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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살며 생각하며] 한 번뿐인 인생 눈부시게 살아가는 길

미국의 한 토크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런 질문과 맞닥뜨렸다. “다시 열네 살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열네 살의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이 질문을 들은 많은 사람이 열네 살에는 몰랐고 지금은 비로소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어 했다. 어떤 여배우는 “넌 반드시 잘 해낼 수 있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그 질문을 듣자마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회한에 잠겼다. 나는 한참 동안 고민했다. 열네 살의 나,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철없지만, ‘사회화의 덫’에 걸리지 않았고, 보다 나 자신에 가까웠던 그때. 각지고 날카로운 부분은 많았지만 그것조차도 히스테리가 아니라 순수함의 발로였던 시절. 그 시절의 나에게 이제 다 자란 나는 무엇을 이야기해줄까.

다시 열네 살로 돌아간다면, 인생은 힘들고 무섭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고 빛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인생의 아름다움 이전에 인생의 무서움을 먼저 알아버린 나 자신을 깊이 위로해주고 싶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는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음을 꼭 알려주고 싶다. 예전에는 항상 ‘조심해’를 반복하며 삶을 무서워하는 법만을 가르쳐주었던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이렇게 항변하고 싶었다.

“엄마, 왜 나에게 인생은 아름답고 소중하고 빛나는 거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어? 난 서른이 넘어서야 교육과 부모의 영향을 모조리 던져버리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처음으로 질문할 수 있었어.”

이제 마흔의 문턱에 다다라서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진정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것임을 깨닫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인생이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세상이 왜 나에게만 더 많이 닫혀 있는 것 같을까, 모두들 왜 나한테만 차갑게 굴지. 이런 생각이 들 때조차도 인생은 오히려 더욱 아름답고 눈부시다는 것을 이제 안다. 열네 살의 나를 만난다면,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열네 살을 거침없이, 후회 없이, 이리저리 좌고우면하지 말고 너 자신으로 살아보라고.

다시 열네 살로 돌아간다면 나는 “상처입기 두려워서 아예 도전 자체를 주저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제 부모님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마흔이 넘으면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모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다만 나 자신에게 좀 더 어깨를 펴고 살아가라고 힘을 북돋워주고 싶다. 예전에는 질문하고 싶었다. “엄마는 왜 가르쳐주지 않았어? 인생이 이토록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인생이 무섭고 사람이 두렵고 세상이 지독한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전에, ‘조심하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세상을 즐기고, 쓰다듬고, 사랑하라’고 가르쳐주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엄마의 두려움을 안다. 엄마 또한 세상과 제대로 부딪혀볼 기회가 없었기에, 자식에게 다만 조심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슬픔과 두려움을 안다.

나는 이제 어떤 멋진 일이 없어도 혼자서 영혼의 충만함을 느끼는 마음챙김법을 훈련 중이다. 살아 있다는 것, 숨 쉰다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좋은 사람과 차 한 잔 하는 것, 아름다운 길을 산책하는 것. 이런 작은 행복의 뒤안길에서 최고의 희열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정여울 작가

정여울│작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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