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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문화, 지금] ‘문화 한류’ 열풍은 계속된다

2016년이 저문다. 늘 이맘때면 한 해를 돌아보며‘다사다난’하다는 말을 붙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많은 일들이 펼쳐졌고, 그 앞에서 우리 국민들은 웃고 울었다.

문화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문화는 우리를 감동시키고,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또 어떤 문화는 새로운 시도로 우리의 문화 영토를 확장해주었다. 아쉬움과 아픔을 남긴 문화도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에게 좋은 기억을 남긴 문화를 한번 되돌아보자.

2016년의 대한민국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한류의 열풍을 이어갔다.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문화를 가까이에서 즐기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2016년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서 빛나게 하고, 국민들에게는 즐거움과 공감을 불어넣은 문화는 어떤 것이었을까.

 

부산행

▶올해 한국 문화사상 큰 의미를 남긴 영화 ‘부산행’ ⓒ동아DB

 

올해 대한민국의 한류 열풍은 드라마가 포문을 열었다. 그것도 ‘대장금’에 이은 ‘제2의 한류 르네상스’를 몰고 온 엄청난 폭발력으로. 지난 2월 방영한 ‘태양의 후예’에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국내 방영이 채 끝기도 전에 세계 30개국에 수출했다.

중국에서는 기획 단계에서 국내 드라마 중 최고가인 회당 25만 달러에 판매됐고, 그렇게 엄청나 보였던 총제작비 120억 원도 초장기 해외 수출로 거뜬히 거둬들였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간접광고(PPL) 수익만 30억 원에 달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금도 마스크 팩 등 관련 상품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K-팝에 이어 한류의 영토 확장

무엇보다 ‘태양의 후예’가 남긴 즐거운 기억은 K-팝에 이은 한류의 영토 확장이었다. 한국 가수들의 역동적인 노래와 춤에 열광하기 시작한 유럽 젊은이들에게 ‘태양의 후예’는 또 하나의 매력이자 충격이었다. 드라마 한류의 원조라는 영광을 가지고 있지만 고전적 소재와 정서로 아시아에 머물렀던 ‘대장금’의신화를 뛰어넘었다. 문화에 지극히 보수적인 영국의 BBC까지 이례적으로 "아시아를 휩쓴 한국의 로맨스"라고 소개할 정도로 그 위력은 유럽까지 흔들었다.

 

태양의 후예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동아DB

 

‘태양의 후예’ 신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철저한 기획과 사전 제작제로 작품의 밀도를 높였고, 무대를 넓혔다. 주제와 스토리 역시 세계 젊은이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인간 생명의 존중, 그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마음, 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애국심, 청춘 남녀의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 등 삶에서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어울려 한 편의 멋진 드라마를 연출했다.

‘태양의 후예’의 세계적 열풍이 채 가시도 전인 5월에는 한 편의 소설이 우리 국민의 자부심을 드높였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 문화가 또 하나의 벽을 넘는 일이기도 했다. 드디어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으로발돋움하게 되었음을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

▶소설 〈채식주의자〉ⓒ동아DB

 

더구나 〈채식주의자〉는 해마다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는 작가들과달리 지금 이 시대와 호흡하면서 살아가는 비교적 젊은 작가가 욕망, 폭력, 죽음이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룬 현실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와 가치가 크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은 이 소설의 번역자인 영국의 데버러 스미스 같은 한국 문학에 열정을 가진 외국 젊은이들만 우리가 잘 찾아내고 지원할 수 있다면 한국 문학도 얼마든지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이었다.

 

〈채식주의자〉 맨부커상 수상
한국 문학 가능성의 발견

수상의 위력은 국내 출판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10년 전 출간해 잠들어 있던 〈채식주의자〉를 단번에 올해 최다 판매(68만 부) 소설 자리에 올려놓았고, 더불어 한국 문학까지 부활시켜 지난해 신경숙의 표절 논란으로 27.3%나 급감했던 시, 소설 판매량을 무려 46%나 증가시켰다. 〈채식주의자〉의 영문판도 외국 도서 분야 정상을 차지한 것은 보너스로 치자.

올해도 어김없이 1000만 영화가 탄생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좀이상하다. 재난영화이기는 한데 이전까지 1000만 관객의 기록을 이어온 여느 작품과 장르나 성격이 다르다. 흔히 말하는 대중적이지 않은 좀비영화. 그래서 ‘부산행’은더욱 놀랍고 새로운 영역에서 한국 영화의 폭발력을 증명한 사례다.

치명적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좀비들이 득실대는 가운데 서울역에서 출발한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치열한 사투를 그렸다. 총 제작비(115억 원)로 보면 블록버스터급이지만,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가볍게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상 14번째 1000만 관객 영화로 등록할 줄은 몰랐다. 그동안 비슷한 재난영화가 나왔지만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좀비’는 처음인 데다 우리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좀비영화이지만 한국 정서에 바탕을 둔 스토리의 차별성과 감독의 연출력으로 승부를 보았고 수준이 높아진 관객들은 그런 점을 높이 평가했다. ‘부산행’의 성공은 한국 영화의 장르를 확대하고 시장성을 넓혔다. 영화 ‘부산행’은 150개국에 판매됐고 홍콩,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유럽에서는 역대 한국 영화 개봉작 중 최고 흥행 수익도 세웠다. 글로벌 스튜디오인 ‘고몽’과는 리메이크 판권 계약도 맺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영화도 있었다. 배우 윤여정이 데뷔 50주년 기념으로 고생을 각오하고 주연을 맡아 열연한 ‘죽여주는 여자’는 고령화와 그에 따른 노인 빈곤과 성 문제를 다룬 작품이어서 누구보다 중·노년층의 공감을 자아냈다. 우리만의 현실은 아닌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윤여정은 제10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 어워즈에서 심사위원대상까지 받았다. 이렇게 우리의 영화와 드라마도 세대별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올해도 한국 문화는 이렇게 조금씩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갔다. 문화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누군가 억지로 막는다고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2017년 새해에도 우리의 문화는 국민들 속으로, 세계 속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것이 어떤 색깔과 느낌을 가지느냐는 우리의 손과 가슴에 달려 있다.

 

이대현 교수

 

글· 이대현(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201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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