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여름철 갑자기 쏟아지는 이른바 ‘국지성 호우’는 기상예보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무엇보다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 내릴지 예상하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기상 전문용어라고 할 수 있는 국지성 호우, 좀 더 일상적인 말로 풀어 소나기는 기상예보 관계자들에게만 낭패감을 안기는 건 아니다. 예컨대 출근 때 우산을 챙기지 않았는데 퇴근길에 딱10분 내리는 소나기로 전신이 흠뻑 젖었다고 상상해보라.
소나기로 옷과 몸이 젖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기를 좀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빨리 뛰어가야 하나?’ 그런가 하면 성격이 느긋한 사람 중에는 ‘뛰나 천천히 걸으나 몸을 다 적시는 건 마찬가지일 텐데, 그냥 걷지 뭐’ 하고 일절 동요 없이 빗속을 양반처럼 의연하게 걸어가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길을 걷다가 예상치 못한 비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싱거운 물음 같지만 서구의 적지 않은 과학자들에게 이런 질문은 연구의 주요 테마가 되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이런저런 국제 학술지에 적잖은 논문이 게재될 정도로 은근히 관심을 끈 주제였다. 몇몇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은 특히 ‘걷느냐, 뛰느냐’에 초점을 맞춰 이런저런 가설을 내놓고 이론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뒷받침하려 시도했다.

▶ 비가 앞에서 내리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까지 달릴 때 가장 비를 덜 맞는다. 반면 뒤에서 내릴 때는 바람이 부는 속도에 근접해서 달릴 때 최소량의 비를 맞는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빗속을 걷거나 뛸 때 맞는 비의 양을 산출하기는 얼핏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간단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개략적인 답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대한 빨리 뛸 때 맞는 비의 양이 대체적으로 가장 적다"는 게 그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들의직관과도 일치한다. 후두둑 갑자기 비가 내리면 우선 비를 피할 수 있는 가까운 건물이나 시설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뜀박질’을 하는 게 그 방증이다.
하지만 비교적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조건 빨리 달리는 게 최선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의 한물리학자는 2012년 유럽 물리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 즉 비가 내리는 각도와 체형이 맞는 비의 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한 예로 비가 앞에서 내리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까지 달릴 때 가장 비를 덜맞는다. 하지만 비가 뒤에서 내리면 바람이 부는 속도에 근접해서 달릴 때 최소량의 비를 맞는다.
비 오는 날 차를 몰아본 사람이라면 경험으로 알겠지만, 뒤에서 바람이 불 때 차를 바람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몰면 운전자는 마치 앞에서 비가 몰아치는 것처럼 느낀다. 비를 등지고 갈 때보다 안고 갈때 더 많이 옷이나 몸을 적시므로, 뒤에서 바람이 불 때는 무조건 최대한 빨리 달리는 게 상책은 아닌 것이다. 체형에 따라서도 맞는 비의 양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는데, 보통 사람들도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어깨가 옆으로 떡 벌어진 사람들이 가냘픈 체형을 가진 이들보다 더 많은 비를 맞는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자연 상태에서 내리는 비는 매 순간 방향이 조금씩 변할 수도 있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 가장 비를 덜 맞는 최적 속도 등을 산출하는 건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더구나 빗길은 미끄러울 수 있어 빨리 달릴수록 넘어질 확률도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다. 소나기가 올 때 뛰는 건 좋은데, 역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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