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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비닐 김장 봉투, 장기간 보관은 피해야

"김장 봉투가 참 편리하긴 하다. 우리 젊었을 때같으면 김장 김치를 포장하는 일도 아주 큰일이었지."

해마다 11월 말~12월 초가 되면 조모 할머니는 어김없이 집안의 김장을 주관한다. 조 할머니네 김장은 아들과 며느리며 딸 사위, 때로는 손주들에 이르기까지 많게는 예닐곱 가족이 모이는 대행사다. 여러 가족을 위한 김장이다 보니 분량도 많아서 한 해 배추 300포기 정도를 담그는 게 보통이다.

조 할머니는 김치냉장고가 일반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김장 김치를 포장해 보관하는 일이 정작 김장 그자체보다도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땅에 묻어둔 김치 항아리를 씻고, 김칫독으로 김치를 옮겨 담는 게 예삿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닐로 만든 김장 봉투가 등장한 뒤로는 김치 포장 작업이 한결 손쉬워졌다.

물론 항아리나 옹기에 바로 김치를 담아 보관하다 비닐을 이용하려니 혹 비닐에서 해로운 성분이 녹아 나오지 않을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사실이다. 그러나 비닐 봉투의 편리함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장 봉투가 아니라도 각종 포장재로 비닐 혹은 플라스틱 계통의 제품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특유의 간편함 때문일 것이다.

비닐 제품이 현대인의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한 주된 ‘과학적’ 이유를 꼬집어 말한다면, 수분의 불투과성을 빼놓을 수 없다. 들녘에 서 있는 커다란 비닐하우스며, 냉장고 한쪽에 자리한 손바닥만 한플라스틱 계통 보관용기까지 공통점은 물이 새거나 스며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비닐이 물기와 친하지 않은 건화학적으로 비닐이 이른바 ‘비극성 물질’이어서 그렇다.

 

김장

▶김장 김치를 오랫동안 비닐 봉투에 보관하면 인체에 위해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동아DB


비극성 물질이란 분자 차원에서 전기적으로 음양의 쏠림이 없는 물질을 가리킨다. 비극성과 반대 성질의 물질은 극성으로 분류되는데,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극성 물질이 바로 물이다. 기름이나 지방질을 제외한 대다수의 물질들이 물에 잘 녹는 건 바로 물의 극성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화학적으로 분자들은 ‘유유상종’의 특성이 있다. 즉 극성 물질은 극성 물질끼리, 비극성 물질은 비극성 물질끼리 잘 어울리는데 비닐과 물은 말하자면 계통이 달라 친할 수 없다. 비닐이 마치 물을 밀쳐 내거나 물리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서로 전혀 섞일 수없는 성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대다수의 비닐은 산소나 질소 등 극성이 없는 기체의 투과가 가능하다. 하지만 투과되는 양이 미미해 비닐은 겨울철 보온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한겨울에도 햇빛만 쨍쨍하다면 비닐하우스 안에 있을 경우 땀이 뻘뻘 나기 쉬운데, 이는 비닐이 햇빛은 투과시키지만 공기의 침투는 거의 차단하기 때문이다.

김치는 생수나 육류 등과 달리 염도가 꽤 높은 데다 화학적으로 이런저런 성분의 양념이 다양하게 섞여 있어서 음식물 중의 화학성분이 비닐에 스며들 위험성이 있다. 오랫동안 김치를 비닐 봉투에 담아두면 비닐 안쪽에 고추의 빨간 색소가 밴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김치를 담아 배송하는 등 단기간 사용하면 비닐 봉투가 인체에 위해를 일으킬 위험성이 희박하지만, 비닐 봉투에 장기간 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다. 특히 비닐이나플라스틱 계통의 재질은 열기나 햇빛 등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녹거나 삭는 등 변질되므로 이런 비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게 생활의 지혜가 될 수 있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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