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대중없이 어수선하게 꾸는 꿈.’ 국어사전은 이른바 ‘개꿈’을 이렇게 풀이한다. 개꿈의 계절이 돌아왔다. 봄철은 낮 시간에도 시쳇말로 시도 때도 없이 졸리고, 깜빡 잠에 빠져들기 쉬운 시기다. 낮잠이나 토막잠을 잘 때 꾸는 꿈은 십중팔구 개꿈일 개연성이 크다. 깊은 잠이 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질 낮은 수면 중에 꾸는 어수선한 꿈을 왜 개꿈이라고 할까? 똑 부러진 답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두어 가지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먼저 우리말에서 흔히 ‘개’는 비하 혹은 질이 낮음을 뜻하는 접두사로 통할 때가 많다. ‘개고생’이라든지 ‘개밥’이라든지 하는 표현이 그런 예다. 이 밖에 개꿈이라는 말의 또 다른 출처는 실제로 개들이 꿈꾸는 걸 보고 옛사람들이 그리 불렀을 개연성이다.
개도 꿈을 꿀까? 물론 꾼다. 개는 낮에도 수시로 졸거나 잠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개를 키우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관찰해보면, 자면서 잠꼬대처럼 무슨 소리를 낸다든지 자면서 눈을 굴리는 등 개가 꿈꾸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옛사람들도 개가 이처럼 꿈을 꾼다는 걸 알았을 테고, 개가 꾸는 꿈이니 그 꿈을 평가절하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니 인간이 꾼 꿈 가운데 특히 ‘의미’를 찾기 어렵거나 허황되든 실감나든 줄거리가 없는 꿈을 일컬어 개꿈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흔히 말하는 개꿈은 허황되든 실감나든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가 있는, 개가 주역 등으로 등장하는 꿈과는 구별돼야 할 것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개는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다. 하루 24시간 중 약 55%, 즉 13시간 안팎을 잔다고 한다. 그러나 개들이 깊이 자는 시간은 6시간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 예닐곱 시간은 하품을 하며 조는 상태거나, 잠 가운데서도 흔히 얕은 잠으로 불리는 렘(REM)수면으로 소비한다.
동물학자들은 최소한 포유동물들은 모두 인간과 마찬가지로 꿈을 꾼다고 말한다. 개의 경우 꿈에 빠져드는 양상은 사람과 매우 흡사하다. 렘수면을 거쳐 깊은 잠이 찾아오는 등의 사이클도 비슷하고, 렘수면 시간 동안에는 개들 역시 어수선한‘개꿈’을 꿀 확률이 높다. 생생할 뿐 아니라 나름 스토리가 있는 꿈은 개들 역시 렘수면 이후의 깊은 잠을 잘 때 주로 꾼다.
개꿈이라고 얕잡아 평가하지만 개꿈도 그 나름의 기능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개꿈 혹은 개가 꾸는 꿈들도 학습과 기억이라는 두뇌 활동의 연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여긴다. 두뇌는 자는 동안 그저 세상 모르고 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낮시간에 일어났던 일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저장하고 두뇌 회로에서 연계시키는 활동을 하는데, 이게 바로 꿈이라는 것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양서류, 파충류 등에 비해 두뇌가 뛰어난 거의 모든 포유류가 렘수면을 거쳐 깊은 잠에 빠져들고 또 자면서 꿈을 꾼다는 사실은 꿈이 ‘일장춘몽(一場春夢)’마냥 허망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증거다. ‘잠을 충분히 자야 기억력이 향상된다’든지 ‘잠이 부족하면 치매가 오기 쉽다’는등의 얘기는 꿈이 그 나름의 기능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들이다. 개꿈이라고 평가절하할 것없이 이 봄, 잘 수만 있는 상황이라면 개꿈을 꾼다 한들 낮잠을 자는 게 최소한 손해 볼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글 · 김창엽 (자유기고가)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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