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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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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대 글·그림

땅을 밟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눈길이 마주치면 눈이 없다.
허공의 물속으로 당신은 옷자락을 일렁이며 걸어오는데 시선의 끝에는 내가 없다.
두 팔을 높이 올려 허공을 치면 대신 우는 바라.
당신은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달아나며 멈추어 있다.
사랑하는 여자를 염하는 것처럼 장삼 속의 당신을 생각하지만 당신은 몸을 버린 사람, 이미 가볍다.
플로럴 향수가 진하던 사람이 어째서 공기처럼 울까.
세속을 지우고 장삼에 붉은 끈 묶은 흰 영혼만 펄럭이며 바라를 치는 광경을 믿을 수 없다.
당신의 열망대로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지만
보이지 않는 길 들리지 않는 소리를 얻을 때까지 귀에서 당신의 바라가 울 일이 끔찍하다.

;김주대_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리움의 넓이>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시인의 붓> 등이 있다. 시가 문자화된 노래라면 그림은 시의 시각적 확장이라 생각하며, 시를 그림으로 그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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