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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소방방재정책의 변화 ‘불조심’에서 ‘국민 안전’으로

재해가 발생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재해의 유형도 다양해져 해를 거듭할수록 소방방재정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다. 화재신고전화번호 119는 11월 9일에서 나왔다. 국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고 사전에 화재를 예방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참고로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인 ‘방재의 날’은5월 25일이다. 그동안 소방방재정책은 어떻게 변해왔는지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1975년 내무부 소방국 신설되며 소방정책 도약 계기
1991년 유엔 권고로 소방법 개정 및 소방의 날제정

1948년 정부에서 ‘불조심 강조기간’을정해 11월 1일 유공자를 표창하고 불조심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이 소방방재정책의 시발이었다. 이후 1963년부터는 내무부가 ‘소방의 날’ 행사를 주관하고 불조심 캠페인을 전개했다. 초·중·고교생 대상으로 불조심 표어나 포스터를 공모하고 웅변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소방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는 않았고 주로 국민 계몽 캠페인 위주로 소방정책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전개했다.

1975년 8월 26일 내무부에 민방위본부가 설치되고 그산하에 민방위국과 소방국이 신설됨으로써 우리나라의 소방정책은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산하 기관에는중앙소방학교와 중앙119구조본부가 있었다. 1980년대에는 소방방재정책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1989년 12월 22일 유엔 총회에서는 1990년도를 자연재해 경감을 위한 10개년 계획기간(IDNDR, United Nations International Decade for Natural Disaster Reduction)으로 정하고 자연재해를 경감할 것을 각국에 권고했다.

1991년 9월 17일 유엔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유엔이 권고한 재해 경감방안을 우리나라 실정에 알맞게 적용했다. 1991년 소방법을 개정하고 11월9일을 소방의 날로 제정한 것도 유엔의 권고를 반영한 조치였다. 정부는 재해에 대한 국민 의식을 높이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1994년부터 우기 이전인 5월에 방재훈련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재해예방법을 제정했고, 1995년에 자연재해대책법 전문이 제정됐다.

 

화재 진압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동아DB


언론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방방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명 중시 방재·구조정책 전환 시급(한겨레, 1994. 11. 13)’이나 ‘내무부, 방재협회 설립 추진(매일경제, 1995. 11. 25)’ 같은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시기 정부와 유관기관은 방재행정 세미나, 방재 시범훈련, 재해 예방 캠페인, 재해위험지구 및 방재시설 점검과 정비, 재해 참상 및 복구 광경 사진 전시회, 재해 예방 포스터 공모전 같은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1995년 10월 들어 민방위본부는 내무부 소속의 민방위 재난통제본부로 개편됐고, 1998년 2월 28일에는 소방국이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변경됐다. 1997년에는 국립방재연구소가 설립돼 국가 재난관리 선진화를 위한 정책 연구와 기술 개발을 시도했다.

‘OCSE-GBI 지능형 소방·보안 시스템 개발 성공(매일경제, 1998. 12. 11)’ 같은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재난관리 선진화 시스템도 갖추기 시작했지만 안전 불감증과소방정책의 미흡에 대한 질타도 계속됐다. ‘안전한 세상 만듭시다 : 안전 의식의 현주소(경향신문, 1999. 11. 5)’ 같은 기사에서는 "국가 소방정책 공무원 3~4명이 좌지우지한다"며 "큰 사고 나서야 대책 수립 법석 : 정책은 실종"이라고 비판했다. 이런저런 여론을 반영한 결과인지 1999년에는 소방청 법률안이 국회에 상정됐고, 1999년부터는 행정자치부 주관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전국 규모의 소방방재 기념행사가 열렸다.

2000년 11월 소방청 설립을 위한 대국민 공청회가 열렸고, 2000년 11월부터는 소방관 처우 개선 및 소방청 설립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그후 2004년 6월 1일 정부조직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민방위본부는 행정자치부의 외청으로 승격해 소방방재청으로 독립했다. 소방방재청은 112만 건의 국민 서명이 국회에 제출되어 발의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기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훈련

▶지하철 화재 상황을 가정해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DB


국민 서명의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방관의처우 개선이었다. 소방방재청은 소방, 방재, 민방위 운영 및 안전관리를 위해 소방국을 개편해 발족했지만, 소방공무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늘 쟁점이 됐다. 2005년 7월부터 공무원들의 주 5일제가 시행됐지만 유일하게 소방공무원만 2교대로 주당 84시간 이상 근무했기 때문이다.

 

2014년 11월 19일 재난안전 총괄 부처 국민안전처 발족
‘소방용 로봇 현실화’ 정책 우선순위 포함돼야

정부 조직이 다시 개편되어 소방방재청은 2008년 2월 행정안전부를 거쳐 2013년 3월 23일 안전행정부 외청으로 변경됐다. 같은 해 국립방재연구소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으로 바뀌어 재난 및 안전관리 연구 개발을 총괄하게 됐다. 기후 변화와 신종 재난 및 복합적인대형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안전 방재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이름까지 바꾼 것이다.

이어 2014년 11월 19일 소방방재청이 해산되고 재난안전의 총괄 부처로 국무총리 직속의 국민안전처가 발족했다. 국민안전처는 2016년 현재도 소방시설의 내진 설계 반영, 불법 성능 인증 소방용품의 유통 시 처벌 기준 마련, 소방시설 부실감리의 처벌 기준 강화, 소방공사보조감리원 제도 도입 같은 국민 안전을 위한 소방방재정책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안전 관련 정책이 얼마나 고도화돼야 모든 국민이 안전해질까? 물론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이데아가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듯,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방방재의 이상향은 불가능한 것일까? 국가재난관리 정보 시스템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한다면 소방방재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단계에서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터.

독일에 있는 슈베린(Schwerin) 국제소방박물관에 가보면 소방방재를 위해 평생을 바친 소방관들의 숱한 사연을 느낄 수 있다. 아직도 열악한 조건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하는 우리나라의 소방방재 공무원들에게도 갈채를 보낸다. 그리고 소방관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에 활용할 수 있는 소방용 로봇의 현실화 문제도 정책의 우선순위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글· 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 회장)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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