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안보도, 적폐청산도, 사회개혁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일자리일 것이다. 세상에 먹고사는 일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때부터 ‘일자리’를 제1공약으로 내세웠고, 취임하자마자 먼저 일자리 정책과 예산부터 챙겼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가장 빠른 취임 33일 만에,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추경예산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 시정연설을 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란 말도 있다. 각종 지원과 혜택, 사회보장도 좋다. 그러나 일할 수 있을 때, 원하는 직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그것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 꿈을 가꿔가는 것이야말로 삶의 소중한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남은 생이 아득한데 퇴직한 고령층을 위한 일터도 한시가 급하다. 그러나 더 간절한 사람들은 청년들이다. 그들은 대학을 다니면서도 아무런 희망을 품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 나아가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은데 일할 곳이 없어 방황하고 절망하고 있다. 취업은 고사하고 원하는 직장에 면접이라도 한번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일자리에 대해 글로 밝혔다. 한국조사기자협회가 5월 20일 주최한 ‘제5회 대한민국 신문논술대회’에서였다. 신문을 통해 ‘읽기·쓰기 문화’를 장려하고, 선진 민주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균형 있는 비판 정신과 창의적 글쓰기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 ‘일자리’ 논제로 글을 쓰고 있는 산문논술대회 참가자들
대학·일반부 논제의 출제를 의뢰받고 무엇으로 할까 고민한 끝에 ‘고용절벽 사회에서의 일자리 창출 방안과 고용의 질 향상’으로 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이고, 그런 만큼 그들의 생각을 진솔하게 들어보고 싶었다.
그들은 진솔하고, 날카롭고, 뜨거웠다.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처럼 문장이 매끄럽고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치밀한 논리를 동반하지는 않았지만, 저마다의 시각으로 일자리에 대한 주장을 쏟아냈다. 그중에는 누구보다 앞장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일자리 정책’ 실천에 나선 새 정부가 귀 담아들을 만한 것들이 있었다.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고용절벽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부문 선도’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민간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전 정부가 행한 일자리 정책의 허점을 냉정하게 비판한 글도 있었다. 그들은 일자리 늘리기에만 집착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들이 진정 원하는 일자리가 어떤 것인지도 이야기했다.
우수상을 받은 국민대 봉기선 씨는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며 공공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불을 끄고 다시 나무를 심고 집을 짓듯이 민간 일자리 창출은 그다음이 돼야 한다. 물론 일자리 창출은 공공이든 민간이든 한 곳에서만 이뤄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두 부분이 같이 가야 완전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이상적인 조화를 꿈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과거 대한민국의 엄청난 경제성장을 현재로 가져오지 않는 이상 민간기업들의 자발적인 일자리 창출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총체적 난국인 상황에서는 큰 정부가 등장하는 것이 맞다.”
그들 역시 새 정부의 생각과 같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동국대 문상혁 씨는 우수상을 수상한 <고용절벽, 정부가 끌어주고 민간이 밀어주면 넘는다>에서 “둘의 조화”라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1980년대 ‘대처 세대’에 비유한 그는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넘어 민간과의 협업으로 일자리 창출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노·사·정 대타협을 기초로 정부가 끌어주고 민간이 밀어주는 일자리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년간 정부의 민간 일자리 창출 시도는 실패했다. 정부가 기업과 노조를 설득하는 어려운 길 대신 ‘규제 완화’라는 쉬운 수단을 택했기 때문이다…. 고용절벽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가려면 과감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블레어는 노동당 내에서 ‘바지 입은 대처’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제3의 길’을 걸어갔다. 큰 정부는 몸집이 비대한 정부가 아니다. 기업과 노동자를 포용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정부가 큰 정부다.”
이유민 씨(일반부 최우수상)는 니체의 <우상의 황혼>까지 언급하면서 일자리 문제는 결국 ‘합의제 민주주의’로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근본 원인이 ‘원하는 일자리’ 부족이기 때문에 노·사·정 ‘합의’만이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가장 합리적인 방안일뿐더러 민주주의의 궁극적 가치와 가까워지는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갈등 사안의 해결 방안으로 합의제 민주주의 제시는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처방이기는 하지만, 또한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일 것이다.
부경대 박정은 씨는 다소 자조적인 제목 <노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고용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을 맞췄다. 그가 말하는 고용의 질은 안전성, 적절한 급여, 양호한 복지혜택, 쾌적한 근로환경 등의 요소 중 하나로 치환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내포하는, 결과적으로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의 주체도 더 이상 기업이 아닌 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주주가 거느린 실체 없는 ‘기업’을 위한 고용이 아닌, 집단이 되어 일하는 각 개인을 위한 고용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공소해 보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의 가치는 더욱 긴요해질 수밖에 없기에 인간을 위한, 인간의 얼굴을 한 고용의 가치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글은 절박했지만 무턱대고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시차와 역할의 차이가 있을 뿐, 정부와 민간기업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시각을 보여줬고, 인간을 존중하는 일자리를 위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도 요구했고,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경제의 패러다임과 고용구조의 변화에도 결코 무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자신들의 현재인 ‘일자리’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리 사회와 국가의 모습까지 걱정하고 고민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 40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논술대회야말로 그들을 글로 만나는 값진 기회이기도 했다.
이대현 |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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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