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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지상강좌] 아나운서 준비 과정도 경쟁력

목소리가 안정적이고 억양이 부드러우며 단어 선택이 적확하다. 인상이 단정하고 자세가 바르다. 대중이 떠올리는 아나운서에 대한 이미지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 반해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세계로의 진입은 그리 만만치 않다.

8월 29일 열린 청년희망재단의 취업 특강은 아나운서를 꿈꾸고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마련됐다. 강연 제목도 ‘아나운서 도전 Stop? Go?’였다. 이날 특강은 전 YTN라디오 앵커이자 커뮤니케이션 교육 연구소 IM의 우설리 대표와 김성은 YTN 아나운서가 대화를 나누는 토크 형식으로 진행됐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일하며 역량 키우는 게 중요
정당한 노동의 대가 받지 못한다면 다시 생각해야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목표는 ‘공중파 방송사’에 입사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우물만 파는 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갈수록 아나운서 채용은 줄고 있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만 가는 것이 과연 옳은 전략일까.

이에 대한 김성은 아나운서의 대답은 ‘아니요’다. "공중파 방송사 입사만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 중에는 역량이 우수함에도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과 달라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뉴스 진행을 잘하는 후배가 있었는데, A 방송사에서는 올해 중국어를 잘하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능한 아나운서를 뽑으려 했어요. 결국 후배는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런 상황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자신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라고 자책하지 마세요. 아나운서 시험은 변수가 많답니다."

아나운서 시험에 떨어지는 이유를 ‘나’한테서만 찾지 말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매몰되면 계속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하지 못하고 결국 지쳐 포기하게 된다.

우설리 대표는 "시험 결과에 대해 담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준비한 것이 있고, 스스로의 매력이 무엇인지 안다면 나를 믿으세요. 시험장에 들어가서 마음껏 뽐내고 나오라는 겁니다. 후회 없이 자신을 보여주세요.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건 어차피 회사의 몫이에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지원하고, 우직하게 일하면서 역량을 키우세요. 작은 방송사가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아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면 괜찮아요. 과거엔 방송사들이 이곳저곳 활동해서 얼굴이 알려진 아나운서를 선호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잘하는 아나운서를 채용하려고 해요."

 

취업 특강

▶8월 2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6층 청년희망재단에서 열린 취업 특강에서 우설리 IM 대표(왼쪽)와 김성은 YTN 아나운서가 ‘아나운서 STOP? GO?’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청년희망재단

 

그럼에도 조심해야 할 게 있다.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고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지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나운서 초년 준비생이라면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다음은 김성은 아나운서의 현실적인 조언.

"후배가 작은 방송사의 계약직 아나운서로 채용됐어요. 회사 관계자가 ‘아나운서가 현장에 나가서 진행도 하고, 원고도 쓰고, 편집도 해야 한다’고 하더래요. 그런데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지 못했어요. 결국 후배는 법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럴 땐 이런 상황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이를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를 놓고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간다는 마음가짐을 갖되, 이런 상황을 조심한다면 아나운서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말은 단순히 희망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우설리 대표는 "후배들 중에서 지상파 방송국에 입사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하고 역량이 우수한데 기회가 오지 않아 시험에 떨어지는 친구들이 있었다. 작은 방송사에서 꾸준히 일하며 내공을 쌓더니 결국 원하는 방송사에 합격하는 걸 봤다"고 말했다.

 

아나운서의 꿈 이루더라도 공부는 계속해야
뭐든 배우면 방송이든 인생이든 활용하게 돼

그렇다면 어떤 아나운서가 돼야 할까. 아나운서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김성은 아나운서는 "방송을 할 때마다 ‘아나운서는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걸 깨닫는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라디오 진행자는 게스트와 함께 하나의 주제에 대해 적게는 10분, 많게는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라디오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생방송인 경우가 많아 방송을 중간에 끊을 수 없어요.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내 말만 하는 우(愚)를범하게 됩니다. 프로그램의 재미도 떨어지고요."

멘트를 전달력 있게 말하는 건 아나운서한테 필요한 첫 번째 자질이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다.

설령 아나운서의 꿈을 이뤘다고 해도 고민은 남는다. 20~30년간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이들의 사례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나운서,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결혼해서도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나운서가 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한 현직 아나운서의 대답은 "자신을 계발하라"는 거다.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공부는 계속해야 합니다. 다만, 책상에 앉아 책 보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에요. 대입을 위해 수험생활을 해본 사람이 고3의 마음을 알죠. 어떤 상황이든 집중하면 공감할 수 있어요. 그게 연애가 될 수도 있고, 운동이 될 수도 있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배우는 것일 수도 있고요. 음식을 먹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집중하세요. 그때의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두면 방송에서든 인생에서든 소재로 활용하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꿈을 이루는 건 아니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이어지는 김성은 아나운서의 솔직한 답변.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얻게 됩니다. 고도의 훈련을 통해 나의 가치와 매력을 최고로 뽑아내는 것이죠. 이를테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자세를 교정하며, 표정을 연습하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고,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인상을 갖기 위해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볼 수 없는 태도예요. 결국 자신의 경쟁력이 됩니다."

끝으로 두 사람이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 한 가지.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라"는 것이다.

만약 이 길을 가고자 결심했다면, 시험의 결과를 떠나 그동안 수고하고 노력한 자신을 격려하자. 그래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자질은 후천적인 겁니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세요. 기회는 또 옵니다"라는 게 우설리 대표의 조언이다.

 

Q & A
"치아교정기 착용이 시험 당락 좌우하나요?"
"교정기가 발음에 영향 주는 건 감수해야"

8월 29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6층 강의실에서 진행된 청년희망재단의 취업 특강 ‘아나운서 편’은 현재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들이 전·현직 아나운서에게 던진 질문은 ‘치아교정기를 착용하는 것이 아나운서 시험에 영향을 미치는가’, ‘교정기를 착용하면 발음이 부정확해지는가’였다.

먼저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할 땐 치아교정기를 빼고 시험장에 들어가야 한다. 교정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발음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없기 때문. 문제는 치아를 가지런하게 교정하려면 교정기를 일정 기간 착용해야 하는데, 그동안 발음이 무너진다(부정확하다는 뜻)는 점이다.

우설리 대표는 "교정기를 착용하느라 발음이 뭉개졌던 것이 습관으로 남아 교정기를 뺀 후에도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교정기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결국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김건희(위클리 공감 기자)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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