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운전대를 붙들고 대성통곡하는 여자나 컴퓨터 앞에서 별안간 몸이 마비되어버린 기업의 임원처럼, 번아웃 환자들은 대개 21세기의 가치관을 충실히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교양과 학식을 두루 갖춘 열정적인 노동자로서 현대적 삶의 양식을 열렬히 수호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돌연 무너진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오로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모든 에너지가소모돼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해 완전한 소진을 의미한다. 대체로 능력을 인정받고 근면 성실한 사람일수록 일을 마다하지 않기에 번아웃에 빠질 확률이 크다.
저자는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문명의 질병’이라고 진단한다. 수익 갈증에 따른 고강도 생산체제, 늘어나는 노동시간, 갈수록 심화되는 무한 경쟁,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와 피로는 현대인을 방향 상실로 몰아간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직무 스트레스 검사는 전염병처럼 번져가고 있는 번아웃의 심각성을 잘말해준다. 직업 세계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냉정하고 호전적이며 까다로운 환경으로 변했다. 따라서 개인은 정서적, 심리적, 정신적 탈진에 시달린다. 노동과 가족 등의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인간에게 요구되는 의무는 개인의 에너지와 열정을 잠식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소진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을 사회는 부적응자로 바라본다. 의사들도 종종 진단서에 ‘부적응 장애’로 표기하기도 한다. 사회 시스템은오로지 무조건적 적응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에 적응해야 하고, 피고용자는 기업 문화에 순응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또한 예술가는문화산업의 규칙을 잘 지켜야 하고,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임을 강조한다.
"누군가의 균형이 깨어질 때,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것이 이제는 견딜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릴 때, 비로소 갖가지 의문들이 떠오른다. 명백한 것들에 대해 별안간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는 일이 예전처럼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노동시간을 감내하는 일이 터무니없는 짓이 되어버린다."
번아웃은 인간과 노동이 맺고 있는 풍요로운 관계를 앗아가고, 그 자리에 의미 상실이라는 커다란 공백을 남겨놓는다. 단순히 고된 노력에 대한 성취감만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일에 대한 의미마저도 파괴한다.
하지만 태양 곁, 즉 권력과 황금의 곁에 다가서기위해, 이 과열 시스템에 동참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피로와 추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자는 이 질병 앞에 이제는 하루빨리 인간의 한계를 인식하는 일이 시급해졌다고 말한다. 시스템에 조금 덜 충실할지라도 내면의 풍경과 더욱 조화를 이루는 존재의 탄생, 더 늦기 전에 인류는 그단계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삶에 대한 성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무시하면 할수록 번아웃은 인간을 더욱 많이, 더욱 빠르게 황폐하게 만들 것이다.
너무 성실해서 아픈 당신을 위한 처방전
파스칼 샤보 지음 | 허보미 옮김 | 함께읽는책 | 192쪽 | 1만2000원
글 · 윤융근 (위클리 공감 기자)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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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