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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미식가, 맛봉오리가 남과 달라

봄이 되면 입맛이 없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예로 추운 겨울철에 맛있게 먹었던 찌개나 탕 종류도 이상하게 봄 들어 접하면 맛이 겨울 같지 않다고 푸념하는 것이다. 가을이나 겨울 등 날씨가 쌀쌀하거나 추운 시기에 입맛이 살아나는 건 몸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봄이 되면 낮 시간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늘어나고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커지는 까닭에 입맛을 잃기 쉽다.

그러나 봄철의 입맛 부진이 모두에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예컨대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도 입맛을 쉬 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왜 사람에 따라서 계절이나 상황별로 입맛 변화의 정도가 천차만별일까? 같은 음식을 놓고도 입맛이 차이 나는 건 십중팔구는 생래적이라 할 수 있다. 즉 맛에 대한 감응도가 태생적으로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맛봉오리

▶ 맛봉오리 수는 평균적으로 1만 개 안팎인데 사람에 따라 5000개 정도로 평균치의 절반에 그칠 수도 있고, 최고 2만 개 정도로 두 배에 이를 수도 있다. 유명 요리사나 미식 평론가 중에는 맛봉오리 수가 많은 사람이 흔하다고 한다.

 

입으로 느끼는 음식의 맛은 보통 ‘맛봉오리(미뢰)’라는 주로 혀의 윗면에 분포한 미세한 감각기관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의 입안에는 평균적으로 1만 개 안팎의 맛봉오리가 있다. 이들이 흔히 말하는 대표적인 5가지 맛을 감지한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매운맛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데 맛을 감지하는 이들 맛봉오리의 수가 사람에 따라서는 5000개 정도로 평균치의 절반에 그칠 수도 있고, 최고 2만 개 정도로 평균치의 두 배에 이를 수도 있다.

학자들은 맛봉오리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맛에 예민하다고 말한다. 주변에서 그만그만한 음식도 보통 사람들보다 맛있게 느끼는 ‘슈퍼 입맛’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입안에는 필경 보통 사람보다 많은 수의 맛봉오리가 분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유명 요리사나 음식평론가 가운데는 맛봉오리 수가 많은 사람들이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맛에 관한 감각이 그만큼 뛰어난 사람들이 음식을 더 맛있게 조리하거나 예리하게 음식 맛을 볼 확률도 높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특정 입맛, 즉 쓴맛이나 신맛 등에 둔감한 사람들도 있다. 특정한 맛은 맛봉오리에 분포하는 이런저런 단백질 수용체들이 좌우하는데, 맛을 감지하는 단백질 수용체의 수가 적거나 제 기능을 못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단백질 수용체 수는 정상인데 쓴 음식이나 약을 억지로 잘 참으며 먹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쓰거나 신 음식을 도저히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입맛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맛봉오리가 지나치게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인종별로는 동양인과 흑인의 맛봉오리가 백인보다 더 발달해 있다고 한다. 유명 요리사 중에 흑인과 동양인이 두드러지는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또 젊을 때부터 입맛이 좋지 않던 사람은 물론 청·장년기에 남다른 입맛을 자랑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입맛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맛봉오리의 재생이 나이가 들수록 시원찮기 때문이다.

맛봉오리는 청·장년기 성인이라면 보통 수명이 10일 안팎이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들면 한번 수명을 다한 맛봉오리가 쉽게 재생되지 않거나 재생을 멈추고 마는 까닭에 입맛이 없는 것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나이가 들면 젊을 때보다 짜게 먹는 건 짠맛을 감지하는 맛봉오리 수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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