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감자전
▶춘천 감자빵
/감/자/
난데없이 감자가 난리다. ‘감자대란’이란 말이 등장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급감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국제 물류난 등에 수입량도 크게 줄어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에선 감자튀김 등 몇몇 메뉴 판매를 일시 중단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원래 감자는 구황식품으로 쓰이던 작물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하고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등 구대륙에선 16세기 감자를 들여온 이래 주식(밀과 쌀) 대용으로 먹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릿고개를 넘기는 소중한 비황작물(備荒作物)이었다. 봄 가뭄이나 늦추위로 보리농사를 망칠 것 같으면 황급히 감자를 심어 다가올 기근에 대비했다. 재배 기간이 짧고 추운 기후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감자는 여러 비황작물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구황력을 보유했다.
덩이줄기라 아직 감자꽃이 피지 않아도 열리고 다 클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급하면 생장 중에도 필요할 때 캐서 먹으면 됐다.
영양분도 많다. 녹말과 필수 아미노산도 상당량 들었다. 특히 기아를 면하기 위해서라면 허기를 빠르게 해소해야 하는데 감자는 알려진 것처럼 열량이 당으로 전환되는 수치가 아주 높다. 고구마는 물론 흰쌀밥보다도 높다.
감자가 도입된 이후 순식간에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한 이유다. 삶아서 그대로 먹고 조려먹고 볶아 반찬을 만든다. 갈아서 전을 부치거나 떡을 만들어도 아주 맛이 좋다. 서양에선 주로 으깨서 샐러드를 하거나 튀겨먹는다.
남미 안데스가 원산지로 현재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작물인 감자는 구대륙으로 건너가 구황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순식간에 퍼져나가 지금까지도 주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감자가 생명을 살린 한편 감자가 없어지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특히 인류 역사를 바꾼 아일랜드 대기근(The Great Famine 1847~1852)의 원인은 감자 역병이다. 영국의 밀 수탈로 인해 감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아일랜드에 감자 역병이 돌며 천재와 인재가 겹친 기근이 발생했다.
약 10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굶어 죽고 그만큼의 국민이 터전을 버리고 아메리카 행 이민선에 올랐다. 대략 800만 명의 아일랜드 인구 중 4분의 1이 이때 기근으로 증발했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이민족(약 4000만 명) 중 하나가 아일랜드 계열이다.
성씨가 맥(Mc)이나 오(O)로 시작하는 아일랜드인은 타 민족보다 늦게 이민 온 까닭에 이곳에서도 차별과 핍박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 소방관, 군인 등 당시로선 험한 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덕에 현재 미국 곳곳에서 활약하며 인정받고 있다.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그리고 지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아일랜드계이다.
이처럼 수 세기 동안 세계인의 주린 배를 채워줬던 고마운 감자가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 구황식품으로 인간을 살리고 지금은 별미로 입맛을 살리는 감자. 마침 하지가 다가온다. 포슬포슬 하지감자가 나오면 밥상도 비로소 여름을 맞을 준비가 된다.
구수한 감자를 한 소쿠리 삶아놓고 평상에 드러누워 낮잠이라도 한숨 청한다면 사실 이보다 근사한 여름날도 누려보기란 어려울 듯하다.
전국의 감자요리 맛집

★일미집
감자탕에 통감자가 들어가는 집이 별로 없는데 이 집은 감자탕의 정석을 지킨다. 서울 용산고 앞에서 70년 동안 감자탕 백반을 팔아온 노포다. 돼지 척추뼈를 오래 끓여서 감자와 함께 먹는 감자탕에는 은근히 먹을 것이 많다. 참치처럼 담백한 뼈다귀 살을 발라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감자를 으깨 함께 먹으면 하루종일 든든하다.

★라모스버거
감자는 햄버거와도 찰떡이다. 강원 춘천에는 3대가 이어서 하는 햄버거 노포가 있다. 공지천 옆 라모스 버거. 패티부터 소스까지 전부 수제로 만드는 집인데 다양한 메뉴가 있다. 감자튀김도 마찬가지다. 감자를 썰어 부드러운 속살이 유지되도록 뜨거운 기름에 순간적으로 바삭하게 튀겨낸다. 겉에 뿌려낸 양념은 따로 놀지않고 감자의 고소한 맛을 더욱 강조한다.

★송천휴게소
역시 강원도하면 감자다. 강릉에서 진부로 넘어가는 길 소금강 계곡 옆 도로변에 있다. 주로 백숙을 파는 집인데 커다란 토종닭을 삶아 각종 산나물 찬과 함께 차려낸다. 이중 삶은 통감자와 옥수수밥이 있는데 쌈을 싸서 먹는 용도다. 과거 귀한 쌀밥 대신 감자를 먹었던 강원도 산골의 식문화가 그대로 녹아있다. 쌀 보리 한톨 없이 감자를 상추에 올려 쌈을 싸먹는다.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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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