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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창엽의 생활정보] 여아 100명당 남아 107명! 성별결정의 비밀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왠지 더 푸릇푸릇한 새싹처럼 느껴진다. 찌는 듯한 여름 혹은 엄동설한에 세상 빛을 본 아이들에 비해 계절의 순환 리듬을 제대로 탔다고나 할까. 물론 이 같은 출산 시기는 부모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출산 시기와 달리 태아의 성별은 부모 마음대로 정할 수가 없다. 봄철 만발한 꽃을 연상했다고 해서 여아를 낳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혈이 낭자한 격투기 경기를 열심히 시청했다고 해서 남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태아의 성별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학계에서는 수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성 결정 메커니즘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전히 성 결정은 '삼신할머니'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태아의 성 결정에 대한 그간의 연구들이 헛된 것만은 아니다. 성 결정이라는 '블랙박스'의 내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은 적잖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낙태 같은 인위적 수단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신생아 가운데 남아 비율이 근소하게나마 높다. 집계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세계은행에 따르면 신생아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7명 정도다.

또 하나 인종 그룹, 즉 민족별로 남녀 성비가 다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여아 100명에 남아 118명으로 세계 최상위권이며 한국도 110명 정도로 세계 평균보다는 꽤 높은 편에 속한다. 반면 짐바브웨, 르완다, 토고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남아 수가 101~102명으로 여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성별을 결정하는 건 생물학적으로는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갖고 있는 정자다. 정액 속에는 이론상으로는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진 정자의 수가 동일하게 존재한다. 한데 왜 인류 공통으로 남아가 많이 태어날까? 정자와 난자가 가진 본래의 결함부터 엄마의 체내 호르몬 변화, 기근이나 전쟁 같은 사회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태아

▶ 정자와 난자가 가진 본래의 결함, 엄마의 체내 호르몬 변화, 기근이나 전쟁 같은 사회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태아의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30만 명의 중국 산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 분석에 따르면 굶주림에 노출된 산모들은 여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 식량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의 상당수도 여아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기근이 여아 출생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놓인 산모들은 남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의 발레리 그랜트 박사는 "전쟁 등으로 남편이 장기간 집을 비운 지역에 있는 산모들은 남성이 평소 맡았던 험한 일들을 떠안게 되는데 이 경우 남아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별 신생아 성비 통계(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fields/2018.html)를 보면 전화에 휘말린 시기 동유럽이나 중동 지역의 경우 남아 비율이 높은 경향이 관찰된다.

그런가 하면 남아 혹은 여아 중 한쪽 성의 신생아만 출산할 확률이 높은 부부들도 있다. 한 예로 '딸부자' 혹은 '온통 아들만'인 가정이 적지 않은데, 이는 호르몬 분비 같은 개개인의 체질 특성이 성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암시다. 실제로 연거푸 딸 둘을 낳거나 아들 둘을 낳은 산모는 세 번째 자녀도 같은 성의 태아를 임신할 확률이 높다는 조사도 있다.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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