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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비슷한 듯 다른 인종, 유전 대물림의 결과

"저 사람은 중국인 같고, 저기 저 남자는 일본 사람 같은데."

점심시간 직장 동료로 보이는 두 사람이 서울 덕수궁 앞 거리를 걸으며 외국인인 듯한 행인들을 보고 얘기를 나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170만 명을 넘어선 요즈음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외국인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상시 거주자에 더해 관광이나 비즈니스 등의 사유로 일시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까지 합해 한 해 2000만 명 정도의 외국인이 이 땅을 밟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장·단기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미주나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지 출신은 한눈에 봐도 외국인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몽골이나 베트남인들 중에는 내국인인지 외국인지를 구별해내기 힘든 예도 있다. 국경을 접한 중국과 일본 출신인 경우는 그 같은 경향이 한층 짙다. 반면 한국인과 외모로는 딱 꼬집어 다르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중국인 혹은 일본인은 어딘지 느낌이나 분위기에서 차이가 느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외견상 한국인과 흡사한 외국인을 정말 구분해낼 수 있는 걸까.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라 하더라도 문화나 풍습, 유행 등이 다르므로 복장이나 헤어스타일, 장신구 등을 보고 외국인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한국인과 비슷한 옷차림 등을 했을 땐 외국인임을 알아볼 수 있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그렇다.

수천수만 년 전에 조상을 공유한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단적인 예로 한국인과 일본인 상호 간 유전적 유사성은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유사성 정도보다 더 크다. 지리적 격리가 심하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이런 차이는 더 뚜렷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삼국시대 한반도에 거주하던 사람들 절대 다수의 개개인 활동 범위는 전 생애에 걸쳐 반경 50km를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배우자의 범위도 마찬가지였을 테니 동일한 생활권에 살았던 당시 사람들은 아무래도 유전적으로 유사성이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전자

▶수천수만년 전에 조상을 공유한 사람들은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shutterstock

 

한국인과 매우 닮았지만 어딘지 일본인 같고, 어느 구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인 같다는 느낌을 누군가로부터 받았다면, 막연하지만 해당 인구 집단에 대한 각각의 가상적 이미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말로 똑 부러지게 표현은 못 해도 한국인은 한국인 같고, 중국인은 중국인 같으며, 일본인은 일본인 같은 데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 검사를 하면 이 같은 고유성과 유사성이 드러난다. 예컨대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경우 고유 유전자가 40%가량이며 유전자의 20% 남짓은 중국인과 공유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 연구는 또 일본인 유전자 가운데는 평균적으로 대략 20% 정도가 한국인 고유의 유전자와 같다고 분석했다.

유전적 고유성의 대물림은 현대사회에서는 국제결혼 등의 증가로 과거만큼 도드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남북한처럼 인위적 분단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즉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현재의 분단 상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남북한은 똑같은 언어를 쓰더라도 유전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통일이 피할 수 없는 민족적 과제라는 점은 생물학적으로도 그 나름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글· 김창엽(자유기고가)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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