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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책꽂이] 우리 행동을 조종하는 좀비 뇌

1971년 12월 4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신문기자 루이스는 폭탄 테러에서 간발의 차로 목숨을 구한다. 그는 인터뷰가 잡힌 어느 술집으로 향하던 중 알 수 없는 충동에 이끌려 영화관으로 간다. 영화가 끝나고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그 술집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87년 11월 18일 저녁 퇴근길, 피터는 평소와 같이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서클라인으로 갈아타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는 충동에 압도된다. 사람들의 짜증 섞인 항의를 받으며 허겁지겁 방금 전 지나온 승강장을 뚫고 가 막 출발하려던 열차에 올라탄다. 그가 탄 열차가 출발하고 몇 초 후 킹스크로스 역은 불길에 휩싸인다. 이들이 예정대로 움직였다면 틀림없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과연 이들의 생명을 구한 충동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충동의 배후 표지

충동의 배후
데이비드 루이스 지음 | 전대호 옮김 | 세종연구원 | 336쪽 | 1만5000원

 

현대인은 대부분 자신이 의견을 내거나 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인 사고 과정에 따라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신경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저자 루이스 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의 정신활동은 대부분 의식적 사고보다 더 깊은 곳에서 충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 즉 무의식에서 움직이는 두뇌 작용을 '좀비 뇌'라고 부른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어떤 동작을 할 때, 그 동작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의식'하기 전에 먼저 특정 동작을 촉발하는 뇌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특히 사춘기에는 신경생물학적, 행동과학적 변화가 진행되는 중대한 시기다. 이는 큰 위험 요인인 동시에 기회를 만든다. 10대의 뇌는 정신질환에 취약하다. 모든 정신질환의 약 4분의 3은 15세에서 25세 사이에 발병한다. 물론 진단은 훨씬 나중에 내려질 수 있다.

청소년의 충동성은 사춘기 이후 극적으로 증가하는 감각 추구와 20대 초·중반까지도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자제력 사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사고체계는 숙고적 R(Reflection) 시스템과 충동적 I(Impulse) 시스템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청소년기에는 이 두 시스템이 머릿속에서 격렬하게 충돌한다. 이 시기를 거치며 청소년을 성인기로 이끌 경로가 설정된다.

충동적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은 많다. 특히 후각, 청각, 온도가 대표적이다. 한 가족의 구성원들은 생김새뿐 아니라 냄새도 유사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냄새 지문'을 가지고 있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땀 냄새다. 땀에 포함된 페로몬은 우리의 의식 낮은 층위에서 '유혹의 힘'을 발휘한다.

'자제력'이라는 정신 근육이 충동이라는 무질서를 잡는다. 자제력은 자기 감시, 스트레스 대처, 다양한 선택지 고려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자제력이 고갈되면 논리적 추론이나 지적 사고의 능력 저하를 부를 수 있다. 자제력은 또한 배고픔, 약물 중독, 외도 등 본능적 욕망 앞에서 무너지기 쉽다.

인간이 충동을 의식적으로 완전히 제어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 행동의 근원이 무엇인지 '좀비 뇌'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후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윤융근(위클리 공감 기자)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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