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tvN <삼시세끼>·게티이미지뱅크콘텐츠. 스토리텔링. 공감과 몰입. 독자나 시청자가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콘텐츠.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중요한 원칙들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에 변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엔 모든 게 달라져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이 아무리 빨리 변한다고 해도, 그 내용인 콘텐츠는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에 맞게 ‘형식’을 조금 달리할 뿐이죠. 오렌지 주스를 머그컵에 담든, 유리컵이나 와인잔에 따르든 그 내용물이 오렌지 주스인 건 변하지 않는 것처럼요.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란 무엇일까요? 사전에선 디지털 콘텐츠를 ‘인터넷이나 컴퓨터 등 유무선 전기 통신망에서 사용하기 위해 문자, 부호, 음성,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해 처리, 유통하는 각종 정보나 내용물’이라고 정의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달하는 모든 내용물이 콘텐츠인 셈이죠. 그런데 콘텐츠의 핵심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느냐’ 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 있습니다. 와인잔이 훌륭해도 그 안의 와인이 형편없다면 무용지물인 것과 같죠.
콘텐츠를 구성하고 풀어가는 스토리텔링 역량에 따라 콘텐츠는 향기로운 고급 와인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토리텔링 능력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노력을 기울인다고 모두가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지름길도 없습니다. 독서로 생각의 깊이를 키워야 하고 아이디어나 창의력도 있어야 하죠. 글쓰기 능력, 논리력도 필요합니다. 그 집합체가 스토리텔링 능력이기 때문이죠.
‘공감’ 이끌어낸 콘텐츠가 성공 불러
디지털 시대엔 콘텐츠 ‘크리에이터(창작자)’가 되겠다는 사람도 더 많아졌습니다. 실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디지털 시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죠. 예전엔 신문기자를 하려면 신문사에, 프로듀서(PD)나 방송기자를 하고 싶으면 방송국에 시험을 봐서 들어가야 했죠. 소설가를 하고 싶으면 몇 개 없는 유명 문학상을 받고 등단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엔 누구나 기자나 PD, 소설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드넓은 누리소통망(SNS) 세상에서 말이죠. 누리소통망에서 웬만한 유명인 이상으로 인기를 끄는 인플루언서(영향력자)들도 적지 않고요. 그렇다고 모든 크리에이터가 주목받는 건 아닙니다. 결국은 인기 콘텐츠 크리에이터만 살아남죠. 여기서도 스토리텔링 능력이 중요한 기준입니다. 훌륭한 크리에이터(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동영상이나 이른바 ‘먹방’ 등으로 인기를 끄는 크리에이터는 논의 대상이 아닙니다)는 어려운 이야기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지식과 역량도 깊고 넓습니다. 교수, 과학자, 평론가 등 전문가 가운데 상당수는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얘기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잘 아는 사람은 쉽게 표현합니다. 사례를 들어볼까요?
<기생충> <미생> <베테랑> <응답하라 1988> <여행의 이유> <경이로운 소문> <삼시세끼> <싱어게인> <미스터 트롯>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위에 언급한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영화나 책도 있고 드라마, 예능도 있네요. 잠시 동안이나마 공통점을 생각해봤나요? 저는 이 콘텐츠들을 하나로 묶는 단어가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지 않고 쉬우면서도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콘텐츠들이죠. 결국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콘텐츠가 경쟁력 있고 성공한다는 겁니다.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콘텐츠
평소 알고 지내는 유명 소설가에게 이런 질문을 건넨 적이 있습니다.
“작가님, 요새 출판시장을 보면 몇몇 인기 작가들을 빼고는 온전히 소설만 쓰면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독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소설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유명 소설가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맞아요. 강의나 방송 출연 같은 부업을 하지 않고 소설만 쓰면서 살 수 있는 작가는 사실 손에 꼽을 만큼 적어요. 1년에 책 한 권도 안 사고 안 읽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럼 어떤 책이 인기를 끄느냐…. 사실 독자에게 관심을 끌고 독자가 선택하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대부분 독자가 그 소설이나 에세이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에요. 사람들은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는 매우 냉정합니다. 절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아요. 그런데 자기 이야기가 아닌 소설 속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과 아픔에 독자가 눈물짓고, 주인공이 기뻐할 때 함께 미소짓는 이유는 뭘까요? 자기 돈을 내고 책까지 사서 말입니다. 그건 그 이야기에 독자가 자신을 대입해 몰입하고 공감했다는 뜻입니다. 결국 독자들이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느껴서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느냐가 소설이나 에세이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어요.”
콘텐츠. 스토리텔링. 공감과 몰입. 독자나 시청자가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콘텐츠.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중요한 원칙들입니다.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_ <동아일보> <한겨레>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tvN>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