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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새벽잠 깨우는 수탉, 생체시계가 작동하네

"시골에서 살면 부지런해지는 것 같아요. 닭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우는지 새벽에 잠에서 깨지 않을 수 없거든요."

서울에서 살다가 수년 전 세종시 인근의 농촌으로 내려와 집을 짓고 사는 최모 씨는 닭 울음소리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유정란이 몸에 좋을 거 같아 닭 예닐곱 마리를 텃밭 한쪽에서 키우는데, 때로는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닭들이 크게 울어댄다"고 말했다.

도시에서는 닭 울음을 듣기 어려운 까닭에 그 소음 정도를 잘 가늠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휴가철 시골 등지에서 밤을 난 경험이 있다면, 닭 울음이 웬만한 도시 소음을 능가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아침잠이많은 사람이거나 소음에 민감한 편이라면 스트레스가 상당할 만큼 소리가 크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수년 전 시끄러운 닭 울음 때문에 닭 주인이 법정에 선 일도 있었다.

닭은 가축치고는 덩치가 크지 않아 도시에서도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키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제 도시에서 닭을 키우는 사례를 찾기 힘든 건, 동네 전체의 새벽을 소란하게 만드는 닭의 큰 울음이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수탉

▶수탉의 울음소리는 가까이서 접할 때 소음 정도가 90데시벨 안팎이다. 지하철에서 기차가 역에 진입할 때 느껴지는 소음과 정도가 엇비슷하다. ⓒshutterstock

 

새벽 시간 특히 도드라지는 닭 울음은 사실상 다스릴 만한 방도가 없다. 못 울게 하거나 울음소리를 작게 할 수 있는 수단이 아예 없는 것이다. 일본 나고야대학의 실험에 따르면 닭 울음은 어찌할 수 없는 닭의 ‘천성’이다. 단적인 예로, 실험 결과 새벽 동틀 녘에 닭이 특히 울어대는점에 착안해 24시간 일절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키웠는데도 닭은 여전히 새벽 시간이 되면 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닭 울음 중에서 특히 신경에 거슬리는 건 수탉의 소리다. 암탉도 울긴 하지만 특히 큰 소리로 울어대는 건 수탉, 그중에서도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수탉이다. 목이 터져라 우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가까이서 접할 때 소음 정도가 90데시벨 안팎이다. 지하철에서 기차가 역에 진입할 때 느껴지는 소음과 정도가 엇비슷하다. 이에 비해 암탉의 울음은 60데시벨, 사람들이 제법 큰 소리로 대화할 때 정도이니 수탉과는 차이가 꽤 크다.

그렇다면 수탉은 왜 새벽녘에 특히 큰 소리로 울어댈까? 학자들의 추론은 분분하다. 유력한 추정 가운데 하나는 수탉의 뇌 속에 생체시계가 내재돼 있고, 그 생체시계가 새벽 동틀 녘에 작동한다는 것이다. 수탉이 우는 이유로는 무리 내에서 자신이 우두머리라는 점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주변 상황의 변화에 대한 경고 등이 꼽힌다. 예컨대 닭 무리 근처에 다른 동물들이 다가가거나 자동차 등이 접근하면 우는 게 그런 연유에서라는 것이다.

닭 울음을 주도하는 우두머리 수탉은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도도한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먹이가 있는 곳으로 암컷을 유도하는 등 헌신적으로 ‘조직’을 돌보기도한다. 수탉의 울음으로는 흔히 ‘꼬끼오’를 떠올리지만 실제 수탉이 낼 수 있는 소리는 30여 종에 이른다. 다양한 수탉의 울음소리는 그만큼 무리 내에서 수탉의 역할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 단잠을 깨우는 수탉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없는 상황이라면, 닭들의 서로 다른 울음소리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는 등 그 소리를 즐기려 하는 편이 나을지도모르겠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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