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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거센 세계 물살도전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l▶7월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수구 남자부 15~16위 순위결정전에서 권영균이 승부던지기로 승리를 결정지은 후환호하고 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한 팀이 됐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수구 사상 세계대회 첫 승을 안긴 수구대표팀의 주장 이선욱(32·경기도청)은 이렇게 말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한 변방 한국은 A조에서 세계 4강권 국가들과 맞붙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스전(3-26), 세르비아전(2-22), 몬테네그로전(6-24) 등 세 경기에서 18~23점 차이로 대패했다. 카자흐스탄과의 순위 결정전에서도 4-17로 패했다. 하지만 7월 23일 15~16위 결정전에서 뉴질랜드와 12-12로 비긴 뒤, 승부던지기에서 5-4로 이겨 보란 듯이 승리를 일궈냈다.

l▶7월 23일 수구 남자부 순위결정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코치와 포옹하고 있다.

이승재(47) 코치는 “4월 초 소집해 3개월밖에 훈련할 시간이 없었다. 해외에 나가 수준 높은 선수들과 전지훈련이라도 했으면 좀 더 달랐을 것이다. 그래도 대회 기간 더 성장하고, 열심히 해준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l▶7월 22일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경영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에서 김서영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수구는 골키퍼 1명과 플레이어 6명 등 7명이 구성원이다. 1~4쿼터 8분씩 뛰지만 경기가 중단되는 시간과 중간 휴식을 포함하면 총 1시간 5분 정도가 걸린다. 물속에서 럭비를 하듯 치열한 몸싸움을 하면서 전진하고, 또 슈팅까지 해야 하는 것이 만만한 게 아니다. 이승재 코치는 “일반인들은 잡아 누르면 그대로 물속으로 들어간다. 잠시도 버티기 어렵다. 힘든 훈련을 참고 따라준 선수들이 고맙다”라고 말했다.

l▶김정숙 여사가 7월 23일 경영 여자 자유형 200m 예선에 출전한 조현주를 응원하고 있다.

남자 수구 천신만고 끝에 1승
한국에는 고등학교와 대학, 일반부를 통틀어 등록 선수가 200여 명밖에 안 된다. 대학팀은 한국체육대학교에 있고, 실업팀은 7개뿐이다. 대표팀을 구성할 때도 과거에는 18명씩 뽑았지만 이번엔 14명을 선발했다. 그러다 보니 몸이 안 좋은 선수라도 생기면 자체 청백전을 할 수도 없었다. 학원 수구팀이 각 지역 체고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대학에서는 한체대가 유일하게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전국체전에 수구가 있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실업팀을 운영하며 명맥을 유지하는 게 다행일 정도다.

l▶7월 22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하이다이빙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남자 27m 경기에서 미국의 스티븐 로뷰가 다이빙하고 있다.

뉴질랜드를 꺾고 승리한 것은 선수들의 열정이었다. 한국팀의 골키퍼로 뉴질랜드와 경기 막판 상대의 마지막 공격을 미리 나와 가로채 경기를 승부던지기로 이어갔고, 승부던지기에서 뉴질랜드의 두 번째 슈터인 니콜라스 스탄코비치의 슛을 막아낸 골키퍼 이진우(22·한체대)는 “꼭 이기겠다는 열정이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승부던지기 마지막 순서에 나와 승패를 가른 골을 넣은 맏형 권영균(32·강원도수영연맹)은 “부담이 컸지만 내 몫을 해서 다행이다. 누구라도 그 자리에 서면 골을 넣었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l▶7월 22일 경영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우승한 헝가리의 카틴카 호스주(가운데)가 2위 중국의 예스원(오른쪽), 3위 호주의 시드니 피크렘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차세대 주자들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다”
이번 세계대회에서 강호들에게 큰 점수 차로 졌지만 소득도 있었다. 이선욱은 “경기를 하면 할수록 배우는 것이 있다. 우리도 대회 기간 성장했다”고 말했다. 해외 전지훈련은 가지 못했지만 세계대회에서 수준급 상대와 경기하면서 우리의 기량도 좋아졌다는 얘기다.

l▶7월 23일 경영 여자 자유형 200m 준결승에서 홍콩의 시반 호우이(맨 위)를 비롯한 선수들이 역영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은 경영에서도 나왔다. 한국 수영의 간판 김서영(25·경북도청·우리금융그룹)은 주 종목인 개인혼영 200m에서 6위로 마치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내년 올림픽을 위해 더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의 기대주인 임다솔(21·아산시청)도 배영 100m에서 예선 탈락하자 “몸이 굳었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l▶7월 21일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접영 50m 준결승에서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29명의 남녀 경영 대표선수 모두의 마음이 이랬다. 한국 수영의 차세대 기대주인 이호준(18·영훈고)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탈락하자 이렇게 말했다. “처음 세계대회에 나와 너무 긴장했다. 몸이 굳어 평상시 하는 만큼 못했다. 하지만 이것도 실력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희망은 도전 속에서 영글고 있다.

광주·여수/ 글 김창금 <한겨레> 기자
사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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