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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문화, 지금] ‘재즈’는 살아 있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다미엔 차젤레)과 여우주연상(엠마 스톤) 등 6개 부문을 석권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에서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에게는 꿈이 있다. 자신은 물론 재즈를 하는 아티스트들이 마음껏 연주하고,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재즈바(연주장)를 만드는 것이다.

라라랜드의 한 장면

▶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

100년 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흑인들을 중심으로 시작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재즈, 자유와 즉흥, 독창적 스타일과 깊은 울림을 상징하는 재즈의 매력을 세바스찬은 이렇게 정의한다.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니다. 연주자들의 치열한 충돌과 타협이 들어 있어 매우 열정적이다.”

좁은 장소에 넘쳐나는 사람들, 연주자와 연주자,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음악과 춤과 노래로 어우러지는 생활 속의 음악 재즈가 “죽어가고 있다”고, “싹이 마르고 있다”고 세바스찬은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나라도 지키겠다”면서 사랑까지 포기하고 재즈바를 열어 멋진 연주를 한다.

재즈에 문외한이라도 적어도 이들의 이름과 얼굴, 노래는 한 번쯤 보고 들어봤을 것이다. 볼을 불룩하게 하면서 트럼펫을 부는 루이 암스트롱과 그의 명곡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를. 재즈의 모든 제약을 탈피한 이른바 ‘모던재즈’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알토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를. 세바스찬은 그들을 다시 불러내고 싶어 한다. 그런 그의 꿈을, 낭만을 사람들은 비웃는다. 세바스찬은 반문한다. “왜 사람들은 낭만적이란 말을 나쁜 것처럼 쓰는 거지?”

 그러나 세바스찬의 걱정이나 불만과 달리 재즈는 죽지도 싹이 마르지도 않았다. 재즈를 즐기는 낭만을 아무도 바보스럽거나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 적어도 매년 5월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재즈가 살아 있다.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역사를 쓰고 있으며, 재즈 선율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올해도 그 축제는 계속된다. 세계 최고 봄날의 재즈 향연인 ‘서울재즈페스티벌 2017’이 5월 27, 28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서 연주로 ‘Jazz Up Your Soul!’을 외친 지 벌써 11년째다.

재즈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무대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최정상급 재즈 향연이다. 지난 10년간 이 축제에 참가한 아티스트들을 보면 그렇다. 팻 메스니, 칙 코리아, 허비 행콕, 조지 벤슨, 데이미언 라이스, 마크 론슨 등이 이미 다녀갔다. 여기에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이 그랬던 것처럼 재즈의 전통과 매력, 새로운 스타일을 간직하고 추구하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어울려 흥겨움과 품격을 더했다.

때문에 해마다 재즈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 축제를 세계 아티스트들이 앞다퉈 찾고 있다. 올해도 국내외 43개 팀이 참가해 올림픽공원에서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연주와 노래를 펼친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재즈 팬들의 가슴은 설렌다. 

1967년 23세에 첫 솔로 앨범을 내고 10년간 최고의 백인 재즈 기타리스트로 전성기를 누리다 병과 수술로 기억을 잃어버렸던 팻 마티노. 그는 자신의 앨범을 스승 삼아 기적처럼 기억을 되찾고 1987년 ‘더 리턴’이란 재즈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런 영화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이제 기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기타로 만나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는 그가 또다시 서울에 온다.

그래미상 5회 수상에 빛나는 살아 있는 최고의 재즈 보컬 디바이며 명음반 ‘블루노트’의 대표 가수인 다이앤 리브스도 만난다. 소프라노에서 알토까지 모든 음역대를 넘나드는 뛰어난 성량과 소름 끼치는 가창력, 재즈에서 R&B와 컨트리까지 섭렵한 풍성한 레퍼토리로 그녀는 서울 재즈의 밤을 환상과 감동에 빠트릴 것이다.

다이앤 리브스 말고도 그래미상을 수상한 재즈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줄줄이 이어진다. 40년 음악 인생을 걸어온 베이스 주자로 그래미상 4관왕에 40여 개가 넘는 앨범을 발매한 ‘살아 있는 전설’ 스탠리 클라크, 라틴 재즈 음악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그래미상 3회 수상에 빛나는 피아노의 거장 아르투로 오파릴도 자신의 라틴 재즈 앙상블과 함께 다양하고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제58회 그래미상 ‘베스트 재즈 보컬 앨범’의 주인공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세실 맥로린 살반트도 축제에 합류한다.
 
어디 이뿐인가. 아름다운 외모와 그루브 넘치는 보이스, 트렌디한 곡으로 덴마크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토퍼의 첫 내한공연도 있다. 세련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미스터 실키 보이스’란 별명을 가진 재즈팝 싱어송라이터 바우터 하멜도 4월 5일 새 앨범을 발매하고 그 첫 공연을 서울에서 펼친다.

한국 팬들이 만나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재즈 밴드 자미로콰이, 평온함과 깊은 소울에 화려함까지 갖춰 루이 암스트롱에 버금간다는 평가 속에 다운비트 평론가가 선정한 이 시대 최고 트럼펫 연주자인 이스라엘 출신의 아비샤이 코헨, 스윙 재즈의 대가 스쿼럴 넛 지퍼스도 온다.

지난 2016년 11월, 첫 내한공연에서 매진을 기록한 신스팝 듀오 혼네와 소울에서 애시드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선보이는 영국의 실력파 감성 밴드 마마스건도 만날 수 있다.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세련됨으로 주목받는 같은 영국 출신 여성 소울 싱어송라이터 리앤 라 하바스 역시 첫 한국 무대에서 진한 소울과 감성으로 재즈 팬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다.

국내 아티스트로는 매력적인 음색과 세련된 멜로디의 존박과 달콤한 감성의 어쿠스틱 밴드 스탠딩에그, 열 살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한류 피아니스트 스타 지용, ‘기타를 품은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루시드폴, 퓨전 밴드 두 번째달이 참가한다. 여기에 윤석철과 백예린, 에픽하이와 넬, 정승환과 샘김 등 국내 아티스트들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한국 재즈의 색깔과 수준을 보여준다.

그러니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이여! 옛것이, 재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걱정하기 말기를. 속상해하거나 혼자 애면글면하지도 말기를. 영화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동양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에서 세계의 젊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재즈는 살아 있다’는 것을 매년 확인하고 있으니까. 삶처럼 음악도 한곳, 한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언제 어디에나 늘 음악은 있다. 사람 사는 곳이면.


이대현 |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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