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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서로공감] 노화와 동거, 중년 여성의 삶이란

"요즘 젊은 것들은…."

고대 이집트의 신전 기둥에도 새겨져 있다는 이 말은 세대 갈등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한데 세대 간의 골을 드러내는 표현은 또 있다. 자기네가 가장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다는 한탄이 그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압축성장, 정치적으로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오늘날 한국인들은 더하다. 수시로 바뀌는 입시제도 등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세상을 살았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 어림잡아 청년, 중년, 노년으로 구분한다면 요즘 어느 층이 가장 힘들까. 힘든 것까지는 몰라도 아마 중년이 가장 서럽지 않을까. 취업난이니 뭐니 해서 청년층에게는 연민의 눈길이 쏟아진다. 노년은 노년대로 복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을 받는다. 중년은 다르다. 소리 소문 없이 자식을 챙겨야 하고, 스스로 노후를 걱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때로는 기성세대로, 때로는 싸가지 없는 것들로 싸잡아 치부된다.

여성이라면 그 서러움은 배가된다.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자식에 남편, 노후까지 걱정거리는 한없이 커져만 가니 말이다. 일본의 중년 에세이스트가 쓴 이 책은 그런 중년 여성들을 대변한다.

"결코 젊은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노년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하기에는 이르다…. 젊은 세대는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면서 ‘저 사람들은 이제 끝났다’고 노인 취급을 한다. 노인 세대 또한 경제적으로 의지함과 동시에 간병 같은 노동력까지 기대하면서 우리를 압박한다."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이 구절은 대다수 중년 여성들의 심정 아닐까.

지은이는 중년은 나이를 나타내는 말이고, 아줌마란 마음가짐을 나타내는 말이라 여긴다. 그러면서 부모님과의 여행 이야기를 하며 ‘따라간다’에서 ‘데려간다’로 미묘한 변화가 닥치는 시기가 중년이라고 짚는다. 예리하다.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나란히 걷다가 어린 시절 종종걸음으로 엄마를 따라가던 때와 달리 엄마의 등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문득 엄마가 나이 들었음을, 그래서 자신이 중년에 이르렀음을 눈치채는 대목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들의 가방에서 여고 축제 티켓이 나왔다고 흥분하는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소유욕과 질투 안에서 흔들리는 중년. 그 흔들림을 겪는 건 힘들지만 아직 흔들릴 수 있다는 자체가 팔팔함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라 위로하기도 한다.

"첫 기미, 첫 흰머리, 첫 잇몸병… 등을 겪을 때마다 일일이 충격받았고 무언가 대책을 세워 극복하려고 애도 써봤다. 하지만 결국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어느새 노화 현상과의 동거가 익숙해졌다." 담담히 털어놓는 지은이를 보면 나이 듦이란 조금은 쓸쓸하고 버거운 일일지 몰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선 나쁘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긴장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났을 때 그것을 ‘연륜’이라는 녀석으로 잘 다스려 다른 감정으로바꾸거나 마음속에 슬쩍 넣어두는 기술을 익히기만 한다"면 말이다.

주름과 흰머리가 늘어나고 떠받들어주는 사람도 더는 없고, 이성에게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마음 편히 나이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펼치면 위로에 지혜를 얻을 수 있을 책이다.

 

책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 조찬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44쪽 | 1만2000원

 

글· 김성희(북칼럼니스트)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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