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맹본부가 석연치 않은 사유로 영업양도 막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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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은 5년 넘게 치킨 가맹점을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가족의 병간호를 위해 매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매장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권리금을 책정해 내놨더니 바로 양수인이 나타났습니다. 박 사장은 홀가분한 마음을 안고 가맹계약서상의 절차에 따라 가맹본부에 양도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가맹본부 담당자가 “매장 양도를 승인하기 어렵다”는 뜻밖의 답변을 전해왔습니다. 가맹본부는 소비기한 관리 위반 사실 등을 양도 승인 거절의 사유로 제시했지만 표면상의 이유로 보입니다. 박 사장은 자신이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열심히 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박 사장은 권리금을 날리고 빈손으로 나가야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서면에 적힌 사유가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 속내가 협의회 활동에 대한 보복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영업양도 승인, ‘묻지마 거부’는 안 돼
상법 제168조의9 제2항은 가맹사업본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가맹점주의 영업양도를 동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가맹사업법 제6조 제9호는 가맹본부의 동의를 받아 가맹점을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가맹계약서에 영업양도 사항에 대한 기재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하는 치킨전문점 표준가맹계약서(제39조, 영업양도 및 담보제공)는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영업양도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엄격히 규율함으로써 가맹점주의 권리를 보호합니다.
가맹점주가 사전에 서면으로 영업양도 승인을 요청하면 가맹본부는 정해진 기간 내에 그 사유를 명시한 서면으로 승인 또는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이 기간 안에 이유를 적시해 거절하지 않으면 영업양도를 승인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상법 제168조의9 제2항 역시 ‘가맹업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영업양도에 동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동의가 원칙이고 거절은 예외라는 뜻입니다.
표면적 사유와 진짜 속내가 다를 때
박 사장의 경우 본사가 기한 내에 ‘소비기한 관리 위반’을 이유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면 절차상으로는 흠이 없는 승인 거절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는 가맹본부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사업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시행령 별표2는 이를 ‘불이익제공행위’로 구체화했는데 정당한 이유 없이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법이 보는 것은 서면에 적힌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그 조치가 왜 이루어졌는가, 즉 실질입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공하는 치킨전문점 표준가맹계약서 제5조 제8호도 이를 계약상 의무로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양도를 막는 행위는 이 조항이 정면으로 겨냥하는 ‘보복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큽니다.
소비기한 관리 위반이 실제로 있었고 본사가 이를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한 이력이 있더라도 승인 결정 시까지 가맹점주가 위반사항을 모두 시정했다면 가맹본부가 이를 이유로 승인을 거부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가맹본부가 시정 요구도 없이 갑자기 계약 위반 사실을 들어 승인을 거절한다면 이는 진짜 이유를 가리기 위한 핑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원은 중대한 사정의 유무로 승인 거절 사유를 판단합니다. 실제 판결들을 보면 승인 거절이 인정된 사례와 부정된 사례가 뚜렷이 갈립니다.
거절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맹점주가 계약기간 중 동종업종의 다른 가맹점을 운영해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사안에서 가맹본부가 이를 이유로 양도 승인을 거절한 것이 계약서상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26. 선고 2023가합48542(본소), 2023가합96930(반소) 판결)
대구지방법원은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매출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하자 이를 이유로 승인을 거절한 사안에서도 그 거절이 가맹점주의 귀책사유에 기인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15. 8. 20. 선고 2014가합2796 판결)
거절이 부당하다고 본 사례
반대로 대법원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다른 사유(매장 점검 결과 불량)를 내세운 사안에서 실질적 동기가 단체활동에 대한 보복이라면 위법한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 판단 기준으로는 행위의 의도·목적, 불이익제공의 경위, 다른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취급과의 비교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두48857 판결) 표면적 사유와 진짜 동기가 다르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법원은 그 실질을 본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또한 가맹본부의 승인 거절이 불공정거래행위로 인정되려면 가맹점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거래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3두7484 판결) 소비기한 관리 위반이 이미 시정된 상태라면 양도 승인을 거절할 만한 ‘중대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대응하세요
STEP ① 거부 사유의 구체적 근거를 서면으로 요청하세요.
어떤 이유로 승인을 거절하는지 문서로 명확히 확인해 달라고 하세요.
STEP ② 위반 이력이 없거나 이미 시정된 사안이라면 이를 증명할 자료를 모으세요.
위생점검 결과지, 소비기한 관리대장, 본사와 주고받은 시정 관련 이메일 등이 핵심 증거입니다.
STEP ③ 평소 항의했던 정황을 기록으로 남기세요.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저지하려 했던 정황이 담긴 가맹본부의 문자, 이메일, 회의록, 통화 내역이 ‘표면적 사유와 실질적 동기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정황이 됩니다.
STEP ④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하세요.
소송 없이 비교적 빠르게 해결을 시도할 수 있으며 필요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도 함께 검토하세요.
장영화
기업의 시작과 성장을 돕는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이자 창업 15년 차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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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