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다섯 살짜리 암컷 풍산개 '복순이'를 키우는 K씨는 가끔 애견 복순이가 징그럽게 느껴진다고 털어놓는다. 순둥이인 데다 다정다감하지만, 가랑이나 엉덩이 쪽으로 코를 들이밀 때면 불쾌한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다. K씨가 비위 상하는 느낌을 갖는 건, 짝을 만나지 못한 복순이가 혹시라도 자신의 '남성 호르몬'을 감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동물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에도 '후각'이 일정 정도 성호르몬의 분비와 상관관계가 있다.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호르몬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도 이성이나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화학물질, 즉 페로몬을 분비한다. 다만 성호르몬 '냄새'나 페로몬은 동물들과 달리 일종의 흔적기관처럼 인간에게 주요 소통 수단은 아니다. 인간은 시각 등을 통한 정보 처리의 양이 월등하게 많기 때문이다.

▷ 암캐는 남성 호르몬을 감지할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은 페로몬이나 성호르몬은 일반적인 후각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그 '냄새'가 인식된다고 주장한다. 후각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아닌 다른 뇌세포들이 간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냄새와 성호르몬 냄새를 달리 인식한다는 확고한 실험적 증거가 제시된 적은 없다.
남녀의 성호르몬 분비는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일반적으로 여성의 후각이 남성보다 예민하게 작동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한 예로 브라질 등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후각세포는 평균적으로 남성보다 거의 1.5배나 많다. 한데 같은 여성이라도 생리 주기, 즉 여성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후각의 예민도 차이는 패턴이 일정하지 않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이 남성보다 냄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배경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만 학자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더 큰 구실을 하는 여성들이 냄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추정하고 있다. 먹어도 될 음식,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을 구분하는 데 냄새 정보는 상당히 유용할 수밖에 없다. 또 임신한 여성들은 다른 감각은 몰라도 후각은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이는 상한 음식이나 독성이 있는 음식 성분이 태아에게 전달되는 걸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추론도 있다.
성호르몬 냄새나 페로몬 등은 이른바 '종 특이성'이 뚜렷한 물질이다. 종 특이성이란 해당 종끼리만 냄새나 페로몬이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수컷 꿀벌이 분비하는 페로몬은 꿀벌만 감지할 뿐 사람은 알아차릴 수 없다.
개는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동물이다.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표적 남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한다. 그렇다면 암캐는 인간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을 감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을 만한 실험이나 연구가 진행된 적은 없다. 그러니 K씨가 애견 복순이의 행동을 징그럽게 느끼는 것도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모른다.
글 · 김창엽(자유기고가)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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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