전사 양성 추진도
2025년 9월 4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육군 제36사단을 방문해 소형드론·대(對)드론 실증 전담부대를 최초 지정하고 ‘50만 드론전사 양성’ 추진을 공식화했다. 전 장병이 군 복무 기간 동안 드론 조종 자격과 실무를 습득해 전투력 강화에 기여하고 전역 이후에는 민간 산업 현장에서 드론 분야 전문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국산 핵심 부품 기반 교육용 드론을 군이 직접 활용함으로써 국내 드론 산업계와 상생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2026년 총 국방예산(65조 8642억 원) 중 330억 원을 교육용 상용 드론(1만 1265대) 도입 및 인적·물적 피해에 대비한 보험료로 반영했다. 이번 사업은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강군’ 육성의 일환으로 군 내 드론·AI 기반 작전능력 확대와 국내 드론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