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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문화, 지금] '영화' - ‘오! 마이 파파’

작은 다큐멘터리 한 편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목소리가 커서도 거창해서도 아니다. 대한민국 중년 세대라면 부산 ‘소년의 집’을 기억할 것이다. 한때 축구를 잘해서가 아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우리의 전쟁과 가난의 상징이었고, ‘희망’의 증거가 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11월 10일 개봉한 ‘오! 마이파파’(감독 박혁지, 시나리오 조미혜)는 사랑과 봉사, 용기와 실천으로 그 ‘희망’을 만들어낸 주인공의 이야기다.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오! 마이파파’ 포스터. ⓒ모멘텀엔터테인먼트

 

1992년 3월 필리핀 소녀들이 장례미사에서 눈물을 훌쩍이며 ‘오 마이 파파’를 부른다. ‘파파’는 다름 아닌 소 알로이시오 신부, 한국 이름 소재건(蘇再建)이다. 먼 이국땅인 한국에 와서 가난한 아이들의 ‘아버지(파파)’로, 그것도 모자라 지구촌 곳곳의 아이들을 위해 사랑과 봉사를 실천했다.

누구에게나 역사는 있다. 보잘것없는 인생이라도 지나온 길을 누군가는 기억한다. 그 시간과 기억이 역사다. 그래서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추억하는 일은 시간과 역사 여행이다. 그 여행에서 우리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확인하고, 상처와 아픔도 치유하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도 발견한다.

영화 ‘오! 마이파파’는 소박하면서도 담담하게 낡은 사진과 자료를 찾고, 함께했던 추억과 기억을 끄집어내고, 남긴 흔적들을 찾아가면서, 그의 봉사와 헌신의 여정이 얼마나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었는지 확인해준다. 과장도 없다. 죽은 자에 대한 미화도, 상업적 계산의 극적인 장치도 집어넣지 않았다. 가난한 아이들의 아버지인 소 알로이시오 신부의 소명과 사랑, 용기와 실천, 그리고 희망을 소박하게 이야기한다. 그것이 우리를 따뜻하고 부끄럽게 하고, 우리를 위로한다.

 

제일 가난한 나라에서의 봉사
진실하고 깊은 사랑 실천

소 신부는 가장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삶을 소명(召命)으로 받아들였다. 그가 자주 찾은 성모 발현지인 벨기에 바뇌의 성모상의 가르침인 ‘제일 어렵고 가난한 나라에서의 봉사’를 약속하고 실천했다. 그에게는 말이 아닌 영혼과 가슴속에 진실하고 깊은 사랑이 있었다. 그러니 1957년 12월, 27세에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부산에 도착한 그의 눈에 가장 먼저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들어온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그들은 보였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거나 피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냄새와 파리 떼로 눈을 뜰 수 없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막사이사이상을 받으러 간 1983년에만 거기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눈이 아니었기에 보이지 않았고, 봐도 가슴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오! 마이파파’는 사랑을 가진 사람은 눈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그 눈으로 자신이 손잡아줘야 할 사람, 함께 가야 할 사람을 모두 담는다는 것이다. 소 신부는 가난한 이 땅의 고아들을 보았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래서 1964년 ‘마리아수녀회’를 창설해 그 아이들에게 가장 간절한 엄마의 사랑부터 선물했다. 그는 형식적인, 남에게 보이기 위한, 자랑하기 위한 엄마를 원하지 않았다. 엄마가 된 수녀들에게 "늘 곁에 있어라. 기도 중이라도 아이가 부르면 달려가 아이 안에 살아 계신 예수님께 먼저 봉사하라"고 했단다. 그런 그가 ‘오! 마이파파’를 통해 묻는다. ‘가난한 사람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우리는 그 답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 실천하지 못할 뿐.

‘오! 마이파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동적인 장면은 최근 멋지게 지은 필리핀과 과테말라의 소년·소녀의 집이 아니다. 중간에 흑백 정지 화면으로 담은 소 신부의 따스하면서도 결의에 찬 표정이다. 거기에서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과 봉사의 의지를 읽은 것은 지나친 감정이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 부모 형제, 조카라면 그렇게 살도록 두겠는가"라고 말하면서 부랑아 보호시설에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폭력과 압력에 굴하지 않는 그의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스틸커

▶진정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소 알로이시오 신부의 실화를 담은 영화 ‘오! 마이파파’의 스틸 컷. ⓒ모멘텀엔터테인먼트

 

그의 희망은 여느 아버지와 똑같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교육받아서 사회에 나가 잘 사는 것. 그 아버지에게는 지금도 아들딸이 세계 여섯 나라, 10개 도시에 2만여 명이 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소년의 집에서 봉사하는 수련수녀인 안나 히메네스처럼 그의 뜻을 따르며 오늘도 어떻게 하면 가난한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판자로 지은 1963년의 그의 오두막 사제관과 그가 남긴 닳고 해져서 군데군데 꿰맨 평생 한 벌뿐인 수단, 그리고 낡은 구두와 안경. 그와 함께 지냈던 어느 수녀의 "차라리 애덕은 어렵지 않으나, 스스로 가난하게 사는 것은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고백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전 세계 가난한 2만여 명 아이들
그를 통해 꿈과 희망 찾아

이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그에게 감사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 희망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은 없다. ‘오! 마이파파’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를 쳐다보고, 누구를 외면하고 있습니까?"

‘오! 마이파파’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은 학교를 짓고 싶었던 신부에게 루게릭병이 찾아왔지만, 그는 죽는 날까지 ‘나의 일(소명)을 다한다’는 마음을 잃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는 믿었다. 자신의 ‘미완성 교향곡’을 누군가 완성해줄 것이라고. 실제로 그의 믿음대로 우리보다 더 가난한 나라에서 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이 그 교향곡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다.

소 신부가 우리에게 전한 복음은 사랑이다. 그에게서 보듯 사랑은 마음에 담아만 두지 말고 표현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지켜주고자 하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켜준다. 그리고 진정 하나가 된다.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오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우리에게 "하느님은 축복입니다"라고 작별의 인사를 한지도 모른다.

이 추운 겨울, ‘오! 마이파파’의 주인공인 소 알로이시오 신부를 기억하면서 외롭고 가난한 이웃과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대현

 

글·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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